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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착한마녀 Jan 05. 2022

드로잉-떡볶이

추억이 방울방울

우리 딸은 떡볶이를 참 좋아한다. 시험을 망쳐서 스트레스를 받은 날, 친구와의 일로 속상한 날, 내가 딸을 위로하는 방법은

  

"엄마가 떡볶이 사줄까?" 하고 묻는 것이다. 

그러면 힘없는 목소리로 "그래" 대답한다. 


스트레스가 클수록 매운맛이 강한 떡볶이를 찾는다. 너무 매워서 어른인 나도 겁을 내며 조심스럽게 먹는데 딸은 콧물을 닦아가며 떡볶이와 싸우듯이 끝까지 먹는다. 눈물 콧물 닦아가며 매운 떡볶이를 먹고 달콤한 쿨*스를 마시면서 "스트레스가 좀 풀린다" 하는 딸을 보면 떡볶이에는 참으로 묘한 힘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다니던 학교 앞에는 늘 떡볶이를 파는 가게가 있었다.(대부분의 학교 앞에서는 떡볶이를 파는 것 같다) 그래서 학창 시절을 떠올릴 때 가장 생각나는 음식이 떡볶이이다. 떡볶이는 항상 친구들과 먹었다. 떡볶이를 생각하면 학창 시절 친구들의 얼굴, 친구들과 함께한 추억들이 떠오른다. 지겨운 7교시 수업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먹은 떡볶이, 야간 자율학습시간 몰래 도망쳐 나와서 스릴 있게 먹었던 떡볶이, 시험기간의 스트레스를 달래며 먹었던 떡볶이, 내 생일날 내가 한 턱 쏘며 먹었던 떡볶이, 내가 힘든 날 나를 위로하며 친구가 한턱 쏜 떡볶이, 용돈이 부족한 날 한 접시를 나눠먹으며 아쉬웠던 떡볶이, 용돈이 넉넉한 날 쫄면 사리까지 추가하며 푸짐하게 먹었던 떡볶이......

같은 떡볶이였지만 그날그날에 따라 참 사연이 다른 떡볶이를 먹었다. 그 시절의 떡볶이는 임금님이 드시던 수라상 그 어떤 메뉴와도 바꿀 수 없는 우리에게 최고의 음식이었다. 



지금은 떡볶이를 먹어도 그 시절 먹었던 그 맛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 내 입맛도 변했고 떡볶이를 만드는 사람도 다를 테니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 시절의 떡볶이만이 갖는 강력한 힘이 있었다. 빨갛고 찐득한 양념을 묻힌 떡볶이 한입, 그걸 입에 물면 그 시절의 모든 스트레스가 날아갔다. 친구와 다투고 생겼던 두텁던 벽이 눈 녹듯 녹았다. 병원에서도 치료할 것 없는 많은 것들이 떡볶이 한입에 저절로 나았다. 그 시절에만 효과가 있는 만병통치약이었다. 지금 우리 딸에게 엽기적일 만큼 매콤한 떡볶이가 필요한 것도 이 때문 인 것 같다. 



떡볶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있자니 대학교 이후로 연락이 뜸하다가 지금은 어디에 사는지 조차 모르는 친구들이 생각난다. 


"현진이, 경미, 송화, 지애야! 잘 살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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