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아이들
'동산 위에 둥근달 떠오르면
우리 집에 떡잔치 벌일래요.
엄마 아빠 언니 오빠 모여 앉아서
우리 집에 떡잔치 벌일래요.'
이렇게 가사를 짓고는 음을 붙여서 아이들과 종종 불렀다.
막내가 막 말을 배워서 한 두 마디쯤 할 때였다.
"아빠도 엄마도 언니도 오빠도 있는데 왜 나는 없어?"
그러자 위로 두 아이들이 말했다.
"이 노래는 네가 부르는 거야. 그러니까 넌 노래하는 사람이니 없지?"
"그래도 없는 건 싫어. 나도 넣어줘."
그러던 막내가 노래를 이해할 때쯤 캠핑이 한창 유행처럼 시골에도 번져갔다. 주말을 지내고 다시 등교한 월요일밤이 되면 조심스러운 요구와 항의 목소리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튀어나왔다.
"가자, 가보자, 우리도 캠핑 가자~~~"
맙소사! 다.
효자에다 집돌이 남편은 자기 일터인 들과 집 주변만 맴돌아도 원가족들을 수시로 보니 어디 떠나는 것 자체를 싫어했다.
공적이면서 동시에 사적인 외출로 일을 쉬는 날은 아이들 운동회에 시부모님과 함께 나서는 게 전부였다.
여름 방학이 다가오자 아이들은 날마다 졸랐다. 막내는 뭔지 모르지만 좋다는 말에 덩달아 합세해서 끈질기게 말했다.
"텐트 치고 그 옆에서 라면 끓여 먹으면 집에서 먹는 거보다 훨씬 맛있다잖아. 감자 구워 먹어도 되고 ,,"
" 그거는 집에서 맨날 먹는데 편하게 앉아서 먹지, 어디를 가겠다고 떼를 쓰냐?"
하던 남편도 끈기라면 시댁근성을 어느 정도 물려받은 아이들 등살에 손을 들었던지 어느 날 집 거실에 낯선 물건이 보였다.
"옛다. 텐트 빌려왔다. 맘대로 폼 잡아봐라 , 나는 멀리는 못 간다."
조르기는 해도 될지 안 될지 갸웃하던 아이들은 신이 나서 껑충껑충 뛰며 소리를 질렀다.
곧장 마당에다 펼쳤다. 그날부터 마당에서 냄비밥을 해 먹고 텐트 속에서 잠을 잤다.
며칠을 그리 지내는 것을 본 남편이 아이들에게 다른 제안을 했다.
차 타고 멀리 갈 시간은 없지만 뒷산은 갈 수 있어."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난리가 났다.
아이들하고만 해보는 캠핑 장소로 남편이 정한 곳은 다름 아닌 윗대 산소옆이었다. 첫날밤을 보낸 아이들 반응이 각각 이었다.
'안 하는 것보단 낫지.' 하는 애와 달리 일어나 보니 무덤 옆이라 좀 무서웠다는 말을 하는 아이도 있었다.
애들을 더 자게 놔두고 남편 혼자 내려와 착유작업을 한 뒤에야 도시락 같은 밥을 들고 다시 산으로 올라갔다. 몸이 개운치 않았던 난 해가 중천에 뜨서야 올라가 본 가족 첫 야외캠핑 장소가 어디인지 실감했다.
이튿날은 좀 더 편편한 곳으로 옮겨두고 일하러 내려왔다가 밥을 준비해 다시 올라갔다. 그렇게 이박을 했다는 이야기는 발 없이도 조금씩 퍼져 나갔다.
아빠가 특이한 것인지 아이들이 씩씩한 건지 모르겠다던 그 캠핑도 다음 해엔 마당에서만 이루어졌다. 대신 먹을 것을 싸들고 더 깊은 골짜기 계곡으로 물놀이를 가는데 재미를 붙이면서 자연히 잊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