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국제학교 말입니다
"너 정말 학원 안 다녀? 진짜?"
꼭 다녀야만 하는 걸까?
학기 초가 되면 우리 아이들이 친구들로부터 종종 듣는 말이다. 이어서 "와, 너네 엄마 진짜 최고다!"라는 말도 따라온다. 학원을 다니지 않는 것이 특이하게 보이는 현실 속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아이 친구들에게는 '멋진 엄마'가 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부모들의 시선은 조금 달랐다. 학원에 다니지 않는 우리 아이들은 친구들 사이에서 자유로운 시간을 가진다며 부러움을 받는 반면, 그로 인해 친구들 집에서는 "OO는 학원 안 다닌다는데, 난 왜 다녀야 해?"라는 항의를 듣게 되는 모양이었다. 한 번은 아이 친구 엄마가 "대체 언제까지 애들을 학원에 안 보낼 거예요?"라고 물었던 적도 있었다.
나는 초등학교 시절, 비슷한 또래 아이들이 모여 사는 빌라에서 자랐다. 학교가 끝나면 엄마가 운영하시던 공부방에서 잠깐 공부한 후, 바로 자유 시간이 주어졌다. 매일매일 고무줄놀이, 이어달리기, 피구, 숨바꼭질 등 밖에서 다양한 놀이를 즐겼고, 비가 오면 집에서 보드게임이나 카드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친구들과 함께 뛰놀고 수다를 떨며 보낸 그 시간들이 너무 소중하게 느껴졌다. 우리 아이들도 나처럼 즐겁고 자유로운 초등 시절을 보내기를 바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함께 놀 친구들이 없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우리가 사는 곳은 학군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이 친구들은 학교가 끝나면 학원으로 향하느라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사교육비, 얼마나 지출하나요?
치앙마이로 떠나기 전, 친구들과 모임을 가졌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들 교육 이야기가 시작되었고, 각자 자녀가 어떤 사교육을 받고 있는지 대화가 이어졌다. 흥미로운 점은, 친구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엄마들이 사교육에 대해 언급할 때 "우리 집은 정말 조금 보내는 거야. 다른 집들은 훨씬 많이 시켜"라는 말을 빠지지 않고 덧붙인다는 것이다. 학원을 조금 다니는 거라고 하지만, 대화를 종합해 보면 아이 한 명당 평균 80만 원 이상을 지출하고 있었다. 그 자리에 있던 결혼하지 않은 친구는 그 많은 비용을 어떻게 감당하느냐며, '이래서 아이 키우기 힘들다는 말이 나오는구나'라고 말했다.
학원비를 적게 쓴다는 말이 아이당 80만 원이라니, 보통은 100만 원 이상을 쓴다고들 했다. 그 이상 지출하는 집도 꽤 많다는 이야기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네이버 카페에 '아이 한 명당 사교육비 얼마나 쓰세요?'라는 질문에 수백 개의 댓글이 달리곤 한다. 그 댓글들을 보면 평균 100만 원이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그러면서도 주변보다 학원을 적게 보내는 거라고 말하는 엄마들의 심리는 뭘까? 남들처럼 많이 시키지 못해 아쉬운 걸까, 아니면 아이에게 충분히 해주지 못한다는 미안함일까? 아니면 적게 보내더라도 내 아이는 잘하고 있다는 은근한 자랑일까?
국제학교, 그들만의 리그만은 아니더라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들이 저학년 때부터 영어 학원을 필수로 다니게 하고, 영어 유치원에 보내는 경우도 많다. 영어 환경에서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싶지 않은 부모가 과연 얼마나 될까? 나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국제학교라는 단어를 들으면 떠오르는 막연히 높은 비용이 부담스러웠기에, 그들만의 리그라고 생각하며 관심 없는 척 지내왔을 뿐이다. 그런데 쿠알라룸푸르에서 3개월을 지내는 동안 알아보니 우리같이 평범한 가정도 마음만 먹으면 국제학교에 보낼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다. 학비가 월 50만 원 정도인 국제학교도 있었고, 찾아보면 그 이하도 있었다.
물론 아이의 학년에 따라 다르겠지만, 학원비 100만 원 정도로도 다닐 수 있는 학교들이 꽤 있었다. 국제학교 학비는 기본적으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높아지며, 원어민 선생님의 비율과 학교 시설의 퀄리티에 따라 달라진다. 물론 내 아이가 좋은 시설에서 원어민 선생님에게 배우면 좋겠지만, 각자의 경제적 상황에 맞춰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었다. 국내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국제학교 학비도 해외로 눈을 돌리면 '영어 환경 노출'이라는 관점에서 가성비 좋은 학교를 찾을 수 있었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있지만, 그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도 그렇게 손품을 팔아 찾아낸 결과였다.
해외 국제학교, 그래서 좋은가?
아이들이 치앙마이 국제학교에 다닌 지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우리 가족은 모두 만족하고 있다. 처음에는 1년만 생각하고 왔지만, 이제는 좀 더 머물기로 결정한 상태다. 국제학교에 보내는 부모들의 기대치는 각자 다르고, 아이들도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일 수 있다. 누군가는 만족하는 학교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불만족스러울 수 있다. 학교마다 커리큘럼과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 아이의 성향에 맞는 학교를 찾는 일이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동안 아이들의 성장과 변화가 눈에 보일 정도로 뚜렷했다.
한국의 교육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탓인지, 한국을 떠나면 늘 자유와 묘한 해방감이 느껴졌다. 심리적으로 편안하고 안정감을 갖게 되는 기분이다.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며 잘 지내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그저 기특하고 감사한 마음뿐이다. 내가 국제학교 경험이 없다 보니 아이들에게 직접 조언하거나 가이드해 줄 수 있는 것도 없었다. 그저 아이들에게 믿고 맡길 수밖에 없었고, 한 발 떨어져서 아이들이 스스로 해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응원하는 지금이 좋다.
가장 좋은 것은, 자신의 관심사를 탐색할 수 있는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다. 한국에서의 교육 환경에서는 아이들이 학업에 치중하느라 자신의 관심사나 취미를 발견할 시간이 부족하다. 아이들은 방과 후에 학원을 오가고 학원 숙제를 해야하기 때문에 여유가 없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방과 후 시간을 여유롭게 자신만의 흥미를 찾아가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이 여유는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배우고 성장할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야말로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