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곳간을 터는 '도적놈'

일부 국민들의 무리한 요구가 정치인들을 '도적놈'으로 만든다

by mpd 알멋 정기조


혹시 이런 현수막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OOO가 해냈습니다! □□□ 예산 △△△억 원 확보!'


선거철이 아니더라도 동네에 '뭔가 되면' 이런 현수막들이 여기저기 걸립니다. 좀 황당한 것은 '된 일' 은 하나인데 '광파는 사람' 은 여럿입니다. 국회의원도 시장도 서로 자기가 했다고 자랑을 해댑니다. 그러다가 자기들끼리 내꺼(?)라고 싸우는 촌극을 벌이기도 합니다.


뭐가 어찌 됐건 정치인이라면 동네에 국비나 도비를 왕창 끌고 와야 '일 좀 한다' 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 현실입니다. 옆 동네는 이것저것 생긴다고 하는데 우리 동네에는 아무것도 없다? 다음번 선거에서 낙선이 불 보듯 뻔합니다.


그런데 혹시 그런 생각 해보셨습니까? 우리 동네에 수십, 수백 억을 깔면 그 돈은 어디서 나오는지 말입니다. 역으로 생각해 보면 나는 이용할 일이 거의 없는데 그리고 사업성도 별로 없어 보이는데 수조 원짜리 고속도로가 저기 멀리 어딘가에 생길 예정이니 당신 세금 몇백만 원을 갖다 쓰겠다고 하면 어떨까요? 동의하실 수 있겠습니까?


우리 동네에 예산을 왕창 끌어온 '일 잘하는' 정치인, 한편으로 다른 지역에서 보면 나라 곳간을 터는 '도적놈' 과 같은 나라 예산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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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산 철마다 각 지역의 무분별한 예산 끌기를 보노라면, 마치 카지노칩을 놓고 서로 끌어가겠다고 싸우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 출처 : Pexels / Pavel Danilyuk



예산 편성의 원칙


「국가재정법」 제16조에 나와 있는 예산의 원칙은 ①재정건전성의 확보, ②국민부담의 최소화, ③재정 성과의 제고, ④예산과정의 투명성과 국민 참여, ⑤남녀평등, ⑥기후위기 대응(2022.1~)의 6가지입니다.


이중 공공과 민간에 모두 적용할 수 있는 일반적인 예산의 원칙은 앞의 4가지로, 이를 좀 더 명료하게 표현하면 재정건전성 확보는 '수입과 지출의 관리' 이고, 국민부담 최소화는 '불필요한 지출의 최소화', 재정성과 제고는 '효율적 예산 사용', 예산과정의 투명성과 국민 참여는 '예산의 투명성' 으로 정리됩니다.


정리하면 무언가 예산을 편성하고자 할 때 ①예산을 써도 될 만큼 나라 예산이 충분한지, ②해당 사업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인지, ③예산을 사용하면 효율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지, 그리고 ④편성 과정에서 필요한 절차를 충분히 거쳤는지 살펴야 할 것입니다.


이 네 가지를 하나하나 살펴봅니다.


①먼저 나라 예산이 충분한지는 큰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예산 규모도 큽니다. 수백 조나 된다고 하죠. 따라서 수조 원 이상의 초대형 사업이면 몰라도, 대부분은 사업 자체의 타당성을 따지면 될 뿐 나라의 재정 수지를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 예산 규모가 작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은 좀 곳간 걱정을 해야 합니다.


②다음으로 사업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당사자마다 의견이 엇갈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부분 해당 주민은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사업이라고 하겠지요. 하지만 외부에서는 이에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나아가 일부 지역에 대한 특혜성 예산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주민의 요구만으로 필요성을 논하는 것은 명분이 부족합니다.


자주 논거로 제시되는 국가 균형 발전의 경우 사업의 필요성을 설명하려면 좀더 고차원적인 설명이 필요합니다. 전국에 낙후된 곳이 수두룩한데 왜 그 지역에 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려면 '균형 발전' 이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게 가능하려면 아래에 언급하겠지만 '전국에 걸친 균형' 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③그렇다면 결국 예산 편성의 문제는 바로 정책의 효율성 문제로 귀결됩니다. 여기서의 효율성은 '기계적인 효율성' 이 아닙니다. 인풋 아웃풋 따질 게 아니라 명분이 충분하다면 '숫자로는 비효율' 일지라도 충분히 쓸 가치가 있고 실제로 그렇게 하는 것이 맞겠습니다.


그럼 어떠한 명분이 필요할까요? ⓐ 정책의 수혜자가 충분히 많게 설계되거나(극소수만의 혜택 금지), ⓑ 치명적인 고통·위험이나 불편을 겪고 있는 국민을 구제하는 것이거나, ⓒ 전 국민에 균형적으로 집행되는 사업의 일부분이거나, ⓓ 국가유공자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이어야 할 것 같습니다.


④그리고 그 예산 수립의 절차는 필요한 절차를 충분히 거쳐야 하고 관계인들의 의견 수렴도 충분히 하여야 합니다. 소위 일부 힘 있는 정치인들의 '쪽지예산' 같은 패스트트랙은 안될 말입니다.



'예산 끌기' 에도 명분이 있다


A 국회의원이 관내 B 초등학교에 수영장이 딸린 복합 체육관을 건립하는 것을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위에서 정책의 효율성 문제를 중점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하였는데 그 중심으로 따져 봅니다.


ⓐ 정책의 수혜자가 충분히 많게 설계되었는가?


기사를 검색해 보니 이런 수영장형 체육관 건립을 위해서는 많게는 100억 원 내외의 예산까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1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B 초등학교에게만 혜택을 줄 수는 없겠습니다. 학부모와 주변 주민들도 이 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지역 주민들의 이용은 전국의 모든 곳에서 다 그렇게 합니다. A 국회의원이 '우리 지역에 설치해야 한다!' 라고 말하기에는 명분이 없습니다. 따라서 A 의원은 해당 시설에 접근 이용할 수 있는 지역 인구가 타 지역에 비해 이렇게 많다, 그리고 주변에는 이를 대체할 만한 민간 시설이 전혀 없다 등의 논리를 더 제시해야 합니다.


ⓑ 치명적인 고통·위험이나 불편을 겪고 있는 국민을 구제하는 사업인가?


예를 들어 희귀난치성 질환에 대한 지원 사업의 경우, 1회분에 수백만 원까지 하는 약이나 치료비를 오직 한 사람을 위해 그것도 계속적으로 써야 하니 숫자로만 놓고 보면 이렇게 비효율적인 사업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예산은 굉장히 의미 있고 절실한 예산입니다. 이러한 막대한 치료비를 개인이 감당한다면 이로 인해 환자는 물론 그 가정 전체가 파탄에 이를 수밖에 없고 치료비를 감당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도 높기 때문입니다. 정말로 치명적인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을 구제하는 사업이죠.


그러나 수영장형 체육관은 어떠할까요? 다소 불편할 수는 있겠으나 치명적이지는 않습니다. 살아가는 데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명분이 부족해 보입니다.


ⓒ 전 국민에 균형적으로 집행되는 사업의 일부분인가?


전국 최초로 유일하게 수영장형 체육관을 짓겠다고 하면 사실 명분이 부족하겠습니다만 이러한 수영장형 체육관 건립 사업은 전국 여기저기에서 이미 많이 진행이 되었습니다. 우리도 설치해달라고 말할 수 있어 보입니다. 다만 그러려면 이 사업의 '전국적 분포' 를 따져봐야 합니다.


A 의원의 주장이 좀더 명분을 가지려면 △전국 타 광역시·도에 비해 우리 지역에 설치율이 낮다, 또는 △최근에 타 지역에만 설치되고 우리 지역에는 설치되지 않았다, △올해 예산에 우리 지역만 빠져 있다, 이런 명분들이 더 필요합니다. 더하여 같은 광역시·도 안에서도 여러 곳이 신청할 수 있을 터인데, 왜 하필 B 초등학교에 설치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A 의원의 몫입니다.


ⓓ 국가유공자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 정책인가?


수영장형 체육관은 특정 계층이 아닌 초등학교와 주변 주민을 위한 일반적인 정책이기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명분이 부족합니다. 만약 장애인 등을 위한 특수 초등학교에 시설 건립을 추진한다면 이러한 명분은 강화될 것입니다.


요컨대 왜 전국의 많은 초등학교 중에 B 초등학교에 체육공간 건립을 추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A 의원이 예산 당국과 타 지역의 국민을 명분을 갖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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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마다 이런 것 있으면 좋긴 한데... 그 돈은 누가 내죠?)

* 출처 : 부산광역시 강서구 국민체육센터 홈페이지



까다로운 절차를 건너뛰고 급행열차를 타라?!


정부의 예산 수립 절차는 정말로 까다롭습니다. 중기사업계획서 같은 중장기 절차나 각 단계의 세부 절차를 다 논하지 않고라도, ①기초 지방자치단체(시·군·구)가 지역 정치인들과의 협의를 거쳐 초안을 만들고, ②광역 지방자치단체(시·도)를 설득하여 이를 광역시·도 안에 들어갈 수 있게 하고, ③이를 다시 중앙정부의 부처로 올려 부처의 예산안에 담을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합니다. 이러한 부처의 예산안은 매년 5월 말까지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다음에는 더 저승사자(?)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④부처의 예산안이 정부 전체의 예산안이 될 수 있도록 예산 당국인 기획재정부를 설득해야 합니다. 기획재정부는 수많은 지자체와 부처의 요구가 있기 때문에 굉장히 보수적으로 예산을 편성합니다. 따라서 지자체는 물론 중앙 부처들까지도 기획재정부 실무자를 설득하기 위해 어마어마하게 공을 들입니다. 괜히 기획재정부가 깡패 부처가 아닙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⑤마지막으로 이러한 정부의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국회의원들을 설득해야 합니다. 소관 상임위원회 국회의원들 최대 30명, 그다음에는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의 국회의원들 50명이 심사에 관여합니다. 각자 자기 지역을 챙기려고 하는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내 예산' 을 지켜내야 합니다.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 예산과 결산을 심사하는 국회의 상임위원회 중 하나.


A 국회의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기초 지방자치단체의 상황을 꼼꼼히 점검하면서 관련 예산안을 만들 수 있게 하고, 그다음 광역 지자체와 중앙 부처 및 기획재정부와 동료 국회의원들까지 명분을 가지고 설득해야 합니다. 국회의원 본인부터 할 일이 굉장히 많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절차를 존중하면서 꼼꼼히 챙기는 국회의원들은 극히 드뭅니다. 가장 최종 단계인 기획재정부, 그중에서도 고위 간부들을 움직여 '단번에' 해결하려고 합니다. 국회의원과 그 보좌관들이 어마어마한 업무량 때문에 개별 사업을 꼼꼼하게 챙기기 어려운 부분은 충분히 있습니다만, 사실은 위와 같은 필요한 노력을 '건너뛰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기획재정부를 설득하기가 힘듭니다. 백이면 백, 기재부 담당자는 소관 부처 등에 다시 의견을 조회하여 명분을 따져 봅니다. 그때 부처나 지자체 관계자가 명쾌하게 설명을 못하면 기재부 담당자는 다시 원래 입장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평소에 명분을 갖고 여기저기를 설득하지 않으면 기재부 문턱을 넘기가 어렵습니다.


'그럼 장관이나 실·국장을 포섭해서 지시하게 하면 되지 않느냐' 라고 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응하기 위해 기획재정부에서는 예산 관련해서는 아무리 고위 관료라도 실무자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는 관행이 있다고 합니다. 물론 외부 입김을 차단하려고 대외적으로만 그렇게 응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도 예외가 있습니다. 그해 예산안 확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의 일부 의원들의 경우입니다. 예산의 최종 관문에서 정부가 원하는 중요 포인트를 붙잡고 동의해주지 않는 것입니다. 이럴 경우 아무리 기획재정부라도 백기를 들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이럴 때 쪽지예산이 통하는 것이죠. 소위 정권 실세나 각 정당의 유력 인사들의 경우에도 이러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는 절차는 물론 명분도 생략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저 '힘' 의 문제가 됩니다.



잘못된 선례는 악순환의 반복을 낳는다


매년 예산 시즌이 끝나고 나면 이렇게 '숨은 승리자' 들이 드러납니다. 그럼 나머지들은 어떠할까요?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위원, 그중에서도 마지막 논의에 참여하는 일부 소수의 국회의원들은 매년 바뀝니다('소소위'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그러니 다음 해 그 '소수' 에 들기 위해 국회의원들은 백방으로 노력해야 되겠습니다.

*소소위 : 예산을 최종적으로 조율·협상하는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의 비공식 협의체. 소위원회 중 소위원회라는 뜻으로 관행적으로 이렇게 부름.


그리고 그 소수를 결정하는 사람은 정당의 주요 인사인 바, 그래서 정당의 주요 인사가 되기 위해 또 그들의 측근이 되기 위해 노력합니다. 또한 이들보다 영향력이 막강한 사람이 소위 정권 실세입니다. 그래서 여당의 경우 정권 실세가 되기 위해 대통령에 충성하는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이들이 그 자리를 쟁취하게 되면 선례를 따라 똑같이 요구하게 됩니다. 이는 정부 입장에서도 참 거부하기 힘듭니다. '왜 작년에는 됐는데 올해는 안 되나' 라고 말하면 할 말이 없습니다. 그 '소수' 가 아닌 국회의원이나 정치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명분도 없는 사업을 그저 '힘' 에 의해 해줬으니 내 사업도 명분이 없어도 '힘' 만 쓰면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일반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원하는 사업이 진행이 안 되면 지역 정치인들이 '힘' 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명분도 없는 사업이 절차도 생략하고 진행이 되니 그 뒷감당은 온전히 일반 국민의 몫입니다. 제가 제목에서 '도적놈' 이라는 과격한 표현을 썼지만 사실 틀린 말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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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고 계신 아파트에 이런 차량통제시스템을 새로 만들겠다고 돈 내라고 하면... 내시겠습니까?)

* 출처 : Unsplash / Rafael Martins



중장기 계획과 수익자 부담 원칙이 해답


정부가 반드시 중립적이고 균형적이라는 보장은 절대(!) 없습니다만 그래도 국회나 지방의원들보다는 훨씬 낫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한 점에서 예산은 정부안을 기초로 하여야 하고, 정부안은 정부의 중장기 계획에 따라야 합니다.


중장기 계획으로 가야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누군가 '힘' 을 가지고 중간에 개입하더라도 그것이 바로 반영될 수 없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이는 금융권에서 보이스피싱 등에 대비하기 위해 '지연 인출 제도' 를 운영하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지연 인출 제도 : 금융권에서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기 위해 2012년 6월 26일부터 시행한 제도. 1회에 100만 원 이상 금액이 송금·이체돼 입금된 경우, 입금된 때로부터 30분간 자동화기기(CD·ATM 등)를 통한 인출·이체가 지연됨.


특히 정치권에서 민원이 많은 SOC 예산의 경우 국토의 효율적인 개발을 위해서라도 더욱더 중장기 계획에 따른 개발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SOC 관련 주관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국토종합계획> , <국가도로망종합계획> , <국가철도망구축계획> , <대도시권 광역교통기본계획> 등 여러 중장기 계획을 5~20년 단위로 수립합니다. 계획에 없는 사업은 원칙적으로 진행을 하지 말아야 하고, 정말 사업을 추진하고 싶다면 수년 전부터 미리 계획에 넣어야 됩니다.

*SOC(사회간접자본, Social Overhead Capital) : 도로, 철도 등 생산활동에 직접적으로 사용되지는 않지만 경제활동을 원활하게 하기 위하여 꼭 필요한 사회기반시설을 말함.


대규모 예산을 수반하는 SOC 사업의 경우 수익자 부담 원칙을 엄격히 적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끔 아파트 등에서 입구에 차량통제시스템을 설치하자는 요구가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주민투표해 보면 거의 부결입니다. 각 호마다 적지 않은 부담금이 나오기 때문이죠. 그런데 만약 아파트의 자체 수익으로 하겠다고 하면? 아마 대부분 찬성 결정할 겁니다. 결국 하면 좋기는 한데 내돈 들여서는 하기 싫다는 것입니다.


SOC 사업도 똑같습니다. 우리 집 앞에 지하철 역을 신설할 테니 각 호마다 100만 원씩 내라고 하면 동의하시겠습니까? 대부분 절대 안 합니다. 역이 생기면 집 값이 2억은 오른다고 설득해도 소용없습니다. 그러면서 국비나 지방비 등으로 지하철 역 놔달라고 합니다. 남들 세금 부담으로 자기는 공짜로 이득을 보겠다는 참으로 이기적인 심보입니다.


'광역교통부담금' 이라고 신도시나 재개발·재건축 시 일부 이러한 수익자 부담을 시켜 SOC를 개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에 거주하던 주민들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죠. 일부 주민들이 부담을 전담하는 셈입니다. 이것은 옳지 못합니다. 예컨대 모든 SOC 개발 시에는 기존 주거 포함 주민들이 사업비의 일정 %를 부담시키는 방식으로 하면 전국에서 빗발치는 SOC 건설 요구를 대부분 잠재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짚고 넘어갈 것은 이런 '도적놈'을 만든 것은 각종 국민들의 요구라는 것입니다. 지하철 깔아달라, 수영장 놔 달라 등 의원실에는 각종 요구가 빗발칩니다. 심지어는 이들 중에는 동호회가 쓸 실내 배드민턴장 만들어 달라, 내 집 앞에 길을 내 달라, 내 막힌 대출을 뚫어 달라는 황당하고 부당한 요구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정치인이 이들 요구를 택도 없는 소리라고 물리칠 수 있을까요? '우리 동네에 한 게 뭐 있나' 라며 다그치는 국민들이 있는 한 누구라도 선출직들은 '도적놈' 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우리 지역에 이만큼 예산 끌고 왔다' 고 자랑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그리고 그렇게 요구하는 주민들이 있다면, 이들은 나라 곳간을 터는 도적놈과 같다고 욕을 해주어야 하겠습니다. 그래야 '도적놈' 들이 줄어들 것입니다.



<덧붙임>

가끔 정부에서 꼭 필요한 예산이라고 주장하는 경우에도 사실은 일부 공무원들의 성과 문제 때문에 '불필요하게' 신설된 사업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정부가 추진한다고 해서 정말로 필요한 사업은 아닐 수 있으며 각각을 따져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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