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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이 Jul 02. 2022

파리에서의 저녁 식사


나는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피에르 씨의 메일로 번역 원고를 보냈고 그의 반응을 기다렸다. 그로부터 약 일주일이 지났을쯤 나는 그의 답 메일을 받았다. 단편 7 편중 2편을 읽었는데 아주 훌륭한 작품이라면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 후 다섯 번째 단편을 읽고 있는 중인데 점점 더 매료되어 간다면서 자신의 도움이 필요하면 기꺼이 응하겠다고 했다.

그의 메일에 용기를 얻은 나는 연말 바캉스를 조용히 넘기고 나서,  2016년 연초에 출판사 대표님 필립 씨에게 전화를 걸어 북한 주민 돕기 협회의 모임에 대한 나의 방문과 원고에 대한 피에르 씨의 긍정적인 반응과 적극적인 지지에 이르기까지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도서전에 맞춘« 고발 »의 출간을 재개하면서 피에르 씨와 파리에서 한번 만나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의했다. 필립 씨는 아마도 나의 간절한 부탁이 안타까왔던지 그러겠다고 했다.

1월의 어느 날 저녁, 필립 씨와 나, 피에르 씨 이렇게 세 명이 파리의 한 식당에서 모임을 가졌다. 그날의 만남에서 필립 씨는 반디의 작품을 도서전 직전인 3월에 출간하겠다는 결심을 굳혔고 피에르 씨에게 후기를 써주기를 부탁했다. « 고발 »의 한국판 뒷부분에 나오는 소위 극우파라 지칭되는 인물들이 쓴 부록 편을 모두 없애고 피에르 씨의 후기를 대체해 넣기로 합의를 보았던 것이다.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나는 그동안 목구멍에 걸려있던 가시가 마침내 쑥 내려간 듯 가슴이 후련해짐을 느꼈다. 그것은 불의에 대한 일종의 나의 작은 승리와도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그 작은 승리감은 오래가지 않았고 또 다른 난관에 부딪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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