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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사의 힘

말하지 말고 보여줘라

by 마음돌봄

일 년 동안 내가 쓴 글들을 보면 사실 웃음도 안 나온다.

하지만 남은 2022년의 마지막 3개월을 아무 성과도 없이 보내고 싶지 않았기에 결심한 브런치 작가 신청

혼자서 브런치에 글을 두 편 정도 쓰고 있었는데, 슬기로운 초등생활 채널로 유명한 이은경 선생님의 프로젝트를 보고 신청하게 되었다.

그 후로 나의 인생은 다른 방향으로 변하였다.

소중한 좋은 인연들을 만났고, 내 마음을 들여다볼 기회를 갖게 되었다.

사실 '마음 돌봄'이란 이름은 이 모든 것을 대변하는 이름이다.

그동안 글을 본격적으로 쓰면서 좋았던 점은 나의 마음의 치유였다.

마음속 응어리진 부분을 쏟아내고, 생각나는 아이디어를 표현해 보는 나만의 스케치북이 이곳이었던 것이다.

브런치 작가가 된 후, 한 달 정도 글을 쓰지 않았었다.

사브작 북클럽이 없었다면 아마 그 기간이 오래되었을 수도 있다.

단톡방에 1기 동기들이 없었다면 그 또한 불가능했을 것이다.

지금의 시점에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제는 좀 더 잘 쓴 글을 쓰고 싶다는 것이다.

자기 고백적인 글 말고, 좀 더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그런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다.

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미안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도 있지만

나 스스로 욕심을 내는 부분이다.


글쓰기 모임에서 시작한 이달의 책은 '샌드라 거스'의 <묘사의 힘>이다.

2주에 한 번 책을 선정하여 그 내용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글을 써왔다.

<묘사의 힘>은 어쩌면 소설을 쓰는 작가들에게 당장 유용한 책일 수 있다.

연습 삼아 어제 글에서 나름 소설 형식을 취해봤는데,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인물 묘사나 감정을 드러내는 부분이 쉽지 않았다.


'샌드라 거스'는 말하지 말고 보여주라고 외친다.

'B는 너무나 행복했다'라고 하지 말고 행복한 걸 보여주라고 말한다.

과연 소설을 비롯한 글의 영역은 대학이나 대학원 혹은 글쓰기 학원에서 깊이 있게 배우고 학위를 따야 하는 영역인가 아니면 개인의 노력으로 얻을 수 있는 부분일까.

결국 목마른 자가 어떤 형태로든 우물을 팔 것이므로 2주 동안의 <묘사의 힘>의 지침을 따라 글을 써보려 한다. 벌써 내용을 보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암담하다.

하지만 다양한 글의 도전을 위해서 시작해보려 한다.

사설이 길었다.



# 연습 1 "티나는 화가 났다."


엄마는 단전에서부터 화가나기 시작했다. 찬바람이 부는 겨울이었지만 볼에 열감이 느껴졌다.

게임을 하던 아들에게 비가 오니 동생을 데리러 가라고 했다.


"우산 좀 얼른 가져다줘. 부탁한다. 벌써 학교에서 나왔다고 하니."

"이 판만 끝내고 갈게요. 30초면 돼요. 게임에서 질 수 없어요."

"이미 동생은 학교에서 나와서 이쪽으로 오고 있어. "

"안돼요. 이건 끝내야 해요."

"알겠어. 그럼 엄마가 갈게. 마저 해라."

"싫어요. 내가 갈 거예요. 진짜 게임할 때 나 좀 누가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어서 어이없다, 짜증 난다 라는 말을 남발하는 아들을 보며 엄마도 화가 나기 시작했다.

감정이 제어가 되지 않고, 이 놈 새끼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옆에 친정 엄마 시어머니가 다 계셔도 화가

멈추지 않았다. 갑자기 저 녀석이 게임 중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래서 게임은 없어져야 한다며 갑자기 게임 개발자들이나 게임 회사들이 눈에 가시처럼 여겨졌다. 웬만해선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엄마이지만 이런 순간은 참을 수 없는 울컥함이 올라온다. 그 좋은 게임 계속할 것이지 굳이 가겠다는 아들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짜증을 내며 나간 아들은 금방 동생과 돌아왔다. 그새 둘째는 비를 맞고 가게로 들어왔다.

우산을 툭하고 바닥에 던지는 모습에 소리를 치며 똑바로 물건을 놓으라고 했다.

큰애도 화를 참지 못하고 한겨울에 찬바닥에 주저앉았다.

더 이상 큰 아이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은 엄마는 일에만 몰두했다.




역시나 인물을 감정을 '보여주는' 것은 쉽지 않다.

묘사를 통해 독자가 그리듯이 느끼게 하고 싶은데 연습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

'티나'라는 외국 이름은 입에 붙지 않아 내 마음대로 '엄마'로 설정하여 바꿔보았다.

대학 동창 중에 김티나 라는 착한 친구가 불현듯 생각났다.

하라는 묘사는 제대로 안하고 의식의 흐름대로 가는 내 뇌를 어쩌지.


오늘의 결론, '말하지 말라, 보여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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