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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o Nov 14. 2023

때로는 욕심이 좋은 출발이 되기도 한다 :)

작은 베란다 정원의 시작


요즘 아파트는 베란다를 크게 만들지 않는가 보았다.

지난여름 새로 이사한 아파트에는, 안방에 작은 베란다 하나가 딸려있었다.

딱 한 평의 작은 베란다.    

 

처음에는 이랬다.

그저 베란다가 있기에 이사하면서 데리고 온 식물 몇 개를 두었다.

(나의 오랜 사랑 란타나와, 이 베란다 정원의 처음 시작이 되어준 꽃기린이 있다)    

      

그런데, 이 집에 해가 너무 잘 드는 거다!

이전엔  해가 짧은 남동향 집에서만 살아봤기 때문에, 남서향 집에서는 해가 길게 든다는 게 행운처럼 느껴졌다.

     

나의 사랑 멍뭉이(이름은 두부)가 해를 받으며 엎드려 있는 모습

  

그래서 시작되었다.

한평 베란다 정원.     


남서향 베란다니까 해도 잘 들고, 문을 열어 바람도 쐬줄 수 있고,

급수대도 있어 정원에 필요한 물도 해결되니 이건 뭐... 조건이 너무 들어맞지 않은가?     


누가 말리지는 않았지만,

섣부른 욕심으로 괜한 짓을 벌이는 게 아닐까 싶어 스스로가 납득할 시간이 필요했다.     

나이가 들면서, 필요 없는 짐은 더 이상 늘리지 말아야 한다는 나름의 생각도 있었고.

식물도 생명이니까, 애정을 가지고 키우다 저 세상으로 가버리면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경험도 여러 번 있었다.

그러니 분명 쉽게 시작할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이렇게 해가 잘 드는데, 나는 햇빛에 비치는 식물멍도 많이 좋아하는데...

점점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을 기회도 적어지는데...

해도 되는 이유를 애써 찾아내며 당위를 만들어 시작해 버린 일.    

 

결국은, 이렇게 볼 수 있게 되었다.

해가 잘 드는 베란다 정원의 식물들을~                

         




가끔, 아니 자주.

욕심이 부르는 일은 따라가지 말아야 한다고 내면의 어른인 내가 말한다.

? 욕심은 꼭 나쁘기만 한 건가? 골똘히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행복을 위해서 욕심을 따라간다면, 그 또한 행복하려는 노력이 아닐까? 하고 스스로 결론을 내어보기도 한다.     


결국, 지난여름 나는 한평 베란다 정원을 가지려는 욕심을 냈다.

작은 베란다 정원을 꾸미고 궁리하면서 기쁘게 베란다를 하나씩 채워나갔다.

물을 주고, 시든 잎을 떼어내고, 해를 더 받아야 할 화분들을 이리저리 움직이다 보면 한 시간이 훌쩍 지났다.

이렇게 작은 공간을 돌보는데도 말이다.     


가을이 되니, 처음의 베란다와 비교해 이건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이 들 만큼 맘에 드는 공간이 되어있었다. 해가 들면 머물고 싶은 초록의 공간. 잠시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 찾아 쉴 수 있는 곳.

그러니 이곳에 그저 빨래만 말렸다면 후회했을 거 같잖아~!

초록잎에 해를 받으면 꽃만큼이나 어여쁘다



해가 잘 드는 베란다 정원을 보고 있으면,

마치 내 새끼 입에 귀한 것이 들어가듯 기분이 좋다.

가드너들의 행복이 그러하듯, 나도 커피를 한잔 들고 베란다에 앉아 초록의 생명들을 꼼꼼히 들여다본다.

해가 잘 드는 시간이라면 더욱 행복한 것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한편, 날마다 다짐도 한다.

더 이상은 개수를 늘리지 말자. 그건 욕심이야. 난 여기까지만 잘 유지하면 돼.       






             

처음 시작은 욕심일까 생각이 들었지만, 나에게 행복한 공간이 되어준 한평 베란다 정원.

때로는 어떤 욕심을 따라가 보는 것도, 좋은 출발이 될 수 있다.

그게 우리에게 행복을 주는 일이 된다면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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