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조카는 항상 학교를 파하면 내게 전화를 한다.
"외숙모, 어디세요? 배고파요. 저 맛있는 거 사주시면 안돼요? 오늘 학원도 없어서 끝나면 집에 혼자 있어요."
"외숙모, 저 붕어빵 샀어요. 하나 드실래요?"
집안의 막내 조카인 그녀는 춤을 사랑하고, 초등학교 선생님과 작가가 되고 싶어 하는 귀여운 녀석이다.
밥을 잘 먹지 않아서 또래에 비해 키도 작고, 많이 말랐지만 붕어빵과 떢볶이, 순대를 사랑하는 아이다.
오늘도 여지없이 걸려온 그녀의 전화, 만 원짜리 한 장을 쥐어주고 심부름을 시키나.
물론 메뉴는 그녀의 최애인 떡볶이와 순대.
감탄을 하면서 먹는 그녀는 참 야무지게도 씹는다.
쫄깃쫄깃 찹쌀 순대와 새콤달콤 떡볶이, 같이 먹던 중에 매운 고춧가루가 내 목에 닿는다.
"윽, 좀 매운데. 많이는 아니고 고추가 닿았나 봐."
"많이 매우세요? 외숙모 맵질이네요. 맵질이 아세요?"
음.. 맵질? 매우기 정도인가. 검색창에 검색을 해보았다.
하하, 태어나서 처음 드는 말이었다.
내가 모르는 신조어가 있다니, 나름 N세대였는데 말이다.
뉴제네레이션, 노스트라다무스가 예언한 그 시대. 1세대 아이돌들을 오빠라 부르던 내가 이젠 영락없는 40대라니. 모르는 말이 있다니.
맞아, 난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다.
잘 먹는 줄 알았지만 매운 건 지금은 먹기가 너무 힘들다.
불타는 혀, 더 화끈거리는 목구멍.
매운 갈비를 먹었다가 똥구멍에 불나는 줄 알았던 화려한 과거의 소유자.
함께 집으로 가는 길을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자 아이돌 이야기, 남자 아이돌 이야기.
나도 '여돌(여자 아이돌)'은 잘 알아, 조카야.
남자 아이돌은 더 이상 관심 없지만.
이번주 댄스 발표회가 있는 조카는 여전히 춤을 추며 아이돌 이야기를 들려준다.
중학생 언니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생겼다며 미주알고주알 이야기 주머니를 열어 준다.
스무 살이 되면, 탕후루 20개를 먹고 <범죄 도시>와 <기묘한 이야기 3>를 보고 싶다고 말하는 그녀.
할머니가 분식집을 동네에 열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맘껏 순대와 떡볶이를 먹고 싶다고 말하는 순수한 아이.
그녀와의 대화는 늘 신선하고 즐겁다.
외숙모는 남자 아이돌은 몰라도 신조어의 주인공이란다.
오늘도 이렇게 어린 조카에게 하나를 배워가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