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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름

by 은쇼 Mar 29. 2025

불길보다 뜨거운 분노가

속에서 일었다.


사람의 부주의가,

자연의 몇십 년을 태워버렸다.


왜 자꾸 타오를까.

꺼진 줄 알았던 것들이.


그건 불만이 아니었다.

무시된 경고,

잊힌 주의,

그리고 무관심의 재.


산도, 마음도

한 번 타오르면

다시 돌아갈 수 없다.


---


자연의 파괴는

그곳에 얽힌 모든 기억과 삶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바람 소리로 속삭이던 나무들,

이끼 위를 달리던 작은 생명들,

세월을 견뎌온 바위 틈의 이야기들.


한 줌의 재가 되어

흩어져 버린 시간들.


---


그래도 숲은 언젠가 돌아온다고 했다.

검게 그을린 땅에서

새싹은 다시 돋아난다고.


하지만 우리의 기억 속

그 푸르던 풍경은

다시는 똑같이 돌아오지 않는다.


불씨 하나에 지워진 역사,

무심한 손길에 사라진 미래.


인간의 망각은

자연의 상처보다 더 깊다.


---


불꽃을 지핀 그 손

그 무심한 실수, 그 방심의 순간

천년의 저주가 내리길.


무너진 삶의 파편만큼

그대의 양심도 갈라지고

타오르는 숲의 온도만큼

그대의 영혼도 불타오르길.


무엇으로 되갚을 수 있을까

한순간의 부주의로

수많은 생명이 잃은 모든 것을.


정의가 불길처럼 번져

그대의 무책임함을 태워버리길.


---


그 불길 속에 남겨진

이름 모를 생명들의 숨결,

떠나야 했던 사람들의 발자국.


집이 불타는 것은

단순한 건물의 소실이 아니라

한 삶의 기억이 재가 되는 것.


그들의 슬픔을 헤아릴 수 있을까,

누군가의 전부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고통을.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불꽃보다 더 뜨거웠던

그들의 눈물과 절망.


---


타오르는 것은

때로는 불길이 아니라

우리 안의 각성이어야 한다.


꺼진 불씨를 지키듯,

그 푸르던 기억을 간직하자.


잿더미 위에서도

다시 숨 쉴 수 있도록.


그리고 다시는

같은 불을 지피지 않기 위해.


---


그러나 모든 분노 너머에는

깊은 지혜가 흐른다.


"당할 것은 이미 다 당했으니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불에 삶을 잃은 이도,

삶에 불을 맡긴 이도

모두 산의 아이들.


재를 딛고 이어지는 일상,

잿빛 풍경 위에 솟는

푸른 희망의 새싹.


사람은, 자연은

이렇게 다시 숨 쉰다.


그 느린 치유의 시간 속에서

우리의 상처는

자연의 풍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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