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이지만 괜찮아> 프롤로그
3년 전 출간책을 갑자기 브런치북으로?
2020년 유방암 환자가 되었고 이 책은 2022년 출간되었다. 어쩌다 보니 햇수로 4년 차. 이제야 브런치북으로 연재하는 게 아무래도 뜬금없을 듯하여 잠시 설명을 보태면,
가장 큰 이유는 출간 책으로도 브런치 북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최근에야 알았다. 출판사와 협의되면 가능한데 지레짐작으로 안 되는 줄 알았다. (역시 모르는 건 물어봐야 한다) 책이 알려지면 출판사에도 좋은 건데 생각이 짧다. 단, 많이 팔고 싶다는 욕심보다는 필요한 누군가에게 책이 닿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다른 작가님들이 그러하듯 수익보다는(인세로 부자 되는 건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 마음을 담은 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기를 바라며 한 땀 한 땀 쓴 거니까.
안타깝게도 출간 다음 달부터 복직이라 쓰고 암경험자의 사회복귀라 읽는 두 번째 시련이 시작되었다. 필요한 분들께 널리 알리고, 내 돈으로 사서라도 건넨다던 다짐은 언감생심. 하루하루 출퇴근만으로도 허덕이는 삶이 시작되었다. 애지중지 무수한 정성과 시간을 들인 셋째 아이 같은 책이 내 노력의 부족으로 그 쓰임을 다하지 못하는 게 못내 아쉬웠다. 누구나 첫 책에 대한 마음은 그렇겠지만, 아픈 이들을 향한 진심이 전달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알려지지 않으면 읽히지 않고, 읽히지 않으면 마음을 전할 방법이 없다.
여하튼 이러한 연유로 3년이란 세월이 지나 신약도 나오고, 치료의 트렌드도 조금은 바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술 - 항암 - 방사라는 표준치료는 동일하고
'암입니다' 한 마디에 세상 무너지는 절망감도 여전하다.
무엇보다 안타깝지만 발병 연령도, 발병자 수도 늘어 주위에 유방암 환자가 급증하였다.
결론적으로 필요한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 책을 알리고 싶은 사심을 담아 브런치북으로 소환했다. 참고로 그간 받은 인세는 대부분 암 환우 및 관련 단체에 기부했다.(큰 손이고 싶지만 작다는 게 아쉬울 뿐...)
이 책은 어떻게 세상에 나오게 됐을까?
유방암 진단 후 약 1년간 표준 치료를 받았다. 당시에도 유방암 환자는 많았지만 정작 필요한 정보를 찾기가 어려웠다. 가뜩이나 멘털이 나간 상태에서 헤매다 보니 이건 무슨 일인가 싶다. 1분 진료컷인 진료실에서도, 진단부터 재발/전이까지 무수한 정보가 난무하는 환우카페에서도 원하는 걸 한 번에 콕 집어내기는 쉽지 않았다. 나처럼 막막해할 누군가가 있으리라 생각하면서 2개월 차부터 빠짐없이 블로그에 기록했다.
임상 - 수술 - 항암 - 방사선 - 항호르몬 치료(현재도 진행 중이다). 치료의 과정, 필요한 정보, 순간순간 느끼는 감정 등.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지금은 다양한 정체성을 회복했지만, 당시 내 삶의 9할을 차지한 유방암 환자로서의 모든 것을 글에 담았다.
내향인의 비중이 높은 유방암 환우의 특성상 블로그의 글은 누군가 보기는 했으나 그 흔적을 찾기는 쉽지 않다. 다만 간간히 남겨진 비밀 댓글에 '누군가가 있구나'라는 나의 예감이 틀리지 않았음에 뿌듯했다. 어느덧 200편의 글이 쌓였고, 글을 쓴 나조차도 가물가물하니 그 중에서 필요한 내용을 찾는 게 만만치 않았다.
딴에는 카테고리를 분류하고 글도 정리하였으나, 치료 중인 환자에게 클릭하며 정보를 찾는 수고로움을 얹으려니 민망했다. 글쓰기 한 번 배워본 적 없는 40대 아줌마의 출간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종이책으로 보면 좀 더 편하지 않을까? 병원에서 들을 수 없는, 경험으로만 알 수 있는 노하우를 담아서.
괜찮아요. 여러분을 위해 매일 해피엔딩 주문을 외울게요!
책 표지 그대로 처음이라 막막할 누군가를 위해 들려주는 나의 소소한 경험담이다.
얼굴 마주하고 이야기할 수 있다면 괜찮다고 손 꼭 잡아주고 토닥여주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
당황하고 힘든 마음에 한 스푼 위로가 되기를 바라면서.
치료 중에도, 이후에도 우리의 삶은 계속된다는 걸 잊지 않으면 좋겠어요.
모든 분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도해요. 매일 해피엔딩!
* 열심히 노력해서 도서관에도 많이 입점(?) 시켰으니 빌려 보셔도 괜찮아요.
참, 최초 원고 가제는 <옆집 언니가 들려주는 유방암 이야기> 였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