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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로운 Oct 30. 2022

#10. 매주 당신과 만나는 시간

내일 입힐 아이 옷을 챙기고

머리맡에 알람을 켜 두고

잠에 들었다가

새벽녘 잠든 아이의 얼굴을 보고 출근하는

평범한 일상이 이어진다.


'시체가 눈을 뜨는 꿈' 같은 건

이제 꾸지 않게 되었다.


서서히 자연히

삶 속에 그대는 없는 사람이 된다.


슬퍼할 시간 따윈 주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나란 사람

어디가 참 많이 이상한 사람이구나

싶다.


장례식에서도 웃었다.

정신없는 그 와중에도

아는 사람 얼굴 수를 세고

돌아가서는 답례할 물품을 골랐다.


내 감정을 보이는 게 부끄러워

타인에게 해야 할 목록에 기대었다.


남편에게도 위로받기 싫어

독불장군으로 버텨냈다.


왜 감추고 있는지 모르겠다.

사랑받지 않은 딸처럼 구는 게

과연 맞는 일일까?


누군가는 울며 해소하고

누군가는 말로 해소한다.


나는 풀어내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다.


그래서 쓰기로 했다.


그렇게 매주 일요일 두 시간,

돌아가신 아빠와 마주한다.


아빠는 내게

울어도 되고 네 안에 사랑을 표현해도 된다고

가르쳐 준다.


너를 맘껏 표현해 보라고

말로 눈으로 못하거든

글로 손으로

그렇게 사람답게 살아가라고


사람답게

아름답게


나는 결국 나를 위해 쓴다.

당신을 추모하는 척

나를 위해 쓴다.


내가 가장 위로받는 방식으로

당신을 이용한다.


내가 가장 위대해 보이는 방식으로

당신을 그린다.


매주 두 시간

나와 만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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