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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기 전에 남기는) 5월 코나에서의 기록
1.
코비드를 뚫고 서울에서 코나로 날아왔다. 비행기 옆자리는 텅텅 비어있었다.
하와이안 항공의 승무원들은 굉장히 소탈하고 털털한 느낌이라 왠지 마음이 더 편했다.
하와이안 항공에서 받은 부직포 느낌의 천으로 만들어진 어메니티의 포켓 디자인이 꽤 괜찮았고, 펜 욕심이 많은 나는 특히 귀엽고 필기감이 좋은 펜이 마음에 들었다.
2.
코나에 도착한 둘째 날 코비드 백신을 맞을 수 있었다. 다행히 팔이 아픈 것 외의 통증은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약 2주간 잠자리에 들기 전에 팔다리가 미세하게 저린 느낌이 있었다.
백신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백신을 맞은 이후로 2주간 그랬으니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심증은 충분하다.
3.
처음 며칠간은 코나에서 뚜벅이 생활을 했다. 하루에 약 2시간 이상을 걸어 다닌 느낌이다.
낮의 햇살은 매우 뜨겁지만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는 오후도 있다.
장을 보고 나서 갑자기 떨어지는 소나기에 비를 맞기도 했는데, 육체적으로 힘드니 정신이 더욱 굳세어지더라. 내적 정신승리를 반복했던 날들이 있었다.
4.
코나에서는 airbnb와 리조트에서 생활했다.
호텔이나 리조트도 물론 마찬가지인데, 에어비엔비는 사진만으로는 알 수 없다.
리뷰는 보통은 호스트와의 관계가 있기에 대충 괜찮은 편이라면 단점에 대해서는 함구하는 것이 일반적인듯하다.
물론 내가 지낸 에어비엔비는 크게 불평할만한 것은 없었다. 그렇다고 아주 만족스러웠던 것도 아니지만, 호스트와 좋은 관계였기에 나도 좋은 평가를 남겼다.
5.
나에게는 어쩔 수 없는 곤충과 벌레에 대한 공포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였다.
도마뱀이 귀엽냐고? 사실 전혀 귀엽지 않다...
6.
4월 서울에서와 마찬가지로 잠자리에 들기 전에 무서움과 알 수 없는 공포감에 시달렸다.
어두움에 대한 공포인지, 그 공포의 근원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7.
외로움이라는 감정에 대해 깊이 느끼고, 외로움은 무엇인가에 대해 많이 생각한 나날들이었다.
인간은 혼자서는 살 수 없고, 새삼 가족과 내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의 고마움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멀리 있어도 가끔 나의 안부를 안부를 묻는 사람들이 너무나 반갑게 느껴졌던 시간이었다.
8.
코나에서는 혼자서도 술을 꽤 자주 마셨다.
코나에서 하드 콤부차를 처음으로 마셨다. 파인애플 와인은 신기해서 마셔봤지만 기대보다 맛이 없어 한잔을 마시고는 리조트 냉장고에 병째 남겨두고 떠나야 했다.
On the Rocks를 3번 갔다. 마이타이를 2번 마셨다.
on the Rocks를 세 번째 갔던 날 꽤나 재미있는 사건이 있었는데, 이건 내 맘속에만 저장하는 것으로.
9.
약 5명의 친구들을 만났고, 그중 3명만이 기억에 남았다.
곰곰이 기억을 더듬어 보자니, 원하는 기억의 조각만을 선택적으로 저장하는 내가 새삼 경외로웠다.
10.
코나에서 2주간 비크람 요가를 매일매일 수련했다. 몸이 힘든 경험이었다.
나 자신과의 약속이라는 강박으로 매일 갔지만, 어떤 날은 오전 수업을 끝내고 오면 오후 4시까지도 피로에 시달릴 때가 있었다.
정신적인 성취감을 위해서 육체적인 고통을 감내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를 가끔 생각했다.
11.
요가 선생님 Heather에게 큰 영감을 받았다.
만날 때마다, 타고나길 다른 사람들에게 큰 긍정의 에너지를 주는 사람들이 있다며 생각했다.
누군가를 (사람 대 사람으로) 좋아하게 되면, 그 상대에게 잘 보이기 위해 더 노력하게 된다.
무얼 배우든 누구에게 배우는 가는 참 중요하다. 더불어 나는 어떤 선생님이 될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12.
꽤 시골인 코나에서의 외로움을 견디기 힘들어 오아후로 이사하자는 빠른 결심을 했다.
나는 시골 생활을 견디기 힘들고 외로움에 취약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더불어 인내심은 부족하지만 빠른 판단과 결정으로 지금은 오아후에서 외롭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으니 지금은 감사한 마음이 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