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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할아버지 May 25. 2022

겨울의 문턱에서

당신이 있어주어 고맙고 견뎌주어 고맙다

겨울의 문턱에서


당신을 위해

준비한 툇마루에

늦가을 햇볕이 따사롭다

힘없이 떨어뜨린 당신의 어깨엔

오랜 고통의 흔적이 역력하고

퀭하니 비어버린 가슴은

울컥 한 모금의 슬픔을 토해 낸다 

초점 잃은 시선을 허공에 두고

엷은 미소로 답하는 당신

산다는 것

살아 있다는 것

그래서 이 시간은 소중하고

아직은 당신을 위해

무언가를 해 줄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이 소중하다 

당신을 만난 삼십여 년의 세월 속에

또 한 번의 겨울의 문턱에 섰고

내 기억 속에는 언제나 한결같은 당신

오 년 전이나

오 년 후나

당신이 있어 주어 고맙고

당신이 견뎌 주어 고맙다 

해 묵은 일기장에서

당신이 이렇게 아플 때도 있었어

이러고 옛이야기를 할 수 있었으면,

그 겨울을

그래서 따뜻하게 보냈어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다면...

당신을 위해 준비한 툇마루에는

오늘도 따사로운 햇볕이 가득하다.


2012년 11월 4일

우린 언제쯤이나 옛 이야기 하며 살까?

힘들어하는 당신 모습에 가슴을 저미는 듯 아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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