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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o Nov 14. 2023

늦게 찾아온 꽃 : 란타나

저마다 자신만의 속도가 있다

란타나는 꽃인심이 후하기로 유명하다.

꽃도 잘 내어주고, 까탈스럽지 않으며, 한번 꽃이 피면 화려한 모습에 반하게 되는 식물.  

   

이전에 살던 집은 남동향이었는데, 해가 길게 들지 않아 란타나 꽃 한 송이를 보려면 애가 탔다.

어렵게 꽃을 맺어도 겨우 한 두 송이가 매달렸다.

아니면 해거리를 해서 꽃을  아예 안 보여준 해도 있었다. ㅜㅜ     


끈기 있게 기다리는 걸 잘 못하는 나로서는, 그런 란타나 꽃을 기다리는 일이 여간 고된 일이 아니었다.

그런 내가 새집으로 이사하면서 웬만하면 모든 걸 정리하고 나눔 했음에도,

꽃도 잘 안 보여주던 란타나만은 그대로 데리고 오고 싶었다.     


베란다 정원의 시작이 된 새집의 남서향 베란다.

... 여기라면 란타나가 제법 꽃을 보여줄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한여름에 이사를 했으니,

(보통의 란타나는 이미 다 만개한 계절이었는데)

내 베란다에서 란타나는 여름 내 초록잎만 무성했다.     

그래도 나는 일어나면 바로 베란다에 인사하고, 퇴근하면 다시 찾아 문안을 드렸다. ^^

날마다 끊임없는 내 애정을 베란다 정원에 표현했다.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오려는 시절. 9월 끝자락.

올해도 꽃을 안보여주고 끝나려나, 그래도 상관없다 할 때.

콩알만 한 란타나 꽃망울을 발견했다.

    

( 2023.9.28 ) 잘 보이는 크기가 아니어서 몇 번을 눈을 씻고 확인했다 ㅎㅎ


대여섯 개의 가지마다 어김없이 눈곱만 한 꽃망울 두 개씩을 매달고 있는 녀석을 보고,

기다림에 보답을 받은 것 같아 얼마나 기뻤는지...


( 2023.10.14 ) 확신의 꽃망울

뭐랄까.

간절히 원하면, 간절히 기다리면 되는 거구나 싶은 뭉클한 감동 같은 것이 있었다.

겨우 란타나를 만나면서 그렇게 호들갑이냐 싶지만, 내 마음은 실제로 그랬다.     


꽃망울을 확인한 날 이후로는,

말할 것도 없이 꽃망울을 지켜보는 것이 주된 일과가 되었다.

과연 며칠이 지나 꽃을 보여줄지, 노란 꽃잎이 언제 나타날지, 즐거운 마음으로 지켜보기!

기다리는 일이야 말로 초보가드너가 가져야 할 덕목이니까!     


결국, 피었다. 란타나는! ^^


10월 한달간 란타나의 변화하는 모습이다



이쯤 되니, 한여름 베란다 한편에서 꽃은커녕 초록색잎으로 일관하던 녀석을 무던히 기다린 나를

칭찬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좀 늦었지만, 11월 나의 베란다에는 란타나가 주인공이다.



좀 늦으면 어떠리. 저마다 자신만의 속도로 꽃을 피우기만 한다면 말이다.

그리하여, 오늘의 베란다는 란타나와 함께!





꽃도 잘 피지 않던 란타나를 그동안 처분하지 못했던 이유는,

아직 제 길을 찾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내 딸을 보듯 여겼던 속마음이 있어서였다.     


그 란타나가 새 집에 와서 저렇게 흥청망청 꽃을 내었을 때, 나는 또 나도 모르게 작은 딸을 응원했다.

그게 언제여도 상관없으니 너만의 속도로 꽃을 피워내길 나는 언제나 응원하고 있어.

내가 할 일은 응원하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일.

포기하지 않는 마음으로 물을 주고 애정을 주는 일.

저마다 자신만의 속도로 꽃을 피울 거라 믿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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