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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할아버지 May 15. 2022

발길 머무는 그곳에는

당신이 내게 준 사랑이  그렇게 컸던 때문입니다

발길 머무는 그곳에는


오래전 아주 오래전부터

당신을 만나 지나온
그 숱한 시간들 속에

띄엄띄엄 생각나는
어렴풋한 기억 속에 한 단편들

그곳엔 당신이 있었고

또 내가 있었소

화사하게 웃음 짓던 당신의 모습은

어느덧 아련한 추억 속의

한 장면이 되어 버렸습니다


스멀스멀 다가서는

고통스러운 시간의 무게감

이만큼 했으면

그만 가벼워질 때도 되었는데

밤새 잠 못 들다 지쳐버려

새벽녘에 잠깐 드는 조각 잠

초점 잃은 시선은 허공을 향하고

올해엔 모두 툴툴 털어버리겠다는

당신의 그 말

꿈을 꾸듯 이리저리 메아리쳐

허공을 가릅니다


당신이 말한 것처럼

올 겨울에는

이리저리 여행을 떠납시다

언제나 꿈꾸어오던

우리나라 해안도로도 빙 둘러보고

가는 곳 곳곳마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묻어두고 옵시다

당신이 다시 건강해지는 날

우리 발길 머무른 구석구석에

숨겨둔 보물찾기 하러 떠납시다


시간이 빠르면 빠른대로 따라가고

시간이 멈칫거리면

우리도 같이 멈칫거립시다

우리의 기억도

완전하지 않은 것처럼

우리의 기억에 우리를 묶지 말고

하늘을 나는 새처럼

자유롭게 둡시다

내가 이렇게

당신을 사랑할 수 있는 것은

당신이 내게 준 사랑이

그렇게 컸던 때문입니다


우리 함께하는 시간에서

잊혀진 시간은 잊혀진 대로 두고

기억할 수 없는 시간은

없었던 이야기로 접어둡시다

우리가 함께 걸어온

손때 묻은 그 시간들은

함께 올 수 있었다는 그것 만으로도

충분히 소중 하니까

발길 머문 그곳에선

우리 사랑도

언제나 함께 있었으니까요


2012년 9월 23일

요즘 다시 많이 힘들어하는 홍여사. 고통을 나누어질 수도 없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 너무너무 힘들어하는 것을 보니 마음이 미어져 내린다. 어느 틈엔가 웃음을 잃어버린 우리 홍여사를 보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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