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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켸빈 Oct 07. 2021

다시 또! 대학 복학

대학을 다니는 취업 포기생의 심정


 대학생이란 돈이 많이, 생각보다 정말 많이 필요한 직업이다. 기본적으로 교통비, 식비, 커피값 부터 시작한다. 거기에 디자인 전공생은 보통 이상의 성능을 가진 노트북이 필수다. 각종 전공 서적 구매와 인쇄, 제본 비용, 재료비용은 덤이다. 또 견문을 넓히기 위한 각종 전시회, 박람회 관람 비용에 품위 유지비(!). 일부 여성 대학생들에겐 적지 않은 꾸밈 노동 비용까지 추가된다. 대출금으로 차곡차곡 쌓이는 태산 같은 등록금은 생각도 하기싫어서 그냥 무시해 버린다.      


 아, 매일 매일이 그냥 공허한 꿈속을 헤엄치는 기분이었다. 심지어 나는 3년 휴학한 복학생인데다가 자발적(?) 아싸였기 때문에 더욱 그랬던 것 같다. 다들 잘 스며들어서 사는 것 같은데, 나는 취업을 위해서 이 돈들을(그리고 시간을) 쓰는 걸까? 나는 지금 무슨 짓을 하며 살고 있는 걸까? 나는 내 전공으로 취업할 생각이 애초부터 전혀 없었다. 이런 내가 대체 왜 대학을 왔을까? 아버지가 가한 대학 입학에 대한 굉장한 압박. 허망하지만 어찌 보면 그게 대학을 선택한 이유의 전부다.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발표가 끔찍하게 싫었다. 그러나 교수님이 나를 ‘아픈 친구’ 로 정의한 것을 들었던 사람들이 이 자리에 없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발표는 어느 정도 할 만 했다. 전부 모르는 얼굴들이었으니까. 그래서일까, 복학 첫 학기는 평점 4.3 이라는 좋은 결과를 얻었다. 하지만 종강 직후 기가 빨릴 대로 빨려버렸다.          

 그래서 다음 학기에는 전공 발표 수업을 두어 개만 넣고 나머지는 내가 듣고 싶은 교양 수업만 싹 신청해 버렸다. 그 학기는 참 숨통이 트였었다. 인문학, 예술사, 우리가 살아오고 살아 갈 이야기들, 손에 잡히지 않는 가치 등에 대해 많은 생각들을 할 수 있었다. 또, 어느 학기는 충동적으로 패션 디자인과 부전공 신청을 했다. 섣부른 선택에 문제는 즉시 발생했다. 패션 디자인과의 1학년 기초 필수 수업은 내가 부전공생으로서 채워야 하는 전공 학점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즉, 기초도 없이 2학년 수업들에 참여하게 된 것.   

  

 옷을 좋아하지만 천재가 아닌 내가 결코 좋은 결과를 만들 수는 없었다. (재봉틀과 수편기는 정말 다루기 어려운 장비다. 손바느질과 뜨개질이 더 나을 정도.) 결국 패션 디자인과 졸업 작품 시즌에 이르러 나는 과감하게 부전공을 포기했다. 중학교 가정 시간에 만드는 고무줄 바지 정도의 실력으로 어떻게 졸업 작품을 내겠느냐. 이런 짓들을 한 덕에 나는 1년이라는 학기와 학비를 연장해서 주전공 수업들을 몰아 듣는 재미있는 결과를 얻는다.     


 이렇게 휴학 3년, 연장 학기 1년을 보내고 나는 사회적으로 ‘적지 않은’ 나이로 졸업을 맞이했다. 10학번이지만 2018년에 졸업한 8학년생. 취업은 나이 싸움이라고도 한다. 나는 8년의 시간동안 나름 자잘한 경험들을 했지만, 취업이라는 사회적 관문에 대해 어필할 번듯한 레퍼토리가 전혀 없었다. 물론 나를 잘 포장해서 꾸며낼 의지도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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