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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정냥이 Oct 01. 2023

Ⅰ 감상. 해석을 곁들인

그림책을 본다. 내 머릿속의 이미지와 책 속 이미지가 결합한다.

평면의 그림과 얄팍한 글씨체는 읽는 이의 마음에는 그보다 더 풍부한 이미지로 살아난다. 이때 그려지는 이미지는 보편적 지식과 내 개성의 화학 작용을 거친다.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내가 혼자 만든 게 아니다. 누구나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인류 최초의 인간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랜 역사, 많은 갈래의 지식, -카더라 등의 수많은 정보가 우리에게 각인되어 있고 보편화되어 있다. 이 컨텐츠가 변형되고 어떤 갈래의 컨텐츠는 더 쌓이고 어떤 쪽은 덜 쌓인다. 이런 상황과 과정을 겪으며 내 관점, 내 편견, 내 선택과 판단의 기준이 생긴다. 관점과 판단에 따라 받아들이는 정보의 종류, 양이 달라지고 때로는 변형되고 나만의 새로운 해석이 덧붙어서 각색된다. 해석과 각색은 나의 독특한 이야기가 되고 이야기가 나를 설명하고 내게 세상을 이해시킨다. 

그러므로 나는 모든 책을 똑같은 무게의 감정으로 읽지 못하고 내게 더 반응하는 책을 찾아 읽고 또 읽는다. 수시로 책을 뽑아 보고 새로운 그림책을 찾아본다. 어떤 목표를 실현하려고 책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습관처럼 자연스러운 동작일 뿐인데 읽다 보면 그 속에서 나를 확인하고 있고 비슷한 기억을 소환하고는 한다. 그 장면과 비슷한 상황에 놓였을 나를 떠올리고 내 생각을 정리하고 내가 놓일 다음 장면을 상상한다. 남의 이야기를 읽으며 내 이야기를 만들고, 나를 확인하려 책을 본다는 생각이 들고 만다.

결국, 나의 이야기이다. 내가 없는 이야기를 붙들고 있지는 않는다. 그 이야기 중 어디엔가 내가 있다. 내 언어로, 내 표현으로 내 이야기를 드러내려는 시도를 해 보면 좋겠다. 당신의 이야기, 당신의 고유한 느낌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느낌은 습관이고 연습이다. 더 풍성히 느끼고 더 풍요로워지기를. 나에게도 항상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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