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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시골에서 태어나 서울 아파트를 사기까지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이야기의 시작은 강원도 원주시 치악산 자락에서 시작된다. 우리 마을은 계단식 논이 부채꼴 모양으로 펼쳐져 있고 주변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나는 좀 늦되는 아이여서 원주 시내에 처음 나가는 것도 서울에 처음 가보는 것도 많이 늦었다.


서울에 처음 가 본 것은 17살이 되었을 때였다. 날은 약간 쌀쌀했고 긴 보라색 가디건을 걸치고 있었다. 친구와 함께 청량리역으로 가는 무궁화호 기차를 탔다. 무얼 할 지 정하지도 않은 채 무장적 서울로 향했다. 마음은 들뜨기만 했다.


그날 지하철을 타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가 당시 원주에서는 먹을 수 없던 버거킹에 갔다. 롯데리아만 가봐서 '와퍼'라는게 도대체 뭔지 알 수가 없었다.




뉴스에서는 집값이 어떻다 경제가 어떻다 떠들어 대고는 했지만 전혀 상관없는 다른 세상 일처럼 느껴지곤 했다. 적어도 농사 지을 땅이 있었고, 빚을 지기는 했지만 주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쌀이며 야채들은 얼마든지 자급자족 할 수 있었다.


TV 뉴스 더 신경을 많이 썼던 건, 오늘의 일기예보, 가락시작에서 채소가 얼마에 경매되었는지 하는 것들이었다.


당시 경제 사정에 대한 느낌은 '돈은 없지만 부자'라는 느낌이었다. 막상 현금으로 쥐고 있는 돈은 없는데 집도 있고 먹을 것도 있으니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다는 거였다.


하지만 대학생이 되어 등록금을 내고 친구들의 씀씀이를 보니 현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친구들이 가끔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서 각종 할인을 받아서 먹는 밥은, 엄마 아빠가 며칠을 새벽 시장에서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었다.




'월세', '전세' 라는 개념을 처음 알게 된 건 대학생이 된 다음이었다. 교대에 입학한 나는 운 좋게도 바로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었다. 첫 기숙사는 무려 15층 이었다. 빨간 벽돌집에서 살던 나는 처음 꿈꾸던 고층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3년을 기숙사 생활을 하다가 4학년이 되서야 월세방을 찾아 나섰다.


친구들 집에 놀러 다니며 여러 집들을 알게 되었다. 깔끔한 학교 앞 원룸부터 밥까지 주는 하숙, 전세방까지. 300에 30정도에 방을 구했고 부모님이 오셔서 계약을 해 주셨다. 그게 내가 본 첫 부동산 계약이었다.




아빠가 찍는 도장을 보면서 계약은 어른들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리고 곧 나도 어른이 되고 말았다. 임용고시에 붙고 첫 발령을 받게 되면서 아무런 연고도 없는 양평에 다시 월세방을 구하게 된 것이다.


첫 월세방의 시세도 대학가와 다르지 않았다. 달라진 점은 내 이름으로 계약을 하고 내 도장을 찍었다는 거였다. 월급을 받는 것도 월세를 내는 것도 내가 할 일이 되고 말았다.




월세를 1년 살고 나니, 전세를 사는 선배가 부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전세방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여기에서부터는 부모님의 도움이 들어가지 않았다. 전세 보증금이 얼마인지 알아보고 마음에 드는 집을 구했다.


근처 농협에 가서 대출이 얼마나 나오는지 알아보았다. 당시 원룸 전세금은 3500만원. 내 수중에 있는 돈이 500만원쯤 됐다. 3000만원의 거금을 은행에서 대출받으려니 손이 떨렸다. 다행히 교사라는 직업은 대출이 참으로 잘 나왔다.


그렇게 집을 구하는 일이 부모님의 일이 아니라 '나의 일'이 되게 되면서 부동산 공부는 시작된다.


계약전에 등기부등본을 떼어보는 것도,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는 일도 나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 꼭 필요하고 알아둬야 하는 일이다.


등기부등본을 떼어보면 건물에 대출이 얼마나 잡혀있는지 알 수 있다. 집주인이 소중한 전세금을 가져가는 만큼 대출이 얼마나 잡혔는지 꼭 확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전세 집에서 2년하고도 2년을 더 살았다. 묵시적 갱신이었다. 그 동안 위 층에 살던 아주머니는 가끔 먹을 것도 문고리에 걸어주시곤 했다. 집에서 나올 때도 전세금도 잘 빼주셨다.




* 대학생에서 직장인이 되는 이 시기에 꼭 필요한 것은 월세와 전세에 사는 경험을 해보는 것이다.


대충 괜찮겠지, 알아서 해주겠지 하고 도장을 찍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철저하게 월세, 전세 계약을 공부해 보는 것이다.


* 그리고 또 한 가지 강력하게 추천하는 것은 대출을 받아보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직장이 안정적이지 않다면 대출을 받는 것이 어렵겠지만, 대출을 받고 갚아갈 수 있는 경우에는 갚을 수 있는 적정 금액을 대출 해 보기를 권한다.




당시 25살의 나는 3000만원을 대출받아 1년에 1000만원씩 3년동안 갚는 것이 목표였다.

그렇게 3년을 살고나니 대출을 모두 갚았고, 3500만원을 모았으며 매달 나가는 월세없이 살 수 있었다.


그건 굉장한 경험이었다! 가능할 것 같다고 생각만 했었는데 실제로 생각이 맞아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아, 이렇게 하면 되는거구나!




이때만 하더라도 서울에 아파트를 사겠다는 큰 꿈은 꾸지도 않았다. 하지만 되돌아보니 월세, 전세 계약을 직접 겪어본 것과, 작은 대출을 받고 갚아보는 경험이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부동산에서 대출은 떼어놓을 수 없는 부분인데 대출을 받는다는 자체에 부담을 가지고, 대출을 받는 것이 심지어 '나쁜 것' 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은행에서는 대출을 갚을 능력이 없다면 내어주지도 않는다. 그러니 대출을 받는 정확한 이유가 있다면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대출이 부담스러운 경우에는 작은 대출을 받아서 갚아보는 경험이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지방 사람들이 서울을 '내 동네'로 느끼기 위해서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을 적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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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UnsplashYohan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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