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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앞니맘 May 21. 2023

만화가  이우영은 남겨 놓습니다.


범주 엄마가 밤늦게 전복죽을 끓여서 가져다 놓고 갔다. 발인하는 새벽에 꼭 먹고 가라고, 살아있는 사람 잘 먹고 씩씩하게 살라는 뜻으로 느껴졌다.

마지막 날까지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던 지원이 아빠와 사무장님이 남편과 소주 한 잔을 주고받으며 마지막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마지막 밤 아들들은 아빠의 영정사진 앞에서 잠을 잤다. 향이 꺼지지 않게 하려고 밤새 향을 바꿔가면서  마지막 밤을 보냈다. 우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했던 큰아들은 화장실을 자주 갔었다. 그런데 마지막 밤은 아빠 앞에서 맘 편하게 울고 있었다. 아빠를 가장 많이 닮은 아들, 아빠의 그림 작업을 가장 많이 지켜봤고 '놀아줘.' 방해하면서 울었던 아들이 그때  아기처럼'다시 돌아와 줘'라고 애원하듯 울고 있다.


한쪽에서는 정산을 위해서 동생들이 정산을 하고 있다. 4일장까지 하면서  혹시라도 내가 빚이나 지지 않을까 걱정을 했을 동생들이다.  그렇게 발인 날 새벽이 돌아왔다.


새벽 5시 마지막 밥상 앞에 앉았다.

전복죽에 컵라면과  육개장이 차려졌다.

나는 범주 엄마가 가져온 전복죽을 한 술 떴다. 남편에게 미안하게도 맛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날은 물도 못 넘기고 죽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를 보내며  육개장도 컵라면도 목구멍으로  넘길 수 있었다. 오늘은 맛있다는 맛도 느끼게 되었다. '밥만 잘 먹더라.'노래 가사가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죽지 않고 살겠다고 밥을 넘기고 있었다.


남편친구들과 아들친구들의 손을 빌어서 남편은 운구차에 옮겨졌다. 새벽같이 달려온 많은 지인들의 배웅을 받으면서 화장터로 향했다. 평생 잊지 못할 고마운 장면이었다. 메마른 내 눈물을 대신해서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졌다.


화장터에 도착하고 나니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더위에 약했던 남편에게 미안했다. 시동생도 같은 마음으로 선산으로 갔으면 하는 마음을 토했지만  그것은 그냥 지금 당장의 감정이지 미래까지 책임지겠다는 뜻은 아니는 것을 알고 있다. 아이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는 마음은 남편의 살아생전의  마음이기도 했다. 지금까지의 장례절차도 남편입장에서는 거부했을 것이다. 하지만  장례라는 것이 살아있는 사람들의 몫인지라 남편도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마지막 보내는 길은  울지 않고 기도로서 보내려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 하지만 남편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면서  마른 줄 알았던 눈물이 쏟아졌다.

"자기야, 걱정 말고 뒤 돌아보지 말고 맘 편하게 가. 내가 애들 잘 키울게. 잘 가."

염불 대신 이렇게 오열하면서 남편을 보냈다.


만 50년의 인생은 4일 만에 끝이 났다. 하지만 만화가 이우영은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이다.


유골함을 안고 납골당으로  돌아오는 길은 아침과 다르게 화창하게 빛나고 있었다. '좋은 곳으로 갔나 봐.'라는 위로를 해주고 있는 듯했다.


가장 예쁘고 빛났던 시절에 만나서
가장 많은 이야기를 만들고  
즐겁고 아픈 시간을 함께했던
동지를 먼저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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