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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앞니맘 May 27. 2023

4인 가족이지만 5인 가족처럼


가끔 드라이브 삼아 지나가던 납골당에 이렇게 남편의 유골함을 들고 오게 될 줄은 몰랐다.

"나는 죽어도 저런 곳에 가져다 놓지 마 그냥 아무 곳에나 뿌려."

"나도 그냥 자연으로 돌아갈 거야. 애들한테 미리 말해야겠다."

우리 부부가 합의한 일 중에 한 가지가 사후 처리에 대한 것이었다. 하지만 남편의 평소 의사와는 상관없이 늘 지나치던 납골당 입구로 버스가 들어서고 있었다. 파릇파릇 잎이 돋아나기 시작한 입구를 따라 산중턱까지 올라가는 길은 봄이라는 계절을 뽐내 듯 예쁘기까지 했다.


납골당에 도착한 우리는 마지막 제를 올리고 이틀 전에 막내 동생이 미리 보고 온 유골 봉안 자리로 걸음을 옮겼다. 유골함을 넣고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데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유골함 외에 사진 한 장 제대로  넣어 줄  공간도 없는  그곳에 남편을 가두고 오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죽으면 다 끝'이라고 말하지만 살아 있는 내가 끝이 아닌 것이다.


남편은  답답한 것을 싫어하고 간지럼을 이 타면티는 기본 스타일로 한 치수 큰 것을 입겉옷도 앞이 막힌 옷보다 벗기가 수월한 난방 셔츠만 입었던 사람이다. 새 옷보다는 오래 입어서 낡 헐렁하고 자극이 없는 옷을 즐겨 입던 사람에게 몸에 딱 붙는 쫄티를 입혀서 좁은 다락방에 가두고 나오는 기분이었다. 나는 다시 납골당 사무실로 발길을 옮겼다.


"혹시 봉안 장소를 바꿀 수 있을까요?"

"가능합니다. 어떤 자리를 원하세요?"

"2인용으로 바꿔 주세요. 사진이라도 넣어주고 싶어서요."

적지 않은 비용을 추가로 지불했다. 남편이 보고 있었다면 납골당에 온 것부터 화를 내고 있었을 것이고 2인용으로 변경한  나의 선택은 싸움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산 사람의 선택인 것이다.


평소 남편의 생각을 알고 있었지만  아이들입장을 무시할  수 없었다. 막내가 아직 어리고 아이들이 아빠가 보고 싶을 때 찾아 올 곳이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기야, 우리 막내딸이 성인이 될 때까지만 답답해도 참아줘. 나중에 자기가 원한대로 자유롭게 뿌려줄게."

남편의  유골함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

아이들도  아빠에게 전하는 말을 각자 한 마디씩 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49제를 위해 법당에 들러서 사진을 올리고  간단한 기도를 끝냈다.  앞으로 이곳에서 남편이 떠난 날부터 49일 동안 기도를 할 것이다.


5인가족에서 4인가족이 되어 아빠가 없는  집으로 돌아왔다. 편에 모든 것이 그 자리에 남편의 습성대로 있는데 남편만 없다. 딸이  중문을 열고 들어 오면서 말했다.

"우리 오는 소리 나면 저소파에 앉아 왔어? 하고 말해야 하  이상하다."

"왔어?"

뒤에서 큰아들이 아빠 흉내를 똑같이 내주었다.

"대박, 아빠인 줄."


앞으로 나와 삼 남매는 아빠가 필요할 때 보고 싶을 때  오늘처럼 1당 2의 역할을 하면서 5인가족으로 지내게 될 것이다. 남편을 걱정하게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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