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가 만들어 준 내 생에 첫 등근육 (5주차)

하타요가 지도자과정 5주차

확실히 하타요가 집중반을 가다 보니 시르사아사나(머리서기)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습니다. 처음에는 잠깐 올라갔다 내려오는 수준이었는데 어느 순간 1분 정도 버티게 된 것입니다.


어느 날은 집에서 머리서기를 했더니 냉장고에 거꾸로 선 제 그림자가 보였습니다. 발을 꼿꼿하게 펴고 높이 들고 있는데 어느 순간 엉덩이 아래 허벅지와 붙어있는 부분에 힘이 빡!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어, 이게 뭐지?


생각하던 것도 잠시 '발이 수직으로 선 거구나.' 알 수 있었습니다. 머리서기를 할 때면 뒤로 넘어지지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에 발이 약간 앞쪽으로 내려와 있기 쉬운데 엉덩이 아래에 힘을 주면서 골반이 펴진 것이었습니다.




1분의 머리서기를 성공한 뒤 도전은 계속되었습니다. 숙련자 분들은 머리서기를 한 자세에서 양쪽 다리를 가부좌를 틀거나 (파드마아사나), 양다리를 앞뒤로 찢고 (하누만아사나), 그리고 그 상태에서 트위스트도 합니다.


저는 그동안 머리서기를 했다가 내려오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러면서 3분가량 머리서기를 할 수 있게 되었어요.


너무 기뻐서 찍었던 동영상, 행복했던 순간!


왜 이렇게 머리서기에 대해 할 말이 많냐면! 머리서기가 제 생에 첫 등근육을 가져다주었기 때문입니다.


20대의 저는 운동치료 선생님이 "등근육 좀 움직여봐요."라고 했을 때 움직일 등근육이 없던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30대 중반으로 가고 있는 지금! 집에 와서 거울을 보면 척추가 쏙 안으로 들어가고 양쪽에 분명히 보이는 등근육이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아, 드디어 요가인이 되는구나. 이제 날개뼈를 쪼이며 등 힘으로 설 수도 있겠구나!




그런데 시르사아나사가 가져다준 선물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꼬리뼈 통증입니다.


저는 아랫배가 앞으로 나오고 엉덩이는 뒤로 빠져있는 체형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엉덩이와 배에 힘을 줘서 집어넣어 봤지만 학교에서 엉망인 자세로 수업을 마치고 요가원에 오면 항상 똑같았어요.

평생을 저렇게 살았다. 골반 전방 경사, 출처 : 나무위키


시르사 아사나를 하면서 바로 이 자세가 교정되었습니다. 엉덩이가 쏙 들어가고 아랫배도 쏙 들어가서 바른 체형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평생을 '안 좋은' 체형으로 살다가 바른 체형으로 변하려고 하니 꼬리뼈가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내 자리는 여기가 아니야! 왜 나를 자꾸 여기로 넣으려고 하는 거야!"


시르사아사나만 서고 오면 집에 누워서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아팠어요. 그런 날에는 집에서 누워만 있다가 동동이가 부르면 겨우, 꼬리뼈의 고통을 참아가면서 엉거주춤 일어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다시 요가를 가니, 이번에는 꼬리뼈가 다른 자세를 할 때도 소리를 칩니다.


"아냐 아냐, 나는 원래 자리로 돌아갈래!"


잘 되던 부장가아사나도 몸을 일으킬 수가 없어서, 팔꿈치를 바닥에 대고 아르다 부장가아사나를 하는데 그마저도 잘 되지가 않습니다. 꼬리뼈가 소리를 지르는 몇 가지 동작을 해내고 시르사아사나를 서고 집으로 돌아오면 또 누워있습니다.


그래, 내가 그동안 30년 동안 잘 못된 자세로 살았는데 이 정도 아픈 건 어쩌면 당연한 거야.




수업에 가면 여기저기 아픈 분들이 많습니다.


"숩타비라아사나 할 때 무릎이 원래 이렇게 아픈가요?"

"한쪽 골반이 뻐근한데 이게 이 자세를 하면 좋아질까요?"


하지만 원장님도 다른 사람의 몸을 정확히 꼭 집어서 말할 수는 없어요. "이래서 그런 게 아닐까?" 추측하는 정도입니다. 결국 내 몸을 가장 잘 파악하는 것은 '나'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해요.




분명한 것은 요가를 하면 서서히 몸이 바뀐다는 것.


그 과정은 절대 쉽지 않지만, 몸이 바뀌는 일은 정말 즐거운 일이라는 것.


글을 쓰는 지금은 통증이 아주 심하지는 않아요. 시르사 아사나도 좀 더 버틸 수 있게 되었고요. 하지만 이번에는 꼬리뼈 대신 평소에 안 좋다고 생각했던 왼쪽 어깨와 골반이 뻐근하게 아파옵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그리고 나면 가지지 못했던 근육과 바른 자세를 선물해 주겠지요.


다음 주에는 번외 편으로 파주에 위치한 콩치노 콩크리트 음악 감상실에서 요가한 이야기를 들고 올게요. 감사합니다. ^^



*사진: UnsplashThomas Yoh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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