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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훈 Feb 10. 2024

정호승의 '노근이 엄마'

이 별에서 읽은 사람의 시

노근이 엄마

                                      -정호승




내 가장 친한 친구

노근이 엄마가

지하철역 남자 화장실

청소 일을 하신다는 것을 알고부터

나는 화장실에 갈 때마다

오줌을 깨끗하게 눈다

단 한 방울의 오줌도

변기 밖으로 흘리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노근이 엄마가

원래 변기는 더러운 게 아니다

사람이 변기를 더럽게 하는 거다

사람의 더러운 오줌을

모조리 다 받아주는

변기가 오히려 더 착하다

니는 변기처럼 그런 착한 사람이 되거라

하고 말씀하시는 것 같다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정호승 시인이 쓴 동시집이다. '어른이 읽는 동시'라는 타이틀과 함께

2002년 봄에 나왔던 시집.


사실 시의 영역에 

'아이'가 주로 읽고, '어른'이 주로 읽는다는 명분을 달고 

집을 짓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이의 마음과 어른의 마음은 같지 않다는 말은

무상(無常)한 인간의 삶을

그렇기에 왔다갔다 하는 인간의 희노애락의 변천을 

'순수'에서 '닳음'으로 보는 직선적인 사고에서 오는 것은 아닐까. 


화장실에 갈 때 친구의 가족이 청소노동자임을 떠올리며

오줌을 바르게 누는 마음은 

아이와 어른의 경계를 떠난 

'선함'이라는 가치를 말없이 내면화한 

한 명의 좋은 사람 자체를 말함일 것이다.


자신과 마주치고 주름이 접힌 한 사람과

그 사람의 땀흘리는 노동의 거룩함을

일상의 사물에서 떠올리고 감각하는 것,

그리고 결국 그 비천하고 비루해 보이던

사물의 아름다움과 고귀함을 이끌어 내는 마음의 눈은

진정한 시심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말없이 이야기한다.


세상이 온통 더 많이, 더 자주, 더 빠르게~를 외치며

작고 더럽고 하찮아 보이는 것들을 혐오하는 시절.


'변기처럼 착한 사람이 되자'고 다짐하는 사람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 세상에 와

늘 자신은 낮추고 자신이 사랑했던 그 작고 하찮은 것들은 높이던

예수의 마음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아닌가.


이 시는 결코 '동시'가 아니라

그냥 '시'이다.



--'변기처럼 착한 사람이 되자'고 다짐하는 사람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Pixabay 무료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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