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가는 연인관계의 바탕은 뜨거움보다 따뜻한 애정으로
사랑한다는 말은 항상 왠지 온도가 뜨겁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다. 사랑은 열정과도 같은 어감을 같고 있고 쉽게 거스를 수 없는 본능적인 강한 이끌림이기 때문에 어떤 항변을 내가 늘어놓는다고한들 덜컥 교통사고처럼 찾아든 감정을 어떻게 쉽게 추스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가만히 이성으로 마음을 다잡으려고 해보아도 자연스럽게 상대가 가진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상대의 몸짓과 말투 하나하나에 마음이 설레고 걱정으로 잠을 설치기도 한다. 나의 풍경이 되어 나의 생각 속의 빈틈을 자리잡고 때때로 당신이라는 사람을 생각하면 그저 잘됐으면 좋겠다는 선한 마음, 때론 그 사람이 나로 인해 행복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런 소소한 마음이 일상이 되어 나의 평범함 속에 깃든다. 사랑 안에 지배욕이 강해지게 되면 상대의 리스트에 내가 없다는 사실로 인해 상대를 중심으로 생각이 지배된 나는 상대가 나없는 세상이라는 이유로 슬퍼했으면 좋겠다는 악랄한 심보와 질투까지 불러일으키는 경우도 보았다. 사랑은 통제하고 싶은 인간의 부분적 본성까지 가미하게 되면 상대의 세심한 행동 하나까지 나만의 명령기제에 맞추어 해석되고 그것 하나하나들을 수정하고 통제하려고 하는 욕구까지 작용하기도 한다. 기존의 연애와 사랑이라면 "~해야한다"라고 하는 일반적인 도식이 미디어나 사회 분위기등의 여파로 인해 일정 방향으로 고정되다시피한 현실에서 상대가 남자라면 여자라면 어떤 행동을 해주어야만 한다는 기대 심리가 어느 정도 깔려있기도 하다. 진짜 사랑한다는 것의 의미와 별개로 사람들의 기존 공식에 따르다보면 특히나 여성들 같은 경우 무언가 서로에게 특정한 요구를 하고 뻔한 답변을 이끌어내는 것을 통해 확인받아야 사랑이라는 행위를 하고 있구나, 라고 안심을 하는 것 같은 반응을 보이곤 한다. 남자보다 여자가 그런 미디어의 연애 공식이 내포한 특정 매뉴얼에 더 흥미를 갖고 하나의 유흥거리로 소비하는 경향이 높은 것은 여자가 드라마나 애절한 러브스토리에 자극을 받는 경우가 높아서이기도 하다. 그리고 여자는 남자가 사랑을 한다는 표면적인 사실 그것을 말로만 믿지 못하고 보다 정서에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남자에게 특정하게 기대하는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해주기를 원한다. 사랑을 끊임없이 확인받고 싶어하는 여자들의 마음은 때로 남자들로 하여금 마음 그 자체보다 여자가 환상으로 갖고 있는 매뉴얼의 욕망을 실현시켜주어야한다는 점으로 인해 피곤함을 불러일으킬 때도 있다. 그것은 남자의 사랑이 좀더 즉흥적이고 갑작스러운 사고처럼 본능에 이끌리듯이 강하게 타오르며 시작했던 것과 그런 남자의 적극적인 대시에 상대적으로 자신이 여성스러운 매력을 인정받은 것같아 여성이 자신에 대한 우월감을 느낌과 동시에 남자에게서 매력을 느끼며 점점 뜨겁게 달구어가는 과정에 놓이게 되는 과정과 겹치게 된다. 여성의 사랑은 남자보다 강렬하게 충돌하듯 다가오는 것은 아니지만 차근차근 열을 올리며 그 힘이 커지기 시작함과 동시에 사랑이라는 복잡한 마음 속에는 자신 스스로가 이성으로서 매력을 인정받았다는 자부심을 느끼고 싶어하는 욕망도 함께 쌓여가기도 하는 것이다.
나에 대하여 식어가는 열정과 싸늘해져 가는 표정으로 점점 멀어지는 듯한 냉기를 느꼈을 때 나는 비로소 사랑의 고통이란 사실상 사랑하는 마음 그 자체라기보다 사랑을 둘러싸고 생겨나는 부차적인 욕망들과 나라는 한 사람이 가진 수많은 모순투성이 상처들 내지 선입견들 때문에, 이것 역시 사람의 내면 세계가 깊숙이 열려지는 것이기 때문에, 나 자신을 처절하게 들여다보는 과정이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뜨겁게 타오르던 한여름의 태양이 지나간 후는 정말 춥게 느껴지는 밤이 찾아오곤 했다. 사랑이란 뜨겁게 상대에게 환상이 씌어지는 것과 같기 때문이고 나의 환상 속의 그대는 내가 사랑에 빠지게 한 결정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불변의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시간이 지나고 그 이면에 다른 속성들과 그림자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면서 내가 매력이라고 선택한 상대의 특징이 사실상 가변적이라면 내가 사실 사랑한 대상은 너무 사라지기 쉬운 물거품에 불과한 것임을 이후 깨닫게 된다. 상대를 사랑하기 위해 내가 빠져드는 매력이 무엇인지 보았을 때 결국 내가 어떤 사람인지 더욱 잘 알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나에게 상대를 이 세상의 전부만큼 커다랗게 보이게 하는 그 절대적인 마법의 힘이란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해보면 젊었을 때는 감성적이고 적당히 신경질적인 면모가 있는 사람이 예술가적 면모가 돋보이면서 마치 매순간을 달콤하게 해주는 당신이 위대한 예술가인 것처럼 사랑하고 그 낭만적인 분위기에 젖어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자기 감정에 잘 휘둘리고 어린 사람보다 변함없이 우직하고 한결같은 고목나무를 연상케 하는 그런 사람이 좋아지는 것을 보면 나의 상태에 따라 사랑에 빠지게 하는 매력도 역시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느 순간부터 사랑이라는 뜨거운 찰나의 충동이 과연 어떤 의미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되면서 그냥 보편적인 하나의 단어를 내가, 우리가, 크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도 해본다. 사랑한다는 마음이 뜨겁게 찾아올 수는 있지만 결국 그것의 충동의 시작은 자신의 환상을 부풀어오르게 하는 자신의 내면의 속성에 크게 달려있는 것이라면 좋아하는 서로의 감정을 길게 유지해나가는데 있어서 그 뜨거움이 밀려나고 그 충동을 일으키게 하는 다른 대상이 대체되어 나타난다고 할지라도 그 둘을 변치않게 하는 것은 결국 시간과 그 "정(情)"의 힘이다. 사랑은 한때 상대인 그 특정한 사람이 아니면 절대 안될 것처럼 상대에게 절대성을 부여하지만 그 고유명사가 다른 것으로 얼마든 대체될 수 있기도 한 것이 결국 매력의 가변성 때문인 것이고 얼마든지 둘만의 독무대가 꺠지고 새로운 만남으로 채워질 수 있는 것이 낭만을 찾는 우리에게 현실이라는 것이 서글프지만 냉정한 현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둘의 사랑이라는 환상은 언젠가 반드시 물거품의 속성상 사라져버리고 말테지만 사랑을 그 환상 이상으로 지탱해주는 것은, 정, 즉 애정의 힘으로 가능한 것이다. 사랑이 가진 환상의 속성, 허무함의 속상과 다르게 애정이란 그 사람과 그간 나의 귀하디 귀한 시간을 바쳐서 함께했기 때문에 기꺼이 그만큼 나를 그 상대에게 헌신하였다고 할 수 있는 증거이다. 그 시간만큼 내가 사랑이란 환상을 벗어나 그 사람 자체를 깊게 바라보고 그 사람을 위해 바친 정성, 그리고 한 사람을 깊게 알아가며 환상의 그늘에서 벗어나 오래오래 그 사람의 사계절을 보아왔기에 그 사람의 바이오리듬을 옆에서 느끼며 그 사람의 숨을 감지했던 순간순간의 켜켜이 쌓인 일지로 내면에 남아서 끈끈한 유대감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사랑과 애정의 그 첨예한 차이를 알고 상대를 사랑을 넘어 애정으로 지켜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는 바이다. 사랑 안에는 사랑이라는 거대해진 이유로 수많은 욕망을 투사하고 그 속에서 상대의 반응 하나하나에 내가 좌지우지되고 좌절하게도 되지만 애정은 내 삶에서 버릴 수 없는 가치로서 영원성을 동반하는데다가 나라는 존재를 구성함에 있어 그 영원의 조각은 소중한 것이기에 떼어내기 쉽지 않은 존재이고 그 앞에서 나는 속임수없이 나다움을 지켜갈 수 있기에 편안하다. 물론 그 애정도 지켜나가기 위해서 노력이 필요하지만 비바람 속에서 그 애정은 같이 비바람을 맞는 대상이 아니라 나와 당신, 우리를 막아주는 가림막이 되어주기 때문에 애정은 그만큼 사랑 이상의 가치가 있으면서 더 만들고 지켜내기 어려운 존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