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봄이 사라졌다!-
오늘 나는 어이없게도 엄마가 출발 지점으로 향하고 있는 엄마를 발견했어. 출발선에서 수많은 두려움을 물리치고 목표 지점을 향해 하프 지점을 간신히 통과했는데 말이지. 조금만 더 가면 목표한 지점이 가시거리 구간이 될 텐데 엄마는 원점 방향으로 몸을 틀고 있어. 그런데 정작 엄마는 인지하지도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나는 엄마 옷자락이라도 부여잡아서 멈추라고 소리치고 싶었어. 엄마! 지금이라도 내 손짓이 혹은 목소리가 들린다면 멈춰줬으면 좋겠어. 우리가 처음으로 무기를 들고 전투했던 자리로 다시 가지 말아 줘요. 그건 반칙이야 엄마!!! 나와 그토록 오랜 시간 밀당하고 지지고 볶고 우당탕거리면서 매일 대동소이하면서도 조금씩 노력하며 맞춰 왔잖아. 엄마도 나와 부딪혀 이곳저곳 상처 입고 힘들었고! 그런 데다가 엄마를 위해 쏟았던 내 노력의 흔적들까지 가치 없게 만들고 있는 거야. 엄마는 전혀 문제없어 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지만 나는 교정과 퇴고를 거치지 않은 글을 보고 있는 것만 같아서 심란해. 그동안 엄마에게 마르고 닳도록 읊어댔던 애국가는 엄마 기억 속에서 자취를 감춘 것 같아. 엄마에게 나는 다시 낯선 사람이 된 것만 같아서 정말 화가 나!! 그동안은 나를 테스트해 본거야? 만약 그것이 진심 엄마 뜻이라면 내가 엄마 뜻대로 움직이지는 않을 거야. 엄마의 개안을 위해 고군분투해 왔던 숱한 장면을 결코 폐기할 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나는 그 장면들이 모여서 하나의 영화로 완성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 영화 속에서 우리는 각 캐릭터대로 살아가게 되는데 엄마와 나는 끊임없이 분쟁하고 갈등 속으로 치열하게 달려들지. 그 과정에서 엄마와 내가 경험하는 성장과 성숙이 우리 영화의 주제인 셈이야. 그런데 엄마는 태초에 써왔던 언행들을 새삼 꺼내 들고 우리의 작품을 산으로 보내고 있으니까. 그 덕에 나는 불안하기만 한데 엄마는 오히려 여유를 부리고 있는 것 같아. 마치 모든 임무를 수행한 후 귀향하는 사람처럼 말이지. 늘 불안정하긴 했지만 엄마가 변화하는 자신을 느끼면서 성취감을 느꼈을 것 같았는데 내 착각이었나 봐. 그리고 나는 여전히 엄마를 의지하고 싶은 것 같아. 엄마의 변화를 내심 기대하고 있었던 것을 보면 말이지. 심지어 내 뜻대로 변해줄 것이라는 욕심으로. 그래서 어쩌면 엄마와 이제 평화로운 상태가 됐으면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어. 나의 안일하고 싶은 착각이었고 타협하고 싶은 우유부단함이었겠지. 그런데 이번에는 물러나지 않을 거예요 엄마!! 어차피 엄마와 나는 에덴동산에 들어갈 수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