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앞 고양이

또 다른 고양이

by 박점복


여차하면 꽁무니 뺄 준비는 끝냈다.

툭툭 발길질로 몇 차례 간을 보지만

어라! 반응이 없다, 저쪽은.

긴장한 걸까 쭈뼛 쭈뼛은 빼다 박았는데

아닌 척해 보지만 겁먹은 건 사실이고

그렇게 자기인 줄 모른다, 거울 앞 고양이는.



또 다른 고양이 한 마리 연신 거울 앞에서 '쯧쯧' 거리고

얼핏 비친 흔적 벌레 떨어내려는 듯 뜯으며

아까부터 불쌍해서 어쩌냐며 도리깨질이다

손사래 친다고 내가 남이, 남이 내가 될 리 만무할 텐데

“뻔히 알면서도, 누군 줄.......”

차라리 순박한 고양이가 부러울 뿐.


버둥거릴수록 또렷해지는 굵은 주름, 허옇게 샌 머릿발

정확하게 일치하는 흔적의 유전자까지

쭈그러진 세월 겸손하게 인정할 테다.

천진스레 감사로 나이를 담아내리라.


허세를 숨길 줄 모르는 고양이처럼.

어느 날 문득 눈에 띈 게시판 속 글귀처럼.


"늙음도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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