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로운 Oct 30. 2022

#7. 신묘한 이야기

비상

우리는 어릴 적 아빠가 살던 집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하늘과 산이 함께 어우러진 그곳에

비석을 세웠다.


정신없이 3일장을 치르고

모두가 돌아간 이튿날

아빠를 보러 다시 그곳에 갔다


높지 않은 언덕을 성큼 올라서

저쯤 인가 싶게

아빠의 비석이 보이나 싶은데


"응? 저게 뭐지"


가장 먼저 오른 엄마와 나는

그 커다란 게 돌인가 했다


어제 마무리를 제대로 못하고 간 탓에

다시 올 자리를 체크하려고

누군가 올려놓은 건가?


" 돌 , 아닌 거 같은데?"


가까이 갈수록 그 꿈적도 하지 않는 물체는

돌이 아니었다.


"저게 뭐야?"


아빠의 비석 한가운데

떡 하니 자리하고 있는 녀석은


번쩍번쩍 멋진 황금 줄을 자랑하는

황금 개구리였다.


"아니, 네가 왜 여기 있는 거야?"


우리는 그 당당한 자태에 한번 놀라고

사람이 아무리 다가가도

꿈쩍하지 않고

여기 내 자리야!

를 외치고 있는 듯 한 그 황금 개구리가

암만 보아도

아빠 같단 말이다.


어쨌거나 쫓아내지 못하고

그 앞에 담뱃불과 커피를 놓았다.


좋은가 보다.

떠나지 않는 걸 보니


황금 개구리는 우리의 절을

당연하게 받고도

한참을 그대로 있었다.


" 할아버지 닮은 거 같은데?"


아무도 겉으로 내뱉지 못한 말을

초등학생 지훈이가 한다.


"아무래도 그렇지?"


부리부리한 눈과

울음주머니가 생동감 있게 움직였다.

개구리는 충분히 그 자리에 앉아

우리와 함께 있다가

펄쩍 내려와서는


 봤으니 이제 갈게

인사하듯

하늘 높이 도약하여

세 번의 점프 만에

덩굴 속으로 사려져 버렸다.

이제 아쉬움은 없다는 듯

과격한 동작이었다.


눈물은 나지 않았다.

아빠는 뛰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느리게만 걷던 아빠가

자유롭게 점프하는 모습을

본 것처럼

경이로운 광경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뿐이었다.


아빠,

이제 가는구나.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구나.


자리를 정리하고 돌아오면서 나는


앞으로의 우리 가족과

나의 미래가

잘 풀릴 거라는 자신이 들었다.


가장 슬프고 아픈 시간에도

좋은 일이 생길 거야.

나는 기대했다.


이전 07화 #6. 사실은 재밌는 사람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