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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할아버지 May 16. 2022

2012 추석

시골에서 맞은 첫 추석, 텅 빈 공간에 쓸쓸함만 가득하고

2012 추석


또 한 번의 추석이 지나간다

모두들 약간은 들뜬 듯

추석 맞이에 분주하다

고향을 찾은 식구들로 분주한

앞집에선 돼지를 잡고

자식 자랑이 늘어지는

뒷집에선 송편을 한다

그들은 추석을 맞으러 누구는 서울로

또 누구는 고향으로 향한다

떠들썩하던 시골의 추석

분주한 발걸음은

이내 정적으로 변하고

덩그러니 혼자 내처 진 듯

고요 속에 휩싸인다

언제나 혼자였다는 것을 망각한 채

조금은 쓸쓸함을 느껴본다


그래도 명색이 명절인데

장에 가서

차례상에 올릴 장도 보고

기름 냄새도 좀 풍겨야 하는데

지금은 모두가 꿈속에서 일인 양

기억마저 아물거린다

잔뜩 얽힌 사고의 실타래는

점점 더 엉키기만 하고

이젠 풀어낼 엄두조차 못 낼 만큼

뒤엉켜 버렸다

웃어도 웃을 수 없는 것은

웃지 못함이 아니고

혼자만이 감당 하기엔

이미 그 도가 넘어버린 때문일까?


세상엔 재미있는 일들도 참 많은데

모든 재미있는 일들은

왜 나를 비껴만 가는지

알 수 없는 미래를 위해

왜 오늘을 희생해야 하는지

일상처럼 반복되는 물음은 끝이 없고

내 삶의 주인조차 되질 못했다

요즘은 글을 써도

암울한 이야기만 쓰게 되고

지난 시간들 속에

활짝 웃던 그때가 그립다

항상 밝은 웃는 얼굴이

모두가 아는 나의 모습이었는데...


2012 추석엔

기름 냄새도 풍기지 않고

인적도 없이 고요한데

덩그러니 허공을 메운

저 달이나 벗 삼을까?

나도 혼자고 너도 혼자니

아릿한 외로움에

달님 벗 삼아 술잔이나 기울여 볼까?


2012년 9월 30일

추석, 누군가 에게는 설레움으로 또 누군가는 고통으로 다가온다. 하늘을 쳐다보니 별은 보이지 않고 달만 덩그러니 떠있고 마치 네 마음 다 알아 하는 듯 오늘따라 저 달도 무척이나 외로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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