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사랑
‘모든’ 결정을 내릴 때
중심되는 질문은
“사랑은 지금 무엇을 하려 하는가?”이다.
자신을 사랑하고,
영향받거나 관련된
모든 사람을 사랑하라.
신과 나눈 이야기 2 <닐 도날드 월쉬>
한동안 늦은 밤이면 어머니로부터 문자가 왔다. 아침이 되어서야 그 문자를 확인한 나는 엄마가 보낸 문자의 의미를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리고 짜증이 확 솟구쳤다. 과거의 일은 과거의 일일 뿐 아직도 그것을 붙잡고 사는 어머니가 너무나 짜증 났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딸인 나는 생각했다. 엄마가 미안해보다 사랑해라고 말해주면 더 좋겠다고, 죄책감에 휩싸인 행동이 아니라 사랑이 가득한 행동으로 날 대해줬으면 좋겠다고. 지나 온 과거는 그 공간 속에 두고, 현재 속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따뜻하게 웃어줬으면 좋겠다고, 그냥 이제는 그게 다인 사이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나는 우리 모녀 사이가 지금에 서 있기를 바랐다. 그냥 조건 없이 따뜻한 사이가 되어있기를 소망했다.
예린이가 아파
몇 개월 전쯤, 명절 연휴 일주일 전에 미리 본가에 모이자고 약속했던 동생으로부터 급하게 연락이 왔다. 몇 달 전 태어난 조카가 계속 토를 해서 병원을 다녀왔는데, 병원에서는 한참 유행 중인 노로바이러스 때문인지, 아니면 장염 때문인지 이유를 알 수 없으니 일단 약을 먹여보고 경과를 지켜보자 했다고, 문자로 전해지는 동생의 말투에서 초조함이 느껴졌다. 혹여 아침에 먹인 계란 때문에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난 건 아닌지, 동생은 여러 추측을 해 보이며 제 어린 딸의 원인 모를 구토 증상에 발을 동동 거리며 걱정이 한가득인 것 같았다.
그 말을 듣고 나자 나도 며칠 전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일주일 전쯤 내가 기르는 강아지들이 번갈아가며 아팠던 참이었다. 뭘 잘못 먹인 건지, 구토와 설사증세가 사흘은 지속되었다. 사료를 잘 먹지 않아 종종 공복토를 하거나 신경 써서 조리한 음식을 먹여도 종종 설사를 하는 면역력이 약한 어린 강아지들인지라 첫날에는 사실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증상이 이틀 간은 지속되니 슬슬 걱정이 되고 마음이 심란해지기 시작했다.
이틀째부터 강아지의 설사는 묽어졌고, 빨간 점액이 섞여 나오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병원을 바로 방문하지 않았던 건 강아지의 활력이 나쁘지는 않아 자연스레 회복할지 모른다는 기대를 품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강아지가 스스로 물을 끊임없이 먹어주었기에 상황이 매우 나쁘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삼일째 아침이 밝자마자 나는 강아지를 데리고 부랴부랴 동물 병원을 찾았다. 주사 두 대와 삼 일 치 약을 처방받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약을 먹인 후부터 즉시 강아지의 설사 증상이 가라앉았다. 그리고 강아지는 곧 구토와 설사를 멈추고 건강을 완전히 되찾았다.
강아지가 아플 동안, 나의 마음은 그보다 더 아팠다. 혹시 죽으면 어쩔까 하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까지 생각이 미치자 심장이 콩닥거리고, 편히 있을 수가 없었다. 나는 종종거리며 수시로 강아지를 들여다보며 속으로는 끊임없이 기도를 했다. ‘우리 강아지 어서 낫게 해 주세요!!‘
또 강아지가 아픈 것이 제대로 돌보지 못한 내 탓인 것만 같아서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내가 손댈 수 없는 영역까지 내 탓인 양 마음을 졸일 뿐이었다. 어쩌면 동생도 그런 마음이었을까?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이란 그런 것일까? 사랑하는 대상을 바라보는 마음은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일까? 그리고... 신도 나를 그렇게 보고 계실까?
나는 비록, 그래 누군가는 이해하지 못한 채 말하곤 하는 고작 강아지를 키우는 엄마이지만, 그 마음마저 다르다고 할 수 있는 걸까?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오랫동안 내 안에 머물다 갔다.
아마도 사랑은 그렇게 어느 곳에서나 머물다가는 것 같았다. 그걸 아는 건 전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때때로 사랑을 앞선 죄책감이 그 마음을 가리곤 했다.
그래서 나는 알았다. 어느 날 불쑥불쑥 날아든 어머니의 메시지가 그런 마음으로 인한 거였다는 걸.
하지만 역시나 나는 생각했다. 나와 내 동생과 내 어머니와, 그리고 모든 우리에게 언제나 진정으로 도움 되는 생각은 단지 이것뿐이라는 걸.
어떻게 사랑을 줄지 세심히 관찰하고 진지하게 고민하여 상대에게 하나하나 소중하게 내어놓는 것
내가 알기로,
내가 바라는 사랑은 그런 것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