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침 루틴을 반복하며 그동안 내가 세운 대부분의 계획이 실패로 끝난 이유를 알게 됐다. 바로 속도 조절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나의 에너지와 실력이 현재는 1단계 수준인데 한 번에 4단계 이상을 하겠다고 덤비다가 금방 지쳐 쓰러져 버리고, 포기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거다.
<나는 상처받지 않기로 했다>에서는 이런 말이 나온다.
아이들도 걸음마를 시작하기 전에 기는 연습부터 한다. 처음에 걷기 시작할 때에도 어른의 손을 잡거나 주변의 도움이 필요하기도 하다. 어린아이들이 달리기를 시작할 때에는 여러 번 넘어지지만 어느 시기가 지나면 연습과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속도를 찾아 넘어지는 횟수도 점차 줄어든다.
어른도 마찬가지다. 달리기를 포함한 모든 행위를 지속하려면 연습과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나는 한때 200m 달리기만으로도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할 만큼 달리기에 미숙한 편이었다. 오래 달리기 역시 단거리 달리기처럼 해보겠다고 1km를 전속력으로 달리다가 체력이 바닥나기 일쑤였다. 이런 루틴은 계속해서 반복할 수 없다. 달리기 전에 겁부터 나기 때문이다.
나는 달리기를 시작하고 나만의 속도를 찾고자 노력하면서 그동안 모든 일을 단거리 달리기처럼 해치우려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모든 일에는 지나가야 하는 과정이 있고 시간이 필요한 건데 왜 그렇게 서두르고, 빨리 포기해 버리기를 반복했던 걸까? 후회가 되기도 했다.
이제부터라도 어떤 일을 하든 현재 내가 낼 수 있는 속도에 맞춰 나아가기로 결심했다
달리기를 할 때에도 오래 달릴 수 있는 나만의 속도를 찾고자 노력했다. 처음부터 전속력으로 달리기보다 보폭을 줄여 천천히 달리면서 말이다. 이 과정과 연습을 통해 200m도 겨우 달리던 나는 이제 4km 이상도 거뜬하게 달릴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 최근에는 5km까지도 달려봤다. 내년에는 10km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때쯤 되면 시간 단축에도 공을 들여볼 수 있겠지, 하는 생각도 하면서 말이다.
나만의 속도 조절을 통해 "장거리 달리기 성공"이라는 성취를 경험하고 나니 모든 일에 속도 조절이 필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일이든 속도 조절만 잘하면 장기적으로 이루지 못할 일이 없겠다는 확신도 생겼다.
책에서 알려주는 "미라클 모닝" 관련 내용은 정말 좋은 게 많다. 하지만 초심자가 실천하기에는 이상적인 부분도 있다. 아침에 일어나기도 힘든 사람들에게 명상-독서-글쓰기-운동-영어 공부까지 다 하라고 하는 건 무리가 되기 때문이다. 딱 작심삼일로 끝나기 좋은 루틴이다.
"작심삼일을 3일마다 반복해라"
"시작이 반이다"
나는 이런 말을 믿지 않는다. 작심삼일이 안되게 할 수 있는 계획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작하는 것보다 지속적으로 계속할 수 있는 계획을 만들어서 수정하고 반복해 나가는 게 자신의 성장에도 훨씬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책에서 알려주는 모든 일을 처음부터 한 번에 다 하고, 지속할 수도 있는 에너지를 가진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조차 힘들어한다. 그래서 더더욱 자신에게 잘 맞고, 지속할 수도 있는 아침 루틴을 만들어야 한다.
자기 자신을 가장 잘 아는 건 바로 나다. 그러니 내가 가진 자율성을 최대한 발휘해 보자.
뭐든 누가 시켜서 하는 건 싫지만 내가 알아서 하는 건 좋으니까! 무엇보다 나 자신을 위한 일이라는데 어느 누가 싫어할까?
에너지가 부족한 사람이라면 그저 아침에 눈뜨는 것, 일어나자마자 멍 때리는 것, 잔잔한 명상 음악을 듣는 것과 같은 아주 사소한 일부터 실천해 보는 것이 좋다.
스스로 에너지가 조금이라도 채워졌다는 생각이 들면 좋아하는 일 하나 정도는 추가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여기서 좀 더 에너지가 쌓이면 싫지만 필요한 일 한 가지를 더 추가해도 좋다.
반복해서 아침 루틴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이루고 싶은 목표도 생긴다. 처음부터 너무 거창한 목표일 필요는 없다.
평상시에 독서를 안 해왔던 사람이라면 "1개월에 책 한 권씩 읽기" 정도의 가벼운 목표가 좋다. 나처럼 운동이 부족한 사람이었다면 "매일 하루에 5분씩 달리기"와 같은 작은 목표를 세워야 실천이 쉬워진다.
이렇게 작은 목표와 실행 계획이 쌓이면 어느 순간 5분 달리기가 20분, 30분 달리기로 늘어나고, 독서량도 1년에 12권에서 50권으로 늘어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나는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었는데도 2023년 12월 20일, 블로그에 매일 글쓰기를 시작했을 때 1개의 글을 쓰는데 2시간도 넘게 걸렸다. 이제 글의 길이와 깊이에 따라 다르지만 짧은 글은 10분 내에도 쓸 수 있다. 글을 쓰기 시작할 때만 해도 블로그에 꾸준하게 글을 올리고, 브런치 작가가 될 수 있을 거라는 건 꿈도 꾸지 못한 일이었다. 나는 매일 글을 쓰기 시작한 지 662일 만에 블로그와 브런치에 890개의 글을 올렸다. 브런치에는 이 글을 포함해 300개의 글을 올렸고, 블로그에도 비공개 글을 포함해 590개의 글을 포스팅했다.
나는 그저 평범한 직장인이다. 시간이 부족한 워킹맘이기도 하다. 직장을 다니면서 박사 과정까지 수료한 학생이기도 했다. 물론 지금은 논문쓰기는 손을 놓고 있는 날라리 학생이지만 아침 루틴을 계속 잘 이어간다면 언젠가는 나의 목표에 "논문 쓰기와 끝내기"도 등장할 거라고 믿는다.
<INFJ 워킹맘 미라클 모닝>의 마지막 글에서는 의지력 약하고 포기와 실패를 밥먹듯이 했던 내가 해낸 일이라면 모두가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중요한 건 첫째도 속도 조절, 둘째도 속도 조절, 셋째도 속도 조절이라는 사실!
그렇다면 자율성은?
사실 속도 조절만 잘하면 자율성은 자동으로 따라온다. 속도 조절 자체가 자기 자신을 심오하게 알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내가 어떤 일을 어느 정도로 얼마큼 해낼 수 있는지 단계별로 알게 되면 자율성은 그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빛을 발하며 발휘하게 되는 중요한 요인인 것이다.
몰입의 대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몰입의 즐거움>에서 이런 명언을 남겼다. 결국 삶은 나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내야 더 자주 몰입할 수 있고, 행복도 자주 경험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아침 루틴을 찾아 지속적으로 반복하면서 꼭 자신만의 몰입과 행복한 성장을 경험해 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