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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이 Jul 22. 2022

서울에서의 콘퍼런스


앞에서 주로« 고발 » 작품에 대한 공격적인 평들만을 언급했는데, 사실 적잖은 프랑스의 매디아와 독자들의 호평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기쁘게 한 것은 불어판의 출판을 시점으로 해서 이 작품의 저작권이 전 세계로 팔려나가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그것도 엄청난 선불금을 내면서까지 해외 출판사들이 열정적인 관심을 보였다는 사실이다. 그 소식은 앞에서 언급한 친북파 혹은 좌파 지식인들의 발언들이 얼마나 하찮고 신빙성이 없는가를 증명해 주는 것만 같았다.

저작권이 전 세계적으로 판매된 이면에는 « 고발 »의 불역 원고가 적잖은 기여를 했다고 생각된다. 물론 에이전트가 느지막에 영문으로 된 책 소개를 해서 돌렸겠지만 처음에는 불역 원고를 돌린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불역 원고를 에이전트에게 주면서 다른 나라들에도 소개하도록 적극 권유하기도 했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어떤 나라에서는 프랑스 출판사나 불어 번역가들의 허락도 받지 않고 불역 원고에서 바로 자기 나라 언어로 번역해 출판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그리고 약 1년 후인 2017년 2월경, 서울에서 좋은 소식이 날아왔다. 반디의 단편집이 한국의 한 중견 출판사인 다산책방에서 새롭게 단장되어 나왔고, 이 출간 기념으로 3월 말경 « 고발 »을 출간한 각국의 해외 출판인들 및 북한 인권 관련 인사들을 모시고 국제 콘퍼런스를 연다는 것이었다. 프랑스에서는 후문을 써주신 피에르 리굴로 선생님과 내가 초청되었다. 더 기쁜 소식은 한국에서 새로 출간된 반디 작가의 작품이 곧바로 베스트셀러의 목록에 오르고 많은 한국 독자들이 이 작품을 극찬하는 리뷰를 썼다는 점이었다. 이는 물론 해외에서의 굵직한 매디아들과 독자들의 호평에 힘입은 것이겠지만, 그래도 한국 독자들과 매디아들이 이 작품에 관심을 가져주고 작품성을 인정해 주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도 나를 기쁘게 했다.

콘퍼런스는 이틀간 이루어졌는데, 첫날은 북한의 인권 문제에 초점이 맞추어졌고, 두 번째 날은 반디 작가의 작품을 중심으로 토론회가 있었다. 자칫 무관심 속에 묻힐뻔했던 이 작품을 처음으로 발견해 해외에 소개한 사람으로서 나도 발제에 참여해서 불어판에 대한 한국과 프랑스에서의 논란, 즉« 고발 »을 문학 작품으로 보지 않고 정치적 이해관계로서만 보았기 때문에 생긴 논란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커퍼런스를 조직한 도희윤 대표님은 초청한 모든 귀빈들에게 판문점 투어를 선사했고, 그 근처 어드메쯤에서 초청된 각국의 대표들이 자국 언어로 번역된  « 고발 »의 일부 발췌문을 소리 내어 읽기도 했고 단체 사진을 찍기도 했다. 우리의 이런 행사가 미국의 CNN 방송에 보도되었다고 했는데, 개인적으로 보지는 못했다.

한 식사 자리에서 마침 불어를 하는 영국 출판사 대표님 옆에 앉게 되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영국에서는 혹시 친북 지식인들이 이 작품에 대해 공격을 하지 않았느냐고 물으니 전혀 없었다고 대답하면서 영국에서는 이미 제2판을 찍었다고 해서 나를 부럽게 만들었다. 프랑스라는 나라가 여러 면에 있어서 상당히 특이한 나라임을 다시 한번 실감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비록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고 나의 작품 선정에 불만을 품은 여러 사람들로부터 무수한 뭇매를 맞기도 했지만, 나는 결코 나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 고발 »의 독일어 번역가가 독일 출판사가 의뢰해온 이 작품의 번역을 수락할 것인지 말 것인지의 망설임 앞에서 내게 메일을 보내왔다. 우파 성향을 가진 한국 출판사에서 나온 이 작품을 번역하는데 문제가 없었는지 우려하면서. 나는 그 메일에 간단한 답변을 보냈다. « 저는 이 작품의 정치적인 성향과 관계없이 단순히 문학적인 퀄리티만 판단해서 선택, 소개했고 번역했습니다. 한국의 좌익이든 우익이든 정치판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지요. 한국문학 작품을 소개하는 기획인이자 번역가로서 이 작품의 문학적 가치를 인정합니다. 그리고 북한 주민들이 알며모르며 겪는 불행한 실상들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픈 사명감도 상당한 기여를 했고요 »라고. 그 번역가는 결국 반디 작가의 단편집 번역을 수락했고, 무사히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나중에 알려주었다.

한 가지 유감인 것은 반디 작가의 다른 후속 작품을 낼 수 없다는 점이었다. 반디 작가가 북한 체제의 응달에서 계속 글을 쓰고 있는지, 써놓은 글들이 있는지 조차도 알 수 없는 실정이고, 설사 있다 하더라도 그 작품들을 북한에서 빼내어 오는 일만 해도 목숨을 건 위험한 일이기에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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