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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소설_밝은 밤 中

백 년의 시간을 관통하는 심연의 대서사

by 너울

최은영 작가의 '밝은 밤'은 여성 4대에 걸친 가족사가 100년의 시간을 관통하며 독자로 하여금 상실과 아픔, 위로와 연대의 의미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작품으로, 특히 여성들의 연대와 치유의 과정을 세심하게 담았다.



희자 아바이 묻어주고 오는 길에 하늘에 낮달을 봤다. 아, 희자 아바이가 이제 그 고운 눈으로 달을 보지 못하갔구나.

-중략-

울면서 한참을 타박타박 걷다 보니 달이 나를 앞서 걷는 것 같지 않갔어. 마치 내게 할말이 있는 것처럼. 기래 뭐이야, 하구 달을 보는데 그 둥근달이 하늘로 가는 문처럼 보였다. 저 문을 열고 들어갔겠지... 우리 희자 아바이... 저짝으로 가서 그렇게 미워하고 사랑하는 천주님 얼굴 보갔구나... 그런 생각이 그 어떤 의심도 없이 들었어. 내 고저 이런 생각을 하구 희자 아바이를 보내고 있어.


-밝은 밤 1부 본문 중에서-



말 바꾸는, 사람은 누구인가요(사람이 바꾼 문장은 어떤 것일까요)


[원문]

울면서 한참을 타박타박 걷다 보니 달이 나를 앞서 걷는 것 같지 않갔어. 마치 내게 할말이 있는 것처럼. 기래 뭐이야, 하구 달을 보는데 그 둥근달이 하늘로 가는 문처럼 보였다. 저 문을 열고 들어갔겠지... 이런 생각을 하구 희자 아바이를 보내고 있어.


1) 며 느릿느릿 걸어가는데 달이 나보다 앞서 걸었다. 내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저 동그란 달의 문을 열고 들어갔으려나.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희자 아바이를 떠올렸다.

2) 함참을 울며 터벅터벅 걷는데 달이 내 앞길을 먼저 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내게 전할 말이 있어서 그런 듯했다. 달을 쳐다보니 하늘로 통하는 문처럼 보였고, 나는 희자 아바이가 저 문을 지나갔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남은 마음으로 나는 애도의 길을 걷는다.

3) 울음을 달고 타박타박 걷다 보니, 달이 내 길 위를 앞서 걸었다. 마치 내게 말을 걸 듯, 둥근달이 하늘의 문처럼 빛났다. 그 문을 지나 나는 희자 아바이를 보낸다.

4) 울면서 오래 걷다 보니, 달이 내 앞길을 먼저 가는 듯했다. 마치 내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처럼. 달을 바라보니 둥근달이 하늘의 문 같았다. 그 문을 넘어갔겠지. 나는 이렇게 희자 아바이를 보내고 있다.

5) 한동안 울며 터벅터벅 걷는데 문득 달이 나를 앞서 걷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 달이 내게 무슨 할 말이 있나, 하고 달을 보는데 그 달이 꼭 하늘로 가는 문 같은 거야. 저 문을 열고 갔으려나. 나는 여기에 서서 희자 아바이가 떠나간 길을 한참 바라보았어.




사람이 사람을 기억한다는 것은 남은 존재가 이어질 수 있도록 위안을 건네는 것입니다. 상실을 인정하는 애도의 과정이 먹먹하게 가슴에 남는 소설입니다.

상실은 죽음뿐 아니라 직업이나 관계, 건강, 경제적인 것에서까지 다양하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상실을 경험한 모든 이들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지난 회 정답은 4) 번입니다.

AI가 바꾼 문장 네 개, 제가 바꾼 문장 한 개 까지 여러 버전으로 읽어 보았지만 역시 원문이 주는 힘과 문장 감각은 따라잡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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