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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이 Aug 20. 2022

일요일에 누리는 나만의 행복


나는 아주 절대적인 예외를 제외하고는 일요일에 외부 약속을 잡지 않는다. 나만의 평온한 즐거움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서.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면 평소의 스트레칭과 아침 식사 후 글을 쓴다. 10시 반쯤 수영복을 챙겨서 수영장에 간다. 약 1시간 반 동안 수영을 하면서 아침에 쓰다가 만 글의 다음을 상상하거나 또는 새로운 작품 구상을 한다. 그러다 보면 몸의 피곤함을 느낄 새도 없이 어느덧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모든 게 습관 들이기 나름이라고, 처음 수영을 시작했을 때는 5분도 채 안되어 숨이 가쁘고 몸이 피곤했는데, 일요일이면 무조건 수영장을 드나들려는 노력과 함께  차츰 수영 시간도 늘어갔다. 거의 15년을 넘게 다닌 지금은 이력이 생겨서 2시간도 쉬지 않고 25m를 왕복할 수 있게 되었고, 여행이나 출장 등으로 일요일의 수영을 놓칠 경우 내 몸이 근질거릴 정도이다.

수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목에 아침부터 오후 1시까지 열리는 꽤 큰 재래식 시장이 있는데, 나는 살 것이 있거나 없거나 무조건 차를 세운다. 시장을 산책하는 즐거움 역시 수영의 즐거움 못지않기 때문이다. 인생사의 온갖 잡동사니들이 양쪽으로 즐비하게 늘어선 사잇길을 걸으며 슈퍼보다 싼 물건들이 있으면 덥석 사기도 하고 옷가게들을 기웃거리다가 디자인과 색깔이 마음에 드는 값싼 옷들을 가끔 사기도 한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내가 시장에서 가장 많이 사는 것은 싱싱한 해물이다. 손님 초대할 때 주로 준비하는 내 특기 요리인 해물 불고기에 쓰이는 재료들은 거의가 이 시장에서 온다. 나는 여러 종류의 생선과 오징어 등을 사서 내가 직접 손질하고 토막 내어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어 사용한다.

나의 해물 불고기는 오징어, 연어, 참치, 황새치,  생대구나 기타 흰 살 생선, 가리비, 새우 등 여러 가지 생선을 섞고 거기에다 약간의 닭고기나 돼지고기를 넣어 전골 맛을 낸다. 양념 소스로는 마늘과 생강을 필수로 불고기 양념과 돼지 불고기 양념의 중간쯤으로 해서 반나절이나 하루 정도 재워 두었다가 갖가지 야채와 함께 불판에 구워 먹는데 한국 사람도 좋아하지만 프랑스 사람들이 특히 좋아하는 음식이다.

시장에서 돌아와 점심 먹고 목욕하고 나면 거의 오후 4시가 되는데 그때부터 나는 글을 쓰거나 독서를 하면서 나만의 평온한 일요일의 시간을 흘러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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