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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래하는 짱쌤 Oct 27. 2022

욱하는 부모 & 욱하는 아이

한 아이의 부모가 화를 못이겨 씩씩거리며 학교를 쫒아왔다.  

아이의 돌봄교실이 안되었는데 돌봄 교사의 잘못된 안내 때문이라며 그 책임을 담당교사에게 돌리며 화를 냈다. 부모가 녹음한 파일을 들어보니 담당 교사는 잘 안내를 했고 신청자가 많았고 기준에 따라 안된 것이었다. 


 돌봄 신청서를 기한내에 내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을 꼬투리를 잡은 듯 그동안의 서운한 점을 부모가 돌아가며 언성을 높이며 이야기했다. 부모가 막무가내여서 교장실에서 부모를 만났다. 

엄청 화가 난 상태로 들어왔으며 엄마가 막무가내로 담당교사 핑계를 대며 화를 쏟아부었다. 


그동안 아이가 유치원에서 겪은 일이며 유치원 학부모들 등쌀에 유치원을 2번이나 옮겼고 그 때문에 연고도 없는 이 학교로 전학을 왔다고 했다.

“저런, 그런 일들이 있었네요. 그동안 마음이 힘드셨겠어요.”라고 했더니 약간 진정되는 듯 했다.


그런데 듣고 있던 담당부장이 조목조목 의견에 반박하자 갑자기 교사에게 욕을 했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던 나도 깜짝 놀랐다 

“어머님, 이 문제는 그냥 지나칠 수 없네요..교사에게 욕을 한 것은 사과하세요.(단호하게) 사과하셨으면 좋겠어요!!” 했더니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더니 남편을 향해 “너도 나와. 말 같지도 않은 얘기를 뭘 듣고 있어!!” 하며 교장실 문을 꽝!! 하고 세게 닫고는 나가버렸다.      


  남편은 아내의 행동에 잠시 당황하더니 “아이 엄마가 성격이 불같아서요” 라며 남편은 진정되었는지 아이의 문제를 귀담아듣기 시작했다. 

복도에서는 엄마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그런 애길 뭐하러 듣고 있어. 빨리 나와, 안 나와?”하며 남편을 향해 소리쳤다. “아버님 오늘은 이만 끝내고 가시는게 좋겠어요. 제안해주신 학급 동행 문제는 교사와 상의하고 답변을 드릴께요.”하고 돌려보냈다.

 



 화를 내며 학교로 쫒아오는 사람은 많아도 ’교사에게 욕을 하는 경우‘는 처음이라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다.   

부모와 이야기를 하며 느낀 점은 부모가 모두 불같은 성격으로 특히 엄마는 자주 화를 내고 사용하는 언어나 행동, 태도가 너무 심하고 지나쳤다. 


화가 나면 대상을 가리지 않고 욕을 하고 말꼬리를 잡고 화를 내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관철시키려고만 하니 대화가 되지 않았다. 자신의 입장만 집중해서 이야기 하니 소통이 될리 없었다.

문제는 화를 참지 못하고 자주 화를 내고 욕을 하는 부모의 모습을 늘상 지켜보는 아이 M이였다.      


 역시 M도 학교에서의 행동은 수업 시간에 튀는 과잉행동으로 주의를 끌고 교사가 수업 방해가 되어 도저히 수업을 진행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아이들과의 사이에서도 먼저 가서 시비를 거는 사소한 갈등을 시작으로 하는데 큰 싸움으로 번지는 바람에 학부모들로 부터 원성이 자자하다고 했다. 교장실에서 엄마에게서 들었던 내용이 반복되고 있었다.      


하교 후에도 돌봄 교실로 학원을 가도 학교에서와 같은 일들이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아침 등교 맞이를 하면서 교문 뒤쪽에서 한참 동안 컴퓨터 게임하느라 들어오지 않던 아이가 M이었다는 것도 나중에 알게 되었다.       

 

가정에서 지나치게 자주 혼나거나 엄마 아빠가 자주 싸우거나 강압적이면 아이 안에도 화가 많다. 부모도 화가 조절이 안되면 아이도 화가 많고 조절이 잘 안 된다. 감정적인 감내력이 떨어져 쉽게 분노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자기가 발단이 되어 부모가 싸우고 있다는 것을 아이들도 눈치가 있어서 다 안다. 이 상황에서 아이는 뭔가 감정적인 갈등이 있거나 의견 대립이 있을 때 대화를 통해 타협해 나가기보다 사소한 일이어도 크게 다투게 되는 과정을 그대로 배운다. 

 


 

 가정에서 부모가 쉽게 ’욱‘하는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는 불편한 감정이 생겼을 때 ’버럭‘하는 모습으로 표현하는 것을 은연중에 학습한다.  역시 부모에게서 대물림되는 것이다.      


 ’엄마가 학급에서의 아이의 행동을 몇 주간 지켜보면 안 되겠느냐‘고 부탁한 사항을 교사와 상의하고 곧 연락을 드렸다. 다음 날부터 교사와 협의하에 M의 부모가 제안한 학급에서의 아이 관찰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어제보다는 다소 풀이 죽은 모습으로 등교를 하고 담임교사에게 어제 일을 사과하고 학급에서의 아이의 행동을 관찰하게 되었다. 


담임교사에 의하면 첫 날은 ’아이가 책을 펴놓지 않으면 교실에 들어와서 책을 펴주기도 하고 수업 중에는 똑바로 앉으라고 하더니 3일 만에 그만두겠다고 담임교사에게 말하였다. 

자신이 보기에도 다른 아이들과 아이의 행동을 비교해보면서 깨달은 것이 많은 듯 보였다.      


복도를 지나면서 복도에 서있는 M의 엄마를 보았다.

가까이 다가가서 “안녕하세요? 좀 어떠세요?”라고 말을 걸었더니 그냥 웃음으로 대답했다. 교장실에서 욕을 하고 화가 나서 노발대발하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아이를 걱정하는한 아이의 엄마였다. 


복도에 서서 “너무 조급해 하지 마세요. 오늘 학교에서 보셨던 이야기를 아이와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하면서 소통해보기를 권했다. 그리고 엄마의 말과 행동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명히 알려주었다.

     

어느 날 퇴근 무렵 학교로 학부모가 화를 내며 ‘교장 선생님’을 만나고 싶다는 전화를 교무부장이 받았는데 “어머님, 지금 화가 많이 나셨는네 이 상태로 교장 선생님을 만나도 괜찮으시겠어요? 라고 물었다고 한다.

그러더니 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럼 내일 다시 전화드릴께요“ ”교장 선생님이 내일도 학교에 계시니 언제든 오세요“라고 했다고 나에게 전했다. 


물론 며칠이 지나서 현명한 학부모를 만났고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드렸다.     

이처럼 내가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화를 이어 나가면 상대방은 방어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기 쉽다. 

결국 서로를 공격하게 되므로 의견을 조율하거나 맞춰나가기도 어렵다. 그러므로 화가 났을 땐 대화에서 한발 물러나 자신의 화부터 조절하는 일이 급선무이다. 




 그렇다면 화를 조절하는 방법은 뭘까?     


1. 화났다고 말한 뒤 시간을 요청하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며 조절하는 방법으로 ‘화가났다.’ 는 것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다. 화가 나려고 할 때는 그것을 인지하고 직접적으로 부모의 감정 상황을 알리는 것이 좋다. 

 "네가 잘못한 일 때문에 내가 지금 화가 나" 라고 말하고 내가 감정적으로 조절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아이에게 ”엄마, 물 한잔 마시고 이야기 하자“ 이렇게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하면 아이도 이해할 것이다. 엄마도 사람인지라 감정 조절이 잘되지 않기 때문에 화가 난다. 엄마가 현재 자신의 감정이 불안정하다고 느낄 때는 아이를 야단치지 않아야 한다. 야단을 칠 일이 있어도 이후로 미루는 것이 좋다. 

감정은 순간적으로 폭발했다가 다시 가라앉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현재의 상태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이 현명하다. 


2. 장소 옮기기

우리가 화를 낼 때 아이의 문제 행동에 꾸중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부모의 감정을 실어서 표출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아야 한다. 분노, 화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다루는 호르몬이 최고조까지 15초가 걸린다고 한다. 15초만 참으면 조금은 가라앉으니 15초 동안이라도 그 자리를 떠나 감정을 식힐 수 있으면 좋다. 

물을 마시던지, 손을 씻으려 화장실에 다녀오던지 나름대로 방법을 강구하여 화가 날 때는 한번 해보기를 권한다.


3. 아이에게 화를 냈을 때는 반드시 사과하기 

 사실 ‘분노’란 인간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감정이다. 

많은 엄마들이 아이에게 화풀이로 심하게 혼내거나 야단친 후 곧바로 밀려드는 죄책감 및 아이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후회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에게 화를 폭발시켰다고 ‘나는 나쁜 엄마야’라고 필요 없는 죄책감에 빠질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이미 입은 심리적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이와 더불어서 아이에게 사과하는 것이다.  만일 사과하지 않고 그냥 넘어간다면, 아이가 입은 상처는 영원히 아이의 마음속에 흉터로 남아 있을 것이다. 엄마의 입장에서도 남아 있는 부정적 감정을 해소함으로써 이다음의 육아를 더욱 자신감 있고 즐거운 마음으로 해나갈 수 있다.      


 화를 조절하는 일은 어렵다. 사랑하는 아이를 대할 때라도 사람이기에 욱하는 마음이 말과 행동으로 나타나는 순간을 맞이하기도 한다. 심지어 가족에게 화를 더 조절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내가 배려하지 않아도 상대방은 나의 끓어오르는 감정을 모두 받아줄 것이고 사이가 쉽게 끊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소중한 관계일수록 화를 조절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화를 조절하는 연습이 쌓여야 감정을 더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고 소중한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실수를 막을 수 있다. 아이의 눈에도 노력하는 엄마의 모습이 보일 것이다. 그 모습만으로도 아이의 화는 조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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