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에 발자취를 남긴 그들
중학교 시절을 붙어서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친했던 친구가 있다.
같은 반이면 기뻐하고 다른 반에 배정되어도 같이 밥을 먹던 사이. 남이 볼 때 죽마고우였던 사이였다.
고등학교 때도 비슷했다. 공고에 같이 진학했고 우리는 야간자율학습을 하기 전에 석식을 같이 먹었다.
내가 자퇴를 한 후에도 계속 연락했다. 멀어질 틈 따위는 우리에겐 존재하지 않았듯이.
우리의 삶은 서로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런데 그건 성인이 되기 전까지였다.
성인이 되자 우리는 급격히 멀어졌다. 너는 일 때문에 바쁘다는 핑계로 나는 대학교에 진학하고 학업이라는 핑계로 말이다.
그전까지 우리가 무엇을 했는지 중요하지 않아졌다. 아련한 추억으로 남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안 되었다.
추억은 점점 기억에서 사라졌다. 이상하게도 너랑 같이 보낸 기억은 대부분 행복한데 쉽게 잊혔다.
성인이 되고 나서도 가끔 만나기는 했지만, 찾을 정도까진 아니었다. 그러니까, 둘이 함께 보는 사이는 아니었다.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관계의 틈이 생기기 시작하는 건 말이다. 그 틈은 미묘하게 점점 더 벌어졌다.
그러다 결정타가 터졌다. 네가 내 친구와 절교했다는 말이었다. 그때 당시 친구는 나와 아주 친했다.
과거에 대한 연연이냐 현재의 진행이냐는 길로 놓였고 선택해야 했다.
나의 선택은 네가 아닌 다른 친구였다. 과거에 연연하기보다 현재를 택했다.
네가 일을 선택한 것처럼, 내가 학업을 선택한 것처럼. 어쩌면, 우리는 이미 엇갈릴 운명이지 않았나 싶다.
점점 연락이 줄어들었다. 친구라는 타이틀이라는 껍질만 남겨놓았다.
네가 돈을 빌려달라고 하면 빌려주었다. 그래도 우리는 친구였으니까. 그렇게 믿었으니까.
그런 횟수가 많아졌다. 정이 오고 가는 사이가 아닌 현물만 오고 갔다.
점차 그 연락조차도 줄어들었다. 네가 마음에 뭔가가 걸려서인지 아니면, 이제는 금전적 요구조차 연락도 지쳐버린 건지 알 수 없었다.
난 네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꽤 많았다. 나에게 돈을 빌려 가면서 SNS를 보면 어떻게 놀러 다니는지.
그리고 소식이 없다가도 가끔 다른 애들에게 얼굴을 비춰 간접적으로 소식을 듣게 하는지.
결정타에 이어 관에 완전히 못을 박은 것도 내가 아닌 너였다. 무슨 생각으로 그런 건지는 모르지만, 그 행동은 하면 안 되었다.
네가 좋지 않은 소식을 알렸다. 그것에 진심으로 슬퍼하고 공감했다고 할 순 없지만, 마음이 아팠다.
옛날의 정이 있었으니까. 서로의 부모님도 알고 서로의 집에서 잘 만큼 깊이 있던 사이였으니까.
있는 돈 없는 돈 둘 다 모아서 돈을 송금했다. 너는 고맙다는 메시지도 전화도 한 통 없었다.
너에게 가고 싶었으나, 개인 사정으로 인해 오지 말라고 한 건 너였다.
나는 다른 친구들과 그래도 가야 하는 거 아닌지 연락도 하고 얼마 내야 하는지 어떻게 메시지를 보내야 하는지 고민했다.
그런 게 물거품으로 변했다. 나도 이번에는 틈이 많이 벌어졌고 감정이 상했다.
다른 친구들도 입을 모아 너에 관련된 쓴소리를 내뱉었다. 우리는 이제 친구라는 이름도 아까워졌다.
그래서 이제는 마지막까지도 연연하지 않으려고 한다. 나 살기에도 바쁘고 나에게 오는 이들만 챙기고 싶다.
쓸데없는 감정과 돈을 소비하고 싶지 않고 옛 추억은 옛날로 치부하려 한다.
깊고 깊은 사이에서 그냥 얕은 아는 사이로. 죽마고우였던 존재에서 지나가는 사람으로 만들려고 한다.
너의 부재가 계속되어도 슬퍼하지 않을 거고 너의 소식에도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그게 우리 사이니까. 진행 중이 아닌 마침표를 찍어 더 이상 같은 기억을 누릴 사람이 아니니까.
신기하게도 내가 다른 이들한테 너에 관해 물으면 그들이 나에게 되레 묻는다.
“너 걔랑 되게 친하지 않았어?”
예전에는 이렇게 답했다.
“그랬지. 근데 요새는 잘 몰라.”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나도 몰라.”
섭섭하지 않아 할 시기가 다가오며 너의 부재에도 궁금증이 없어지는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