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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앞니맘 Jun 16. 2023

나를 위한 기도


살아있는 사람들의 시간은 변함없이 흘러갔다. 편과 마지막으로 마주 앉았던 날을 기준으로 49일 동안의 기도를 시작했다.  오늘은 7일마다 1회씩 일곱 번 재를 올리며 기도하는  7 재중에 1를  지내는 날이다.


법당 단에 올려져 있는 남편의 사진을 똑바로 바라보는 것도 힘이 들었다. 가끔 차도 마시고 법문도 듣던 이 공간이  남편을 위한 추모와 기도의 자리가 될 줄  상상하지 못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

 

49일 후에 우리의 기도를 듣고 남편이 원하는 으로 태어나기를 바라며 살아있는 가족과 지인들이 해주는 마지막 기도인 것이다. 살아생전에 남편 사후 세계 없을 것이라고 다.  만약 다시 태어나는 윤회가 있다면 본인은 어떤 몸으로도 태어나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었다.  생각해 보니 정말로 인간세상의 삶이 고단 했던 모양이다. 나는 남편의 뜻대로 천상에 태어나기를 발원하는 기도를 할 것이다.  


7일마다 남편의 사진을 앞에 두고 재를 지내고 기도를 하는 일이 생각보다 힘이 들 수도 있다.  잊고 싶은 아픈 순간의 기억들을 다시 꺼내서 확인하는 작업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부터  도는  남편만을 위한 기도가 아니라  살아있는 나와 가족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한 49일의 기도가 될 것이다. 아프더라도 기억하고 생각하고 복잡한 모든 감정을  쏟아내면서  실컷 울어 가면서라도 아빠와 남편의 죽음으로 받은 고통과 상처를 치유할 수 있기를 간절하게 바라면서 기도를 시작했다. 


나와 아이들, 시동생네 세 식구 이렇게 7명이 모였다. 그리고  친구와 직장 동료 지인들이 잊지 않고  옆자리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또 한 팀 방송국에서 취재를 나왔다. 남편의 사망과 그 이유로 제기된 만화웹툰 작가들의  불공정 계약 문제가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되면서 언론에서는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방송요청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나는 고민해야만 했다.  앞으로 평범한 일상을 살아야 하는 나와 아이들로서는 부담이 아닐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남편의 소송을 승계하기로 결심하면서 사건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도 함께 존재하고 있었다. 아직은 소송에 피해가 될지 도움이 될지 판단이 서지는 않았지만 소송 초기와 다르게 최근 들어 남편이  사람들에게 알리고 도움을 청하려고 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사건을 처음부터 취재하고 있는 방송국의 취재를 고민 끝에 허락하게 된 것이다.


1재는 장례식 연장 같았다. 기도를 위한 경을 읽다가 문득 떠오르는 모습 때문에 울다가를 반복했다. '내가 왜? 이런 모습과 심경으로 이 자리에  있게 된 거지?  좋은 모습  보여  주고 싶었던 아이들에게 남편은 무슨 짓을 한 거야?  남은 나를 위해 무엇을 해줬지? 나는 앞으로 지금처럼  살 수 있을까? 그래도 남편이 다시 돌아 올 수만 있다면... ' 머릿속은 나에게 무질서한 질문을 끝없이 던지고 있었고 기도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마치 일주일 동안 내 머릿속을 나갔던 넋이 다시 돌아와서 나를 절규하게 만드는 기분이었다. 남편이 옆에 있었다면 '얼마나 힘들었어?'라고 안아주려다가 '그래도 이건 아니지.' 하고 빰을 때리다가를 반복하는 심정으로 내 마음을 나도 알 수가 없는 갈등 속에서 1 재가 끝이 났다.

 

하지만 이 또한 나와 아이들이 아빠를 보내고  스스로의 삶을 살기 위한 지혜로운 해답을 찾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원망을 하기보다 남편을 이해하고 나와 아이들을 잃지 않기 위해 이 엄청 난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바위가 되어야 한다.  앞으로의  삶을 단단하게 나가기 위해 오늘의 몸부림은 필요한 것이라고 믿었다.


"세상에 모든 사람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다시 돌아가게 된다는 것을 알고 살게 됩니다. 우리 모두는 시한부 인생인 것입니다. 다만 언제 떠날지를 모르기에 하루하루 복을 짓고 행복을 만들어 가며 살아야 합니다. 오늘 1재를 마친 이우영 영가가 우리 곁에 더 머물면서 만화가로서 또 여기 모인 가족, 친지, 지인들과  좋은 인연을 쌓기를 바랐지만 인생여행을 먼저 끝내고 우리보다 먼저 떠났을 뿐입니다.  앞으로 남은 6재 동안 이 승에 미련을 두지 말고 좋은 곳에 태어나기를 신심을 다해서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모두는 시한부 인생이라서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살라'고 늘 말씀하시던 스님의 법문이 이토록 가슴에 사무칠 줄은 몰랐다.


상황을 인정하기에 나는 아직 방황을 시작도 하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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