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강사로 초청받아 강의를 다녀왔습니다. 강의가 끝나고 단체사진을 찍었는데요. 강사다 보니 제가 가운데에 서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나중에 사진을 받았는데, 생각보다 제가 너무 크게 나왔더라고요. 제가 운동을 좋아해서 원래도 좀 체격이 있는 편인데, 사진 속에서는 혼자 세 배는 더 커 보였습니다.
강의가 끝나면 보통 SNS에 “좋은 시간 감사합니다~”하고 사진을 올리곤 하는데, 그날은 도저히 올릴 수가 없었습니다.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사진첩에만 남겨두고 말았습니다. 그러면서 사진 하나에 괜히 신경 쓰이는 제 자신이 조금 웃기기도 하고, 또 왠지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사진을 바라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울까?”
여러분, 혹시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을 본 적 있나요? 이 드라마가 방영될 당시, 많은 화제를 모았지만 동시에 한 가지 논란이 있었습니다. 바로 주인공이었던 송중기의 ‘피부 보정’ 때문이었습니다.
송중기는 극 중에서 20대 초반의 진도준 역할을 맡았습니다. 하지만 실제 촬영 당시 그는 30대 후반이었습니다. 제작진은 그의 나이를 감추기 위해 CG로 피부를 보정했는데, 그 결과가 피부가 너무 매끈해지고 인위적으로 변했습니다. 피부 결조차 보이지 않았고, 다른 배우들과 함께 있을 때 유독 부자연스러워 보였던 것입니다.
물론 드라마니까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시청자들은 어딘가 어색하다고 느꼈습니다. 송중기의 연기가 뛰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과한 보정이 드라마의 몰입을 방해했던 것이죠. 이 논란을 보면서 한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과연 지금의 ‘나’를 얼마나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을까요?
요즘은 누구나 셀카를 찍고, 보정하는 시대입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손쉽게 얼굴을 밝게 만들고, 피부 결점을 지울 수 있습니다. 사진을 찍으면 각도를 바꿔보고, 필터를 씌우고, 더 예쁘게 보이도록 조정합니다. 그러다 보면 점점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 사진은 좀 별로인데, 보정을 좀 하면 나아지려나? 필터를 씌우면 좀 괜찮아 보이지 않을까?”
그렇게 우리는 더 멋지고, 더 완벽한 이미지를 만들려고 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볼까요? 보정을 끝낸 사진과 원래 찍힌 사진 중에서, 진짜 내 모습은 과연 무엇일까요? 어쩌면 우리는 진짜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항상 보정된 나를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요?
사실 이런 보정은 외모에서만 끝나지 않습니다. 우리의 삶에서도 감정에서도 우리는 종종 보정을 합니다. 남들에게 더 괜찮아 보이기 위해 일부러 밝게 웃을 때가 있습니다. 속으로는 힘든데, “나 괜찮아.”라고 말할 때가 있습니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감추려고 과장된 모습을 연기할 때도 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보정된 완벽한 나를 만들어 가지만, 그러다 보면 진짜 나를 잊어버릴 때가 많습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보다,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지를 더 신경 쓰게 되는 거죠.
하지만 사실 우리는 지금 모습 그대로도 충분히 소중한 존재입니다. 조금 부족해도, 때때로 실수해도 괜찮습니다. 문제는, 우리 스스로 그걸 인정하지 않는 데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더 나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마음, 잘난 사람들 사이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는 불안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마음들이 우리를 계속해서 보정된 나로 살게 만듭니다.
하지만 여러분, 우리는 완벽해서 사랑받는 존재가 아닙니다. 불완전한 그대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사람입니다. 진짜 나를 인정한다는 건, 더 이상 꾸미지 않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내가 나를 믿어주기로 한 용기 있는 선택입니다.
그러니 너무 애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늘 밝게 웃지 않아도 되고, 잘 지내는 척 안 해도 괜찮습니다. 가끔은 지치고, 주저앉고, 방향을 잃을 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순간까지도 당신의 진짜 모습 안에 포함되어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모두가 멋져 보이는 세상에서 나만 왜 이렇게 초라한가 싶을 때,
괜찮다고 잘하고 있다고 나 스스로에게 먼저 말해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진짜 나를 사랑하는 건 화려해진 후에야 가능한 게 아니라,
어설프고 불완전한 지금부터 시작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조금 느리게 가도 좋습니다. 남들처럼 대단한 삶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지금의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살아내는 용기입니다. 오늘 하루도 그런 당신의 모습이면 충분합니다. 보정 없이도, 당신은 이미 괜찮은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