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나에게 집중할 때 생기는 일들 (7주차)

하타요가 지도자과정 7주 차


요가 지도자과정도 이제 절반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요. 그 첫 번째는 시르사아사나 (머리서기) 자세를 안정적으로 게 된 것입니다.


오늘은 그와 관련지어서 '지금, 여기, 나에게 집중할 때 생기는 일'에 대해 말해보려고 해요.




요가를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신기했던 점은, 요가를 하며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순간'들을 경험했던 거예요.


그런 순간은 대부분 힘겨운 자세를 취할 때 왔던 것 같아요. 쉬운 자세들을 할 때는 잡생각이 많이 드는 반면 힘든 자세, 도전적인 자세를 할 때는 생각이 나지 않았어요.


처음에는 '생각 없음'이 너무 낯설었는데 그 텅 빈 공간이 점점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더라고요.




지도자 과정을 시작하면서 걱정이 참 많았어요.


'지도자 과정을 듣기에는 너무 실력이 부족한 거 아닌가. 시작했으니 뒤로 미룰 수도 없고 그냥 다녀야지.'이런 걱정이 가장 컸고요.


공복으로 요가를 하면서부터는

(요가가 공복으로 하는 운동임에도 지도자 과정 듣기 전에는 항상 뭔가를 먹고 갔었음을 고백합니다.) '끝나고 뭐 먹지' 이 생각을 진짜 많이 한 것 같아요.


특히 토요일 공복에 1시부터 6시까지 요가를 하면 배가 엄청 고프거든요. 또 집에 있는 신랑과 동동이가 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녁을 사서 들어갔요. 끝나고 포장하기도 했지만 요가하다 말고 배민으로 먹을 걸 시킨 적도 있어요. 하.


그런데 시르사아사나를 오래 서면서 '생각 없음'을 다시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요.


생각을 하게 되면 쓰러져 버리니까요. 흔들거리는 다리를 꼿꼿이 세우기 위해 엉덩이 아래에 힘을 주면서 거의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숨만 내쉬었어요. 들이쉬고 내쉬고 다시 들이쉬고. 그렇게 버티고 내려오면 한동안 멍해요. 그러면서 요가 수련 자체가 '생각 없음'을 위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뒤로 한동안 생각하지 않고 수련에 가기 시작했습니다.




수련한 다음날 근육통이 올라오면 가기 싫기도 했는데요. '어차피 가도 아프고 안 가도 아프니 가자. 그냥 아무 생각하지 말고 가자.' 이런 생각으로 갔고요.



가서도 어려운 동작이 나오면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하라는 대로 하고요. 숨 쉬러 왔다 생각하고 전에 못하던 동작에서도 버텨보았습니다.


이런 수련이 저에게 준 것은 바로 뜻밖의 일의 잘 풀림이었어요.




수련이 끝나고 나면 제가 신경 썼던 문제가 스르르 풀려서 없던 것이 되어버리는 경험이 있었습니다. 가장 극적인 것은 요새 가장 신경 쓰이던 층간소음 문제가 스르르 풀렸어요.


또 제가 필요하던 것이 그냥 떡 하니 주어지기도 했습니다. 코웨이 공기청정기를 실제로 보고 사고 싶었는데 저희 아파트 관리하시는 분이랑 엘리베이터에서 딱 마주쳐서 실제로 보고 좋은 가격에 구매할 수 있었어요.


그러니까, 내가 따로 열심히 막 노력하지 않아도 나에게 필요한 것이 그냥 주어지는 느낌이랄까요?




지금 여기에 존재한다는 것은, 과거로도 미래로도 가지 않는다는 것을 뜻합니다.


과거에 겪었던 수많은 일들 사이에 파묻혀 있을 필요도 없지만 미래에 대한 닥쳐오지 않은 걱정들 사이에 묻혀있을 필요도 없는 거죠.


지금, 여기, 요가동작을 하고 있는 나. 나의 숨결과 매트의 감촉과 함께 수련하는 도반들.


그 외에 걱정들은 수련하는 동안 내려놓아도 좋아요. 아니 내려놓기 위해서 수련하러 온 것이지요.


바로 지금 현재에 존재하기 위해서요.




모든 동작이 안되었던 시절부터 요가를 시작해서 참 좋은 점은 한 동작, 한 동작이 될 때 어떤 신체적 정신적인 변화를 겪는지 극적으로 느낄 수 있다는 거예요.


여러분, 시르사아나사를 하게 되면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됩니다. 하늘 위에 가뿐이 서 있을 수 있는 그 세상으로 여러분을 초대하고 싶어요.


*사진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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