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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치고 지나가는

이서수 『몸과 여자들』

by 서정아 Dec 25. 2024

저는 쌍쌍으로 걷고 있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외롭다는 생각 대신, 아름다운 것은 모두

순간적인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순간적으로 스치고 지나가는 것들이 

가장 아름답다고요.

사랑 역시 순간적으로 스치고 지나가는

과정 같은 것이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사랑은 어떤 이의 일생 전체에 걸쳐서

유지되는 감정이 아니라,

메타세쿼이아 길을 걸을 때,

거품이 풍성하게 올라간 커피를 마실 때,

명동 시내 한가운데 아름답게 꾸며놓은

크리스마스 트리를 볼 때

곁에 가까이 있는 사람과의 사이에

스치고 지나가는 찰나의 것이라고요.


- 이서수 『몸과 여자들』 중에서




Time and Truth (1696–1770)Giovanni Battista Tiepolo (Italian, 1696-1770)


<나의 단상>


순간적으로 스치고 지나가는 것들이

가장 아름답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그렇게 착각하기는 쉽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평생 지닐 수 있는 것보다

잠깐 손바닥 위에 놓였다가 사라진 것에 대해

더욱 애틋한 감정을 품기 마련이니까.

찰나의 순간 나를 스치고 지나간 사건들이

가장 아름답게 느껴질 때, 그런 착각이 들 때,

나를 스쳐가버리지 않고 내게 머무는 것들을

깊게 바라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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