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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여선 소설_각각의 계절 中

어디로든 들어온다는 것의 의미

by 너울

오늘의 문장은 권여선 소설집 <각각의 계절>에 수록된 '사슴벌레식 문답'에서 발췌하였다. 이 소설은 인간의 대와 갈등, 상실에 대하여 '사슴벌레식 문답'으로 대변되는 인간 심리를 섬세하게 다루었다. '사슴벌레식 문답'은 '사슴벌레는 어디로든 들어와' , '어떻게든 살아'와 같은 방식의 대화로 일상의 복잡한 질문을 의젓하고 단순하게 받아들이는 태도를 이야기함으로써 연함과 무심함 속 숨은 복잡한 인간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들어오면 들어오는 거지, 어디로든 들어왔다. 어쩔래?"

'든'이라는 한 글자 속에 가차 없이 직면하고 수용하게 만드는 잔인한 간명이 쐐기처럼 박혀 있었다. 우리는 어떻게든 이렇게 됐어. 어디로든 들어왔는데 어디로 들어왔는지 특정할 수가 없고 그래서 빠져나갈 길도 없다는 막막한 절망의 표현일지도 모른다.

사슴벌레식 문답은 의젓한 방어의 멘트도 아니고, 어디로든 들어왔다 어쩔래 하는 강요도 아닐 수 있다. 그것을 어쩌면 감당하기 힘든 두려움의 표현인지도 모른다.


- 권여선 작가의 '사슴벌레식 문답' 중에서 -




말 바꾸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사람이 바꾼 문장은 어떤 것일까요)

[원문]

'든'이라는 한 글자 속에 가차 없이 직면하고 수용하게 만드는 잔인한 간명이 쐐기처럼 박혀 있었다. 우리는 어떻게든 이렇게 됐어. 어디로든 들어왔는데 어디로 들어왔는지 특정할 수가 없고 그래서 빠져나갈 길도 없다는 막막한 절망의 표현일지도 모른다.

1) '든'이라는 단어 안에 날 선 직설이 적나라하게 박혀 있었다. 어느 길로든 들어왔는데 어디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고 빠져나갈 길조차 보이지 않으니 그것이 절망이 아닌가 싶다.

2) 한 글자 '든' 안에 직면과 수용을 강요하는 무자비한 메시지가 쐐기처럼 박혀 있었다. 어디로 들어온 건지는 모른 채, 떠날 구멍 하나 찾기 힘든 막연한 절망감이 자리 잡고 있을지 모른다.

3) '든'이라는 말속에는 잔혹하게도 마주하고 인정하게 만드는 날카로운 가시가 숨겨져 있었다. 어떻게 들어온 건가를 따라갈 수도 없고, 그대로 갇혀버린 채 헤어날 수 없는 절망 속이 아닐까.

4) 그 한 글자 '든'에는 피할 수 없는 현실과 마주 서고 받아들이게 만드는 가혹한 표식이 깊이 새겨져 있었다. 들어오는 길은 알 수 없고, 탈출구마저 찾기 힘든 절망감이 허망하게 드리워져 있을지도 모른다.

5) '든'이라는 한 단어는 가차 없이 현실과 맞서도록 하고, 결국 이를 받아들이게 만드는 잔인한 각인이 되었다. 어디로 들어온 건지 분간조차 되지 않으니, 빠져나가는 길이 없는 암담한 절망 속일지도 모르겠다.


'사슴벌레식 문답'은 삶의 불가피한 변화와 선택 앞에서 우리가 스스로에게 거는 최후의 방어이자 단념의 방식이라는 점에서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전합니다. 인간관계의 미묘한 심리를 이해하고, 삶의 변화와 상실, 단념의 순간들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독자들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지난 글 '밝은 밤'의 정답은 5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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