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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리원 Apr 02. 2024

Inhalar 과 Exhalar 사이

Inhalar 과 Exhalar 사이 #07

새벽 요가 수업 참석을 위해 나서는 길이다. 시계는 06:25 A.M

비기너를 위한 수업은 이렇게 새벽에 시작된다고 한다. 여기 우붓에서 묵을 숙소를 정할 때 가장 크게 작용한 부분이 요가 수업 및 여러 프로그램을 리조트가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다는 부분이었다.


한국에서 휴직을 결정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몸이 아파서 치료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병원 치료도 받고 쉬면서 많은 생각들이 오갔다. 그동안 나 자신을 너무 돌보지 않았고, 몸이 아프다고 신호를 보내면 가장 쉬운 방법인 '참고 또 참기', 그래도 아프면  '비상약들로 돌려 막기'로 해결해오곤 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나는 의사나 약사도 아닌데, 통증 부위마다 자체 처방 후 약을 먹어대곤 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돌아가며 아팠는데, 그 이유를 찾으려 애쓰지 않고 아픈 곳만 해결하기 급급했으니.


'자주 이렇게 아프면서 정밀 검사를 좀 받아봐! '


스스로 느끼는 통증에서 주변 사람들도 느낄 정도로 내가 몸이 안 좋아졌을 때는 모두들 이렇게 말을 건네곤 했다. 정기적 종합검진에서의 추가 검사 필요등의 조언은 40이 넘어가면서는 모두가 받는 고정 문구로 생각을 했다. 유난스럽게 보이고 싶지 않은 부분도 있었고.


그리고 나를 그냥 그렇게 내버려 둔 가장 큰 이유는,  


'변화가 두렵다.'


혹시라도 내가 정말 어딘가 크게 아픈 거라면 어쩌지?라는 걱정 뒤로 꼬리를 무는 걱정.

아이의 생활, 남편의 일상과 같은 나의 안정적 가정생활 루틴 및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내는 내 사회적 일상들이 무너지면 이것을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두려움이 제일 컸던 것 같다.


결국 너무 아프니까, 고민을 포기하게 되더라.

포기하니까 나름의 또 길이 생기고 나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이에 맞춰서 변화에 적응하고 있었다. 그 안에 수많은 감사와 미안, 배려 때로는 원망, 실망, 비공감등이 공존했다는 걸 알지만 사람인지라 극한 환경에서는 살아남는 길을 자연스럽게 선택하게 된다. 나는 진화된 인류로 도태되지 않은 인간이므로.


나를 건강하게 일으키기 위해서 필라테스를 다시 시작했다. 늘 새벽 출근에 밤늦은 퇴근으로 운동할 시간이 없다고 미루고 미루던 일이다. 사족 붙이지 않고 바로 등록하고 내 몸을 바로 세우기 시작했다. 운동 시간 자체는 너무 고통스럽다. 내가 이렇게 문제가 많은 몸뚱이 었다 체감하는 시간이라 자존감이 바닥을 치다 못해 뚫고 갈 듯하다. 애써 태연하게 임해 보지만 괜찮을 리가 없다. 그래도 운동으로 땀 흘리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스스로에게 위안을 만들어 냈다.


몇 달 운동 뒤 여행 기간에도 멈추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에 이곳 리조트로 오게 되었다. Gym도 잘 되어 있어서 요가 후 유산소도 가능했다. 혼자 일어나서 새벽 공기 마시며 요가 수업받으러 가는 느낌은 또 새롭다. 이 시간이면 경기도에서 서울로 향하는 버스, 올림픽대로 어딘가에서 운 좋으면 앉아서 운 나쁘면 서서 꼬박 1시간 반정도를 달리고 있을 텐데. 더군다나 1월 추운 겨울의 새벽 공기는 유난히 시렸을 텐데.


아이가 요즘 빠져있는 멀티버스 세계관에 입각해서 여기의 내가 있고 또 한국에 그 출근 버스에도 내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는 그곳에 나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줘야 할까? 같은 여유부림 중이다.


요가 수업하는 장소는 방과 거리가 좀 있다. 수영장을 거쳐서 산책길을 따라 한참 내려가다 보면 작은 나무 둥지 같은 공간이 나온다. 이렇게 작은 곳에서?라는 의문이 드는 순간 좁은 길을 따라 앞으로 나아가면 확 트인 공간을 맞이하게 된다. 밖에서 보면 새둥지 같은 형상인데 안에서 밖을 볼 때는 내가 하늘에 떠 있는 기분이 들게 한다.  보호받는 기분이 들어서일까 처음 하는 수업임에도 금방 안정적으로 수업에 임할 수 있었다


비기너 수업이긴 했으나 여행오기 전 필라테스를 시작 안 했으면 전혀 동작을 따라가지 못할 정도이다. 모든 수업은 Inhalar과 Exhalar 이 전부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곳 요가 강사님들은 처음부터 강조한다.  자세를 완벽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처음에는 무조건 호흡을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Inhalar(들이마시기)과 Exhalar(내뱉기)만 잘 따라 해도 좋은 운동이 될 거라고 말한다. 나 역시 처음 호흡법 배울 때 일반 복식 호흡과 달라서 고생한 기억이 난다. 내 몸인데 왜 이렇게 내 맘대로 안되는지, 나를 질책한 기억이 떠오른다.


' 숨도 제대로 못 쉬냐!'


수업 내내 호흡 따라가며 동작도 최대한 정성 들여 최선을 다했다. 나름 성실한 타입이라 선생님이 시키는 건 참 열심히 잘한다.  '그래, 그런 나에게 답답한 모범생 같다고들 했었지......'


수업이 다 끝나고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몸의 긴장을 풀기 위해 하늘 보고 누워서 5분 정도 쉬게 해 준다. 가쁜 호흡이 돌아오면서 온몸의 감각이 다 살아나는 기분이 든다. 처음 들어보는 새들의 울음소리, 바람에 나무들끼리 스치는 소리, 물소리, 그리고 수분 가득 머금은 공기 냄새가 상쾌하다. 감은 눈꺼풀 위로 쏟아지는 햇살에 감은 눈도 눈부시다 느끼면서도 눈 마사지 하는 느낌이 들면서 따뜻하다.


그렇게 눈을 뜨고, 몸을 깨우며 일어나 앉으면 요가 수업은 끝난다. 이 아침 이 순간에는 내가 참 기특하다 생각이 든다. 내 몸에게 칭찬이라도 받고 싶은 것 마냥 한참을 나에게 귀 기울여 본다.


참으로 오랜만에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한 시간이다.


In put - Out put 만 했지

Inhalar - Exhalar을 못하고 살아왔구나 반성하게 된다.


남들에게 보여주는 결과물은 따박따박 시간 엄수하면서 온 정성을 다해서 그렇게 내어 놓고 살면서,

내 몸 안으로 들이마신 수많은 것들은 왜 그렇게 밖으로 내뱉을 줄을 몰랐던 것인지.


자연의 이치고 물리적, 경제적 여러 분야에 걸쳐 당연한 원리인 줄 알면서.


서툴고 어렵지만,

오늘도 이렇게 낯선 곳에서 비워내는 방법을 배우고 연습해 본다.


그나저나 내일은  All level 한번 도전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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