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리원 Apr 02. 2024

안 하던 짓하면 즐겁다!(2/4)

안 하던 짓하면 즐겁다! #11 (2편)

[2.5M 다이빙대에서 과감히 뛰어내리는 9살]

1. 거북이랑 수영하기(화상보다 기미가 더 무섭다)

2. 스노클링(파도 멀미)

3. 자전거 타기(굴러 굴러_상처)

4. 다이빙(스포_죽어도 못하겠다)

5. 버블 파티(거품은 거품이다.)

6. 비 맞고 뛰어다니기(이 동네 미친 X은 나)

7. 패들보드(겸손해지는 두 무릎)

8. 글쓰기(좀 쓰자!)

......


길리 T 섬은 자전거로 천천히, 쉬엄쉬엄 1시간 반정도면 돌아볼 수 있는 섬이다. 섬을 기준으로 동서남북 풍경이 너무 달라서 해안도로로 자전거 라이딩 하는 묘미가 있다.

우리가 처음 묵었던 동쪽은 터틀 포인트! 그냥 리조트들 앞바다가 거북이 놀이터. 북쪽은 정돈된 리조트들이 즐비하고, 망망대해 뷰를 즐길 수 있다. 한참 걸어 나가도 얕은 수심에 산호초들까지 볼 수 있어서 스노클링 하시는 분들이 많다. 서쪽은 계속 개발 중인 모습을 만나는데 띄엄띄엄 고급 리조트들이 있고 여전히 들어서고 있는 것 같다. 리조트들은 밤이면 해변에서 영화 상영도 해주고, BBQ에 칵테일까지 환상적인 밤 문화를 추구한다. 마지막으로 남쪽은 항구 쪽이다. 처음 길리 T에 내리면 만나는 곳이고 그래서 재래시장, 크고 작은 숙소, 해양 스포츠 안내 및 예약가게, 마트(편의점), 카페, 음식점들이 빼곡하게 들어서있다. 사람도 많고, 말도 많고, 자전거도 많은 정신없는 곳!


우리는 동쪽에서 6일 정도, 서쪽에서 5일 정도 머물렀다. 아주 탁월한 일정이라 생각한다. 동쪽에서 북쪽까지 아우르며 원 없이 스노클링 하고 서쪽으로 넘어와서 엽서판 선셋 보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작은 섬에서 그렇게 오래 뭘 하겠냐고 했지만 이 작은 섬에서 깨알같이 소소한 행복까지 다 끌어다 즐겼다면 믿어줄까? 적어도 우리 가족, 그리고 무엇보다 나에게는 감사한 곳이다. 모든 근심과 걱정, 생각들을 내려놓을 수 있는 여행지를 만나는 게 생각보다 쉬운 게 아니니까.


4. 다이빙(스포_죽어도 못하겠다)


서쪽 리조트에 짐을 풀고 라이딩하면서 찍어 두었던 '래빗점프'라는 곳으로 가봤다. 다이빙 대가 멀리서도 보여서 뭐 하는 곳인지 너무 궁금해서 서툰 SNS까지 살펴봤던 우리다. 결론은 자유롭게 다이빙하며, 밥도 먹고, 술도 먹고, 놀다가 요일별 다르게 마련되는 이벤트를 즐기는 곳이다. 무엇보다 특정 요일에 이루어지는 버블파티는 SNS 담기 위해 많은 사람이 찾는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건 다 할 수 있는 곳이라 보면 되는데, 우리는 또 사람 북적이는 거 안 좋아한다. 그래서 조금 이르게 이곳을 방문했다.


이곳의 많은 유희중 목적은 하나. 다이빙!

지금 생각해도 웃음 나는 일이다. 좋아서? 아니, 어이가 없어서. 큰 남자와 작은 남자에게 영상들도 보여주며 아이들이 와서 이렇게 신나게 뛰고 노는 곳이라고 흥미를 불러일으켜 두고는 정작 나는 뛰지 못한 양아치였다. 사실 검색을 해볼 때는 정말 뛰려고 했다. 직원들도 옆에 있고, 일단 뛰면 나올 수는 있겠지 싶었는데, 보면 볼수록 머리가 복잡해지는 도전이었다.


호주에서 가족과 놀러 온 아이들 같은데 1m에서 곧잘 뛰어내린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수영하며 빠져나오는 여유. 역시 서양에서는 생존 수영은 기본기 탑재임이 확연히 보인다. 성인들은 1단계를 거쳐 2단계까지는 스스로가 수용이 되는 높이로 보인다. 3단계까지 올라가서 뛰어내리려 서면 그곳의 모든 관광객이 일제히 우러러보는 상황이 된다. 그쯔음 되면 다시 내려오고 싶어도 그냥 뛸 수밖에 없으리라. 나름 선수 같은 포즈로 뛰어내리던 사람에 열광하는 이들!


수줍고, 수영 못하고, 겁 많은 동양인 여자는 엉덩이도 들썩 못하고 착붙중.

우리 집 작은 남자는 수영을 정식으로 배우고도 있고, 잠수를 너무 좋아하고, 스노클링에 탄력도 받은지라 지금 너무나 용감한 상태다. 다이빙도 해보겠다고 나선다.


이 멋진 아이가 내 아들이었던가!


1단계 1M 다이빙대에 선 아이. 아래는 4~5미터 깊이의 물이 기다리고 있다.(그 정도로 깊은 줄은 몰랐을 것이다.) 직원이며, 큰 남자가 여차하면 물속에 뛰어들 기세로 바라보고 있다. 작은 남자는 멋있게 뛰어내렸고 잠시 가라앉았다가 수면 위로 금방 올라왔다. 그리고 수영을 해서 나오네!


꺄악! 찐 팬 텐션! (나름 나도 배운 여자인데, 부모는 원래 자식 일에는 바보가 된다.)


별거 아니라고 느꼈는지 2단계로 직행하는 우리의 작은 남자. 어른들도 가슴 쓸어내리며 뛰는데 (여담으로 큰 남자는 한번 뛰고는 못 뛰겠다고 선언했다.) 어느 순간 뛰어오며 도움닫기 탄력도 받고서 뛰어내렸다. 역시 자연스럽게 물 밖으로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알 수 없는 감동이 휘몰아쳤다.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들이 경기 후 메달을 땄을때 기분이랄까!


작은 남자는 그 후로도 몇 번의 다이빙을 했고, 나중에는 잘 타일러서 먹는 것으로 강제 휴식을 취하게 했다. 아이 키워보신 어른들은 알겠지만 아이들은 자신의 체력이 어디까지인지 모른다. 1% 라도 남아있으면 그게 무엇이든 계속한다. 그러다 0%가 되는 순간 건전지 빼듯이 방전되어 뻗어 잠든 아이를 자주 볼 수 있다. 내가 볼 때 잔여 에너지 10% 미만이다! 말려야 하는 순간인 것이다. 숙소까지는 가야 하니까!


결론적으로 아이는 숙소 오자마자 씻고 예상대로 잠들어 버렸다. 꿈속에서 그렇게 좋아하는 로블룩스 점프맵을 무한반복 뛰고 있을지 모르겠다.


요즘은 여행 유투버가 많아서 아주 쉽게 해외여행 영상들을 접할 수 있다. 사실 영상들을 그리 즐겨보진 않지만 바닷속을 보여주는 영상은 잠시 넋을 놓고 보곤 한다. 내가 이런 영상 아니면 절대 직접 체험 불가하다는 걸 스스로 인정한 탓인지, 물속에서 자유롭게 프리다이빙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대리 만족을 한다. 내가 수영을 안 배워 본 것은 아니다. 두어 번 학원도 끊어서 시작했으나, 괜찮다가도 가끔 내가 물속에 있다는 것이 너무 낯선 장소에 떨어진 두려움 같이 확 몰아치는 기분이 생긴다. 그러면 심장도 빨리 뛰고, 멀미도 나는 것 같고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수영장 안에 울리는 특유의 울림도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고 그 공간 자체가 숨 막히고 힘들어진다. 결국 그래서 수영을 끝까지 배우지 못했다.


산소통을 메고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수영을 못해도 된다기에 시도했다가 훈련 단계에서 아웃된 이력도 있다. 심적인 문제인지, 외적인 문제인지 몰라도 결론적으로 수심이 깊어지면서 수압에 따른 증상들이 심하게 나타났다. 특히 귀 통증이 심해져서 결국 포기했었다. 돌아보면 극복하려고 이런저런 시도는 했으나 결국 실패였다. 나에게는 극복하지 못한 일로 남은 찜찜한 부분이다. 열심히 한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더라. 포기를 가르쳐준 일이기도 하다.


오늘도 난 저 다이빙대를 한없이 바라보며 수백 번은 이미지트레이닝은 한 듯하다. 그래도 난 뛰지 못했다. 까지껏 뛰어내리는 것은 하겠는데 그다음이 도통 그려지지가 않는 것이다. 안 하던 짓을 해보려 했으나 이것만은 하지 못했다. 나름 구차하게 스스로를 위로한 말은,


지금 다하면 사는 동안 심심하잖아. 괜찮아. 다음번에 하자!


안 하던 짓도 누울 자리 보고 뻗는 학습된 인간임에 조금은 내가 별로인 밤이다.


5. 버블 파티(거품은 거품이다.)


우리의 길리 T 서쪽에서의 시간에서 같은 곳을 또 방문 한 곳이 '래빗점프'다. 다이빙은 이제 잊고 버블 파티를 즐기러 가보자! 석양이 질 때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버블이 바람에 따라 비치까지 날아들고, 때론 자전거 도로 위로 날아가 라이딩하는 사람들 몸에 붙기도 하는 재미있는 날이 있다. 수영장 물 위에는 버블이 가득하고, 음악과 웃음이 가득한 시간.

[앞서 뛰어듬--> 빨리 지침]

그 시간을 즐기러 다시 방문했다. 사전 영상 답사를 아주 많이 했기에 엄청난 기대에 부푼 우리다. 특히 비눗방울 좋아할 나이들 아닌가!(누구?)  석양이 지기 시작할 무렵 수영장 위로 엄청난 버블들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바람도 꽤 있던 날이라 버블은 하늘도 날고, 바닥도 덮고, 수영장도 덮고, 사람도 덮으며 제약 없이 날았다. 아이들은 버블을 따라 여기저기 뛰어다녔고, 수영장에 쌓인 버블은 안개 같이 눈앞을 가리기도 했다.


신나게 수영장에 뛰어들어 잠깐 놀던 작은 남자는 버블 때문에 자꾸 시야에서 사라졌다. 조금 걱정이 되어 계속 아이에게만 시선을 고정하고 쫓아다니기 바빴다. 아이도 잠수하다 버블이 있는 수면으로 올라오니 숨쉬기도 힘들고 보이는 게 없어 무섭기도 한 모양이다. 그리고 어떤 성분으로 만들어진 버블인지 모르겠으나 화학제품 냄새가 나서 아이를 놀게 둘 장소는 못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끌고 나와 조금 먼발치에서 데려다 놓고 각자의 음료를 즐기며 관전 모드로 전향해서 시간을 보냈다.


너무나 아름다운 젊은 커플들이 칵테일 들고 버블 사이에서 사진을 찍고, 음악에 따라 춤을 추는 모습도, 다른 가족들이 아이와 버블 날리며 노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꽤 흥겨웠다. 우리 집 사람들은 나와 같은 생각인지 그냥 그렇게 줄줄이 앉아서 바라만 보더라. 분명 우리는 엄청 신나게 이 버블파티를 즐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숙소에 돌아왔고, 오늘의 감흥에 대해 별 말들이 없다.


잠들기 전 작은 남자에게 물었다.


Mom : 오늘은 재미있었어?

Son :  응! 재미있었어!

Mom : 뭐가 재미있었어?

Son : 몰라! 그냥 엄마가 물어봐서 생각해 보니까, 기분이 재미있는 것 같아! 뭐가 재미있었야 해?


기대보다 별로라는 말을 들을 거라 생각했나 보다. 그런데 의외의 답에 조금 난감해진 상황이다.  


Mom : 아니, 버블이 너무 많아서 너 수영하는 것도 불편해 보이고, 냄새도 좀 나서 별로라고 했잖아! 그래서 물어본 거야

Son :  아~ 그건 그런데, 비눗방울이 근두운 같아서 타보고 싶었어! 그건 안 되겠지? 그래도 재밌었어!


이내 침대와 침대 사이를 뛰어다니며 구름을 탄 거라고 말하는 아이.


그래, 버블은 버블인데 나는 여기서 무슨 의미를 더 찾고 싶어서 이렇게도 조급한 건지. 온전하게 곧이곧대로 보이는 대로 즐기는 방법을 자꾸 잊어버리나 보다. 안 하던 짓하는 사람으로 재정비 필요! 내일 아침에 눈을 뜨는 나는 조금은 더 가벼워진 사람이면 좋겠다.




이전 13화 안 하던 짓하면 즐겁다!(1/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