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인정해 준 '소설가'가 되다.
함께 책을 냈던 지인이 청소년문학 부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신나게 축하해주고 있는데 지인이 네이버에 '인물등록'이 되어있는 것이다. 그래서 혹시나 나도 될까 싶어서 네이버 인물등록을 신청했다.
신청하는 방법은 쉬웠다. 직업을 선택하고 직업을 증명할 수 있는 경력을 인터넷 주소로 넣으면 된다. 신청을 하고 3일쯤 지났을까. 알림이 왔다. 그렇게 내 직업은 '소설가'가 되었다.
등록 신청한 정보는 두 가지이다. 2017년에 받았던 제11회 해양문학상 대상. 6명이 함께 묶어서 책을 낸 단편소설집 한 권. 이 두 가지 정보로 네이버는 나를 '소설가'로 등록시켜 주었다.
등록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머릿속을 스치는 수많은 생각들이 지나갔다.
네이버가 등록해 주면 나는 진짜 소설가가 되는 건가? 나는 언제부터 소설가였을까? 아니 언제부터 작가였을까?
보통 작가지망생들이 글을 쓰면서 생각하길. '등단'을 하면 작가가 된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등단을 안 해도 책을 내고 공모전에 도전할 수도 있어서. '문학상을 수상'하면 작가가 된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책을 내면' 작가가 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브런치에 글을 쓰는 나는 작가가 아닐까?
과연 무엇이 나를 '작가'로 만들어 주는 걸까?
김영하 작가가 말하길 작가는 '글을 쓰는 행위'를 하는 바로 그 사람을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 누군가는 이렇게 물을 것이다.
"글은 누구나 쓸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럼 모두 다 작가게요?"
중요한 건, 등단을 하고도, 상을 받고도, 책을 내고도 글을 안 쓰면 작가라는 직업은 거기에서 중단된다는 것이다. 글을 쓰는 사람일 때, 작가가 된다.
네이버에 '소설가'라고 등록하기 전에도 글을 쓰는 삶을 살아왔다. 긴 시간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도 했고, 동화며 단편소설을 써내기도 했다.
그러나 직업을 '작가'라고 하기에는 결과물이 없으니 스스로 당당하지 못했던 것 같다.
심지어는 해양문학상을 탄 2017년 이후에도 '작가'라는 정체성은 정립이 되질 않았다. 상금을 받고 신문에 기사도 났지만 오히려 실망스러웠다. 나의 삶은 이전과 전혀 달라진 것이 없었던 것이다.
사람들과 함께 단편 소설집을 냈을 때도 그랬다. 이 세상에 책이 나왔다는 게 너무 재미있는 일이었지만 그 이후 나의 삶은 변하지 않았다. 그저 또 다른 책 한 권이 세상에 나왔을 뿐.
이 일들은 모두 내가 '초등교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을 때 했던 일이다.
그 시절 이미 네이버가 인물등록에 원하는 '소설가'의 기준을 얻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나 자신을 작가라고 당당하게 소개하지 못했다.
막상 네이버가 대놓고 나를 '소설가'라고 소개해주니 그동안 나 자신에게 당당하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나를 '작가'라고 여겨주지 않았구나. 나는 나를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구나.
내가 나 자신을 작가라고 여기는 것만큼 중요한 건 없는데. 네이버가 뭐라고 생각하던 내가 나를 작가라고 여기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인데 말이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나를 소설가로 대우해 주기로 했다.
내가 글을 쓰는 일은 작품을 집필하는 일이고, 나는 소설가로서 충분한 집필 시간을 가질 권리가 있다. 매우 당당하게 작품 집필을 해도 된다는 것!
직업이 소설가고, 글을 쓰는 게 내 '일'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진지하게 글쓰기에 임하고 있다고 말이다.
그렇게 나 자신을 '소설가'라고 진심으로 믿는 순간 나는 그 누가 뭐라고 하던지 소설가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브런치 작가라면, 오늘부터 자신을 작가라고 믿고 진지하게 대우해 보는 건 어떨까?
그 순간 당신은 진정한 작가로서의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니.
* 사진: Unsplash의Toa Heftib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