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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리원 Apr 02. 2024

세 식구, 캐리어 4개 (1/2)

세 식구, 캐리어 4개 #05 (전편)

나는 계획형 인간의 표본이다. 아이 낳고는 계획대비 실행률이 30% 이하가 되면서 많이 내려놓은 듯싶었으나, 여전히 계획하지 않고 뭔가를 시작하는 일은 너무 두렵다. 그런 내가 우리 집 큰 남자와 첫 데이트를 한 날을 떠올리면 어이없는 웃음 밖에 안 난다. 우리 집 큰 남자는 계획형 인간과는 전혀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 둘이 만났으니 뭐가 될 일이 있나!!


 그는 어디 갈지, 무엇을 먹을지, 무엇을 할지 아무 계획 없이 아빠차를 끌고 나왔다. 서툰 운전에 도통 나와의 일정에 집중도 못하는 상태였다. 애쓰는 그에게 난 정말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리고 그 이후 아주 오랫동안 우리는 친구로 지냈다.


 큰 남자는 그날을 두고두고 뼈저리게 후회했다고 한다.


그래도 인연은 결국 닿는 것인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여러 우여곡절 끝에 연인이 되었고, 지금은 우리 집 큰 남자가 되었다. 그는 점점 계획형 인간으로 변화했고, 부족한 것에 대한 부분은 항상 질문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운전 경력이 더 길었던 나에게 운전 배우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고(심지어 와이프가 운전 잘한다고 칭찬하며 좋아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정보들은 항상 노트하고 피드백 해 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비슷한 사람이 되어갔다. 1박 이상의 여행은 사전 계획 수립 후 엑셀 시트에 정리된 결과물을 확인해야만 움직였다. 시트 상단에는 결재칸까지 마련하는 세심함까지 겸비했다. (물론 결재자는 me)


 첫 번째 시트는 일정/시간이 반영된 스케줄표.
 두 번째 시트는 각 일정별 장소와 주변에 대한 상세 설명
 세 번째 시트는 주변 맛집
 네 번째 시트는 주변 볼거리, 해볼거리


이런 우리가 아이를 낳고 움직이다 보니 점점 더 계획형 심화 단계까지 왔다. 아이와 하는 여행은 당연히 계획대로 되는 게 없다. 그런데도 왜 계획을 하냐고?  그래서 더 계획이 필요했다.

1안, 2안, 3안........


계획대로 안되면 우리 같은 사람들은 멘붕에 빠져 버린다. 그 상황을 전혀 즐기지 못한다. 즉흥적 해결을 할 경우 그 만족도는 30% 이하다. 그래서 우리는 여러 가지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해졌다. 변수가 아이거나, 날씨 거나 장소 거나 등등. 다행히도 우리 부부는 그렇게 저렇게 맞춰가면 10년을 살았다. 이 정도면 서로를 참아줬다기보다는 그냥 서로가 같은 사람이 되었다고 인정해줘야 할 것 같다. 그래서 둘 사이 별로 싸움도 없고 의견이 대부분 일치하는 편이다. 이런 부부의 아이는 어떨까요?


파워 J입니다.

예정되어 있지 않은 일정을 소화하는 것을 너무나 불편해한다. 변수가 많은 휴일 전날이면 아이가 질문을 해온다.  


" 엄마! 아빠! 내일 일정은 뭐야? "


아빠가 대부분 브리핑을 담당하는데,


" oo 시경 아침을 먹고 oo시 출발해서 ~ ~~~~~, oo시쯤 집에 들어올 거야."


아이는,


" 이동은 차로해? 걸어가? 얼마나 걸리는데? 교통 카드 챙겨, 말어? 가방은 가져갈까 말까?

학습기는 언제 하지? 게임은 몇 시쯤 할 수 있어? 점심은 어디서 뭐 먹는데?......"


폭풍 질문이 쏟아진다. 그래도 우리에게는 너무 익숙한 일이라 또 그에 맞춰 설명해 주고, 필요에 따라 아이와 일정 조율을 한다. 그렇게 집을 나서면 이미 사전 학습한 일정이라 별 불만 없이 일정 소화 해준다. (혹 어떤 날은 본인 컨디션이 너무 안 좋다며 일정을 아예 미뤄 달라고 당당히 요구하는 당당 초등학생)

이런 JJJ가족에게 발리에서 한 달 살기 준비는 어땠을까?


큰 남자가 원하는 것, 작은 남자가 원하는 것,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의 절충안.

그리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그래도 지금 여기 발리에 있다는 것은 어떻게든 가방이 싸졌다는 반증 아닐까!


너무 많은 짐은 모두에게 힘들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어서 무조건 간소화할 수도 없는 일이다. 여러 사항을 고려해서 일정을 확정하고 짐을 싸야 했다.


[필수적으로 고려할 사항]

[ 밥은 먹어야지! 설마!]

1. 여행 일정 : 인도네시아(발리섬-길리섬-발리섬)-홍콩 경유(2박 3일)  한 달 살기

 

2. 구성원 및 그 역할


  (1) 성인 남 1(큰 남자)

   ・해외여행 입문은 신혼여행지 몰디브가 처음. 그 이후 다년간 실전을 통해 해외여행 준비 특화됨.

   ・IT업계 종사자로 해외에서 인터넷의 원활한 활용이 가장 중요 포인트. 인터넷이 되지 않는 환경에서는 버퍼링 상태로 잦은 로딩 중 상태가 된다.

   ・비행 중, 대기 중, 개인시간, 잠들기 전 볼 수 있는 영상들을 사전 오프라인 다운로드 준비.

  ・저렴한 비교 쇼핑을 좋아한다. A*리, T무, *팡 등 새로운 쇼핑 플랫폼이 안착하는데 큰 기여를 하는 1인.

(저렴하게 구매하는 것에 희열을 느낌)


    - 모바일 데이터 준비
      : 구성원 상황에 따라 다방향 분석 통해 작은 남자(eSIM), 큰 남자(USIM), ME(로밍)
    - 스마트 기기 및 기타 장비, 충전기(기내용 별도 가방 준비)
      : 노트북 2, 아이패드 2, 헤드폰 2, 에어팟 2, e-book 리더기 1, 학습기(밀크티) 1, 크롬캐스트(OTT 보기)
    - 비교 예약(공식홈페이지/각종 예약 플랫폼 등) 진행 : 항공권 및 기타 운송수단/숙박/입장료/투어 등
    - 입출국 사전 준비

  

 (2) 성인 여 1(Me)

  ・항공성 중이염으로 비행기 타는 것을 극도록 두려워함. 과거 출장으로 생계형 탑승을 하면서 괴로움을 호소하던 시기 *기압감소 귀마개 탑재로 다행히 비행기를 계속 탈 수 있게 됨.

여담이지만 10년도 훨씬 넘은 예전 일본 노선 비행기에서 비행 내내 심각한 귀앓이로 착륙하자마자 거의 기절 상태까지 간 적이 있다. 당시 나 말고도 쓰러지거나, 휠체어 타고 나가거나, 코피를 흘린 사람도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비행기 내 기압 상태가 평소보다 좋지 않았던 게 확실하다. 건강한 사람들은 괜찮으나 나처럼 이퀄라이징이 원활하지 않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엄청난 시련이 되었을 상황이다. 장기간 병원 진료도 받으며, 귀 수술도 고민했으나 매일 비행기를 타야 하는 직업이 아니면 안 하는 게 좋다는 의사 선생님 말씀 후 다른 방법을 찾은 게 기압감소 귀마개. 여행하다 보면 생각보다 나 같은 사람 많이 만나는데 예전에는 가끔 옆자리분들께 정보 나눔도 드렸는데 지금은 공유매체가 많아서 다들 알아서 잘 준비들 하실 것 같다.
[작지만 존재 가치가 확실한 물건]

   ・여행 일정 최종 컨펌과 체크리스트 작성 : 사전/사후 진행율 관리하게 된다.  


   ・돌발 상황 발생 시 단시간 최대 정보 수집과 대안 수립. 진행 방향 모색 및 실행 관리.


   ・모든 상황에서는 안전제일주의. 안전에 대해서는 모자란 것보다는 과한 게 낫다.

      : 개인적으로 고소공포증, 물 공포증, 광장 공포증이라 불리는 대표 증상들을 조금씩 가지고 있다. 심각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심리적으로 불안을 주는 부분이 있어서 가능하면 이러한 자극을 피하고 싶어 한다. 반대로 큰 남자, 작은 남자는 너무나 다행히도 나보다 진화된 인간형이라 최대한 그들의 경험을 지원하고 바라봐 주고 싶다. 다만, 그 과정에서 예상되는 리스크에 대해서는 사전 준비는 내가 맡아서 한다.


  ・예산 관리(나가자 일터로! 우리에겐 빚이 있다!)


  ・그래도 이번 여행에서 나는 정말 '쉼'을 목표로 할 예정인 1인.

    -  짐 싸기 카테고리
     : 구성원 맞춤형 용품, 필수 공용품, 물놀이 용품, 여행 안전용품, 비상식량, 의료용품, 기타 효율 물품
   - 부재에 대한 주변 챙김
   : 양가 부모님
   ( 특히, 동파기간 정기적으로 집에 들러 보일러 체크 및 목마른 화초들에게 수분 보충 시켜주신 시아버님께 정말 감사 인사 드립니다.)

   : 아이 학원 일정 일괄 정리
   (보강 및 기타 일정 조정에 적극적 협조 주신 많은 선생님께 감사 말씀 드립니다.)

   : 지인 분들
  (연말정산 및 불가피하게 꼭 처리해야 할 일들에 대해서 도움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보답하겠습니다.)


(3) 초등학생 1 (작은 남자) 

・보육 아동에서 교육 아동으로 성장하며 그 어렵다는 초등학교 1학년 입문기를 이겨냈습니다!!

워킹맘 아래서 긍정적이고 건강하게 자라주어서 너무나 감사한 아이. 쉼이 필요하다는 노래를 흥얼거리던 우리 집 작은 남자아이는 싫어도 해야 하는 것들을 경험하는 일 년이었다. 물론 '영어학원 싫어요, 땡땡이 하고 싶어요'를 외치는 아이를 이렇게 저렇게 달래가면서 일 년을 보냈다. (나는 워킹맘이니까......) 아이에게는  조금 더 힘내서 학교, 학원 다녀주면 방학 때 학원 일괄 휴식기! 무조건 하고 싶은 대로 놀게 해 준다는 약속을 했었다. 그리고 엄마는 지켰다!!!!


꼭 하고 싶다는 수영과 드럼 배우기만 남겨두고는 쭉 놀기로 했다.(학습기는 양심상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그렇게 시작된 엄마와 뒹굴뒹굴 겨울 방학. 이제는 아주 더운 나라 인도네시아 발리로 긴 여행을 떠나는 아이.  그 아이가 이 여행에서의 역할은 무조건 아프지 않고 신나게 놀고 행복해지는 일이다.!


"아빠, 엄마 우리 가족 매일 이렇게 노니까 좋다!!"


여행 일 주 일 차쯤 되었나! 아침에 눈뜨면서 아이가 내뱉은 말이다. (우리 로또 사야 할까?)

아이는 제 역할을 너무나 잘해주고 있다.


・외갓집이 거제도인 탓에 어려서부터 비행기는 줄기차게 타고 다녔다. 9개월부터였던가?

   한국분들은 아이, 특히 아기들에게는 마음이 후하시다. 아기 데리고 다니는 부모 마음은 아이 걱정과 더불어 주변분들에게 민폐가 될까 봐 조심스러운 마음 그게 5할인데, 그래도 아기와 함께일 때면 많은 배려를 받아 온 것 같다. 언젠가 한 번은 딱히 아기가 울어댔던 것도 아닌데 아기가 불편해하니까 비행기 승무원들께서 비행 내내 아이를 품앗이하며 안아 주셨던 기억이 오래 남는다. (제주항공 승무원 여러분의 친절에 감사합니다.)
 그리고 또 친청 어머니 환갑 여행으로 온 가족 총출동했던 괌 여행에서도 3살 아이는 비행기 바닥을 아주 자기 방처럼 구르고 다녔다. 좌석 바닥에 불편하지 않게 담요 깔아주고, 놀 수 있는 장난감도 건네주시며 계속 챙겨 봐주시던 승무원 분들도 참 많이 고맙다. 챙길 가족이 많아서 힘들었지만 그렇게 또 고마움을 건네받은 일들이 오래 생각난다(대한항공 승무원 여러분 감사합니다.)

 어려서부터 비행기 타는 게 익숙했던 아이라 해외여행 비행 자체에 크게 스트레스받지 않는다. (최근 새벽 비행기로 갔던 푸꾸옥은 힘들긴 했다. " 이건 좀 너무 한데!"라고 했던 거 같다. )

전용 헤드셋, 아이패드, 휴대폰과 식사+간식만 제때 제공된다면 별로 어려움이 없다. 이, 착륙 시 엄마 손도꼭 잡아주는 스위트한 아이다.


・물은 너무 좋다!

 : 아이가 물을 너무 좋아한다. 2개월부터 욕조에 넣어주기 시작했고(목튜브~) 유아 수영 강습도 일찍 시작했다. 하지만 수영 강습은 생각보다 길게 하지 못했다. 아이는 잠수하면서 그냥 놀고 싶은데 선생님이 자꾸 '음파, 음파, 발차기, 발차기' 하라고 해서 싫다고 한다. 결국 아이를 그냥 물에 자유롭게 풀어두는 게 맞을 듯하여 수영을 관두고 아기가 아이가 되고, 어린이가 되기까지 가능하면 자주 물이 있는 곳들을 찾아다녔다.

 

그래도 조금 체계적으로 수영을 배우면 조금 더 자유롭게 놀 수 있을 것 같아서 발리 오기 전 다시 수영 학원을 등록했다. 다행히 이번에는 그룹형 수업에 또래들이 있으니 잘 적응하고, 수영 선생님과도 케미가 잘 맞는지 계속 다니고 싶다고 했다. 수영 선생님은 아이가 물 자체를 좋아하다 보니 수업 진도는 빨리 나간다고 말씀하신다. (모든 부모들에게 해주시는 말씀이겠지만 부모는 내 아이가 잘한다는 말은 백번 들어도 지겹지 않고 거짓말 같지 않다.) 그러고 보면 뭐든 다 때가 있는 것 같다.


・위생/안전 관념이 철저하며 스스로의 몸을 많이 사랑한다.

 - 과자, 식료품을 살 때나, 집에 한동안 보관해 두고 꺼내 먹을 때면 묻는다.


  " 엄마! 이거 유통기한(소비기한)이 언제까지야? 이거 맞지? 먹어도 되나?"


  " 엄마! 이거 소르비톨이 뭐야? 내가 먹어도 되는 거야?"

솔직히 엄마는 식품공학을 전공하고 일 역시 전공을 살린 일을 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딱히 유난스럽게 군적은 없다. 우유도 유통기한 지나도 그냥 먹어도 된다고 주거나, 남은 우유로 다른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주곤 한다. 레몬으로 치즈를 만들거나, 요구르트와 섞어서 요구르트를 만들거나, 빵을 만들거나 그 활용이 하나가 아님을 보여주고 먹여주기도 한다.
 
과자, 라면 같이 유탕제품은 소비기한이 지난 지 얼마 되지 않거나 열어서 산패취가 안 나면 먹어도 괜찮다고 알려도 줘 봤다. 원재료에 적힌 식품첨가물이나 원료들이 안전하냐고 묻는 아이에게 너무 자주, 많이 먹지 않으면 괜찮다고도 알려줬다.(실제로도 일부 발암 유발 물질로 알려진 첨가물 외에는 아이가 먹는 것에 크게 제약을 두지 않고 있다. 많은 연구로 만들어진 대기업의 맛을 난 존중 한다!)

그럼에도 아이에 눈에는 못 먹는 것을 자꾸 먹게 하려고 마법 수프 끓이는  마녀 엄마로 보이는 듯하다. 목적에 맞게 먹어야지 먹는 것으로 장난치면 안 된다는 게 아이가 주장하는 논리다.

 "우유는 우유로, 치즈는 치즈로, 빵은 빵으로 사 먹으면 되지!"

 이런 성향 때문에 최대한 아이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게 잘 설명을 해준다. 그래도 뭔가 충족되지 않으면 아무리 배가 고파도 먹으려 하지 않는다. 목이 말라도 깨끗한 물이 맞는지, 아무리 좋아하는 수박이어도 파리가 앉아 있다가 간 음식이 아닌지.(사실 여행에서 이 부분이 제일 걱정이다. 한편으로는 이번 기회에 아이가 조금씩 내려놓고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연습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3.  여행 코스 관련 준비

  

・ 스노클링 등 바다 수영, 리조트 수영 등 관련 용품 : 줄여도 부피가 큰 물품이 많다.

・ 바투르 산 지프 투어 : 발리는 더운 날씨지만 한밤중/새벽 바투르는 덜덜 추운 날씨. 겹쳐 입을 긴 옷 여러 벌이 필요하다.

・ 홍콩 여행 : 돌아오는 길 경유 여행지로 선택한 홍콩은 쌀쌀한 가을 날씨로 이에 맞는 옷들이 추가로 필요.

・썬 프로텍터!! : 모자, 선글라스, 선크림, 양산 겸 우산, 마스크팩, 쿨링 로션 등

  

그래서, 이리하여, 우리의 캐리어 모습은?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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