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로운 Oct 30. 2022

#8. 슬픔은 감추고

장마가 시작된 어느 주말

아침 일찍 창문을 열었더니

훅~ 하고 시원한 바람이 들어온다.


아, 시원하다.


입가에 살짝 미소가 지어진다.

이 바람 아빠가 참 좋아했겠네~

예상치 못하게 슬픈 기분이 든다.


남편은 주말 포함 3박 4일 일정으로 강원도 양양으로 출장을 떠났다.

반항기 고집쟁이 두 아이와 주말을 보내야 하는 나는

당연하듯, 친정에 도움을 손길을 청해 본다.


손주 사랑은 말할 것도 없고

딸 집 오는 걸 세상 편하게 생각하고 좋아하는 우리 아빠가

손꼽아 기다렸을 오늘에,

창문 너머 시원한 바람은

완벽한 조건이 된다.



종알종알 "할아버지" 불렀을 만두 같은 막내 손녀 얼굴에도

연신 세일 상품  맛 보라며 방송하는 마트 앞 상큼 달콤 자두 앞에서도

"아빠가 참 보고 싶다" 자연스럽게 툭 내뱉는 엄마의 진심에서도   

순간순간 그리움은 생활이 되고

빈자리는 영영 채워질 수 없어 그대로 둔다.



엄마, 나 말이야
그때 아빠 장례식을 어떻게 그리 아무렇지 않게 치렀나 모르겠어.
손님 오면 맞이하고 대화도 잘하고~




인정이 많았던 장례식 이야기를 하다가

뭔가 마음 한편에 죄송함과 스스로에 대한 의아함으로 남아있던

이야기를 꺼내보았다.



그럼~ 거기까지 와준 분들인데,
잘 맞이해야지. 슬픔은 감추고




엄마의 대답은 생각지도 못하게 마음에 위로로 다가왔다.


마흔의 어른 인척 하는 나는

슬픔을 감추고 일상을 살아간다.

아무도 모르게 펑펑 울기도 하고

때로는 원망과 서러움에 속이 상해도


그런대로

감추고

평범하게

오늘을

내일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나도

그리고 당신도

우리 모두가

슬픔을

혹은

어떤 우울을

해소되지 못하는 감정들을

안고 살아가게 된다.


괜찮다.

아무 일 없는 척 담담해도, 웃어도, 행복해도.

그런 나의 모습이 낯설다고 느껴진다면

그런대로 감추고 살아가는 것 또한

틀리지 않았다고

다가오는 감정들을 편안하게 마주해도 괜찮다고 말하고 싶다.

이전 08화 #7. 신묘한 이야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