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앞니맘 Jul 02. 2023

애도의 시간


남편을 보내고 일주일.

나는 '이우영작가사건대책위'에 앞으로의  일을 맡기고  일상으로 복귀했지만 심신은 아직 일상을 소화하기에 힘이 들었다. 려있는 직장 일과 계속되는 방송요청에 나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내가 현재 가장 집중해야 할 것 무엇인가? 선택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에게는 내 아이들이 최우선이었다. 재판도 나에게는 그 후순위였다. 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아이들의 일상까지 문제가 생긴다면 내가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일단 찍고 있던 시사방송까지만 마무리를 하고 다른 것들은 모두 대책위와 시동생에게 인터뷰등을 맡 것으로 합의를 고 내가 하기로 한 인터뷰와 방송은 양해를 구하고 나는 직장과 아이들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방송과 SNS를 통해서 남편의 이야기는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SNS를 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이슈가 되었다. 대책위에서도 남편의 추모공간을 페이스북에 마련했고 동료와 선. 후배 작가들의 추모의 글과 그림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남편이 바라던 상황이었을까?'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이 태그를 달기도 하고 가슴이 아픈데 기분 풀러 머리 염색하러 간다는 다소 황당한 남편의 지인까지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방법 추모이 올라오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는 남들의 이야기에  신경 쓰기보다  마음에 안정이 필요했다. 우선 가족들의 얼굴이 노출된 남편의 유튜브를 비공개로 수정하고 기사의 댓글은 보지 않기로 했다.


그러던 중에  동생에게 카톡으로 링크 하나가 공유되었다. 시댁 조카가 인스타에 올린 글을 퍼다가 기자가 올린 기사였다.  제목을 보니 우리 딸이  올린 글이라고  쓰여 있었다. 내용을 읽어보니 조카가 인스타에 쓴 글을 그대로 퍼오면서 제목을 우리 딸이 쓴 것으로 바꿔서 기사를 올린 것다. 제목뿐만이 아니라 여러 군대가 사실과 달랐다. 조카의 글을  직접 읽어 보니 본인도 검정고무신 작가 딸이라고 소개를 하면서 혼란을 준  같았다. 남편이 군대에 간 기간 동안 시동생이 연재를 이어 갔었기 때문에 작가 딸이 맞기는 하다. 재판 때문에 시동생이 힘들게 생활했다는 이야기가 섞여서 얼핏 보고 기사를 쓰면 오해가 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언니, 이래서 기사를 함부로 믿으면 안 되나 봐."

"그러네. 그래도 조카가 큰일하고 있네. 반응이 뜨거운가 봐."

대책위까지 구성을 하고 나니 남편의 일은 많은 공유와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조카는 가족을 위해서 무엇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으로 글을 올린 것이 분명했다. 고맙고 대견한 일이었다. 그런데 완전 남들이 인스타 방문수를 올리기 위해서 태그를 달 때 별 생각이 없었는데 조카의 글을 보는 마음  편치은 않았다. 잘 못 올린 기사 때문에 받는 오해도 싫었지 우리 삼 남매는 아빠를 잃고 눈만 마주치면 터질 것 같은 서로의 슬픈 꼭지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말을 아끼 각자의 방에서 마음을 정리하고 있었고 그런 모습을 보는 내 마음은 벼랑 끝에서 발끝으로버티고 서 있는 심정과 같았기 때문이다. 나도 모르는 순간 바쁜 아빠를 돕겠다고 노력 중인 조카딸을 섭섭해하는 못난 큰엄마가 되어 있었  조카의 음을 아버지와 큰아버지의 차이로  나눠서 생각하는 어리석은 나를 발견하 자책하며 마음을 정리하는데  또 감정을 써야 했다.


'남들과 다르게 렇게 급하게  나서지 말고 큰아버지의 죽음을 조금만 더 애도했으면 좋았을걸.'


나는 오늘도 조용하게 남편을 기억하고 미안해하고 미워도 하면서 보내는 과정을 제대로 못했다. 수많은 매체가 나를 내버려 두지 않았고 직장인으로서 엄마로서  나는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늘 남편과 함께 앉았던 소파에 가만히 앉아 있고도 싶었고 멍하게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도 필요했다. 그러다가 슬프면 나를 토닥토닥 위로해 주고 싶었는데 그런 짧은 시간조차 허락지 않은 채 잔인한 하루가 또 지나가고 있다. 


'얼마가 지나면 시간이 참 빠르다 느끼게 될까? 그날이 오겠지.'


그때는 이렇게 속 좁고 못 난 어른이 아니라

나 스스로가 인정하는 괜찮은  사람이 되어 있었으면 좋겠다.


이전 13화 미완성으로 남은 그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