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태연히 도 흐른다.
아빠의 첫제사라니,
여름 끝의 아쉬움이 배로 든 까닭은
그가 떠난 계절의 찬 비가 후드둑 떨어지듯
가슴 조이던 그날의 감각이 불현듯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이번 주 일요일. 맞지?"
마땅히 제사를 지내본 적 없는 나와 자매들은
두런두런 둘러앉아 전을 부치는 흉내를 내며
일 년을 버티어온 마음을 맞대어 본다.
엄마는 아빠의 제사상을 있는 힘껏 차려내고
목놓아 우셨다.
우리는 그렇게 첫제사를 지냈다
세상에서 나와 가장 닮은 얼굴을 한 '내 아버지'가
이 상의 주인이라니,
이상하고 오묘하다.
그렇게 제사라는 의식은
살아있는 우리가 아빠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이 된다.
며칠 전,
아빠의 제기세트를 사겠다고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그만두라는 말에
서운해서 울었다.
마지막 선물이 될 텐데
그것마저 못하게 하는
짠순이 엄마와
이 生에서 좋은 것 쎄 것 하나 가지지 못한 아빠가
안타까워 울었다.
집 앞 스타필드에는 자동차 전시장이 있다.
나는 그곳에 아빠를 모시고 가고 싶었다.
"아빠 한번 골라 보세요~"
하고 통 크게 멋진 승용차 한 대 선물한다면
우리 아빠 안 그래도 부리부리한 눈이 두배로 커져
"이잉? 이야~ 너 출세했다~아~"
했을 텐데
그런 즐거운 상상은
영원히 이뤄질 수 없는 꿈으로 남았다.
지금 누군가 사랑한다면
그 사랑을 눈치챌 수 있게
따뜻한 말로, 온화한 미소로, 작은 선물로
툭 하고 꺼내놓으리라 오늘의 나는 다짐한다.
꽁꽁 싸맨 마음이라면
언젠가 울게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