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앞니맘 Apr 14. 2023

4월 14일 슬픈 미역국


평소라면

'아빠가 싫어한 케이크는  작은 걸로 사고 꽃은 못 먹는 거 왜 샀냐고 할 테니 통과하고

과일은 딸기로 사고 소주랑 맥주만 사면 되겠다.' 마트에서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나와 딸은 시장을 보고  있을 것이다.

"치킨은 엄마가 주문할 거지?"

"어디다 시키지?"

"아빠는 기본을 좋아하지? 나는 별론데."

고민하는 딸에게 아빠의 생일인데 그래도 아빠의 입맛에 맞혀주자고 합의를 했을 것이다.  

저녁이 되면 다섯 식구가 모두 모여 조촐하지만 촛불하나를 꼽으면서도 위치나 나이를 따져가면서  '깔깔' 웃고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우리 아빠 생일 축하합니다."

부끄러운 것도 모르고 쉰 살 넘은 엄마부터 청년 이 된 아들들과 10살 초등학생 딸까지 목청 높여서 노래를 부르면서 또한 번 침 튄다고 깔깔 웃었을 것이다.

둘째와 막내는 아빠 앞으로  폭죽을 들이대고 아빠가 눈을 뜰지 말지 겁먹은 모습에 또 한 번 뒤로 넘어가면서 즐거워했 습을 추억해 .

'케이크 먹을 사람 없으니까 사지 마.'라는 남편의 말이 무색하게 촛불이 꺼지자마자 한 조각씩 먹어치우고 달랑 한 조각이 예의상 남아있는 모습을 보면서 한 번 웃었을 오늘은 남편의 생일이다.


어제저녁에 퇴근을 하면서 마트에 갔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서 딸에게 물었다.

"살 거 없어?"

"뭐 살 건데?"

"아빠 생일 미역국 끓일  고기."

"나는 그냥 차에 있을게."

딸은 차에서 내리지 않겠다고 했고 나는 혼자서 시장을 봐야 했다. 때로는 귀찮기도 했고 번거롭게도 느껴졌던 생일파티가 이렇게 그리울 줄은 몰랐다. 딸은 차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엄마, 그래도 케이크는 내일 저녁에 사자."

나는 알았다고 대답을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났다. 마트에서 사 온 고기를 넣고 함께 농사지은 양파를 잔뜩 넣어서 밤새 육수를  만들어 놓았다. 진한 육수에 고기가 듬뿍 들어간 미역국을 끓이고 밥을 지었다.  제일 먼저 밥과 국을 떠 놓고 남편 자리에 놓았다. 딸과 아들이 나와서 그 밥을 나눠 먹었다.

"엄마는 안 먹어?"

"출근 준비가 안 끝나서 못 먹겠다."

밥이 넘어가지 않는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미역국을 만들기는 했지만 삼킬 자신은 없었다.

 

오늘은 딸이 말 한대로 퇴근하면서 정말 작은 케이크를 하나 살 것이다. 아빠는 빠졌전처럼 '깔깔' 웃을 수는 없겠지만 아빠를 대신해서 아이들이 촛불을 끄게 될 것이다.


'여기는 걱정하지 말고 편안하게 가라.'는 말을 다짐처럼 했지만  사실은 시간이 갈수록 더 그리워진다.  잉꼬부부도 아니었고 닭살부부도 아니었음은 물론 차라리 엄마라고 부르라고 외치면서 나를 화나게 하는 행동만 한다고 여기저기 메모를 남겼던 남편에 대한 기억은 사라지고 미하고 고마웠고 사랑받았던 기억만 남아서 나를 괴롭히고 있다.  


2023년 4월의  꽃 감상할 시간도 주지 않고  순식간에 피었다가  사라졌다. 남편도 그렇게 피었다가  바쁘게 져 버 지금 우리 가족에게 이 계절은 잔인한 계절로 남아 버렸습니다.


그래도 당신의 생일을 축하하고 태어난    오늘이 있어서 우리 가족이 함께 할 수 있어서 고맙고 사랑합니다. 잘 이겨내 보겠다는 약속과 응원해 달라는 부탁을 함께 해 봅니다. 편안하게 쉬기를






이전 14화 애도의 시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