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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한김작가 Feb 25. 2022

돌고 돌고 돌고-영원히 살지도 모른다 2

설치 작품의 폐기 위기에서 살아남아서 2단 협탁으로



얘를 볼 때마다 감탄한다.

저걸 어떻게 저렇게 잘 잘랐을까?

내가 잘라 놓고도 신기하다.

고정도 하지 않고 선하나 그어 놓은 상태에서 직소기로 한 번에 갔다.

하드우드로 만들어진 오래된 가구를 자르는 데에는 집중력이 필요하다. 심호흡을 크게 하고 한 번에 쓱 잘랐다. 직소기의 날을 고운결로 장착했기 때문에 자른 후 별도의 샌딩이 필요하지 않았다. 고운 날은 작업할 때 느리게 가기 때문에 힘이 좀 들지만 마음만 급하게 먹지 않는다면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자르고 보니 단면에서 나무의 단단함이 보인다.

요즘 가구들은 겉만 번지르르하지 해체하다 보면 쉽게 부서져버리기 십상으로 나무의 질이 떨어지고 이음새도 약하게 고정되어 있어서 거의 새로 만들어야 하는 수준이 많다.

해체하다가 버리고 싶을 때도 많고 대충 마무리해서 남을 줘버린 적도 있다.

이 가구는 첫인상을 배신하지 않았다.

나무의 강도도 좋고 이음새도 짜맞춤으로 되어 있어 대대로 물려줘야 할 마음이 들게 한다고 해야 할까. 

못 알아보고 버리신 분은 많은 재산을 가지신 분인가 보다. 

트리 설치를 위해 해체했던 게 괜히 미안해진다.

다 잊고 새로 살자.

 

2단으로 된 협탁으로 만들기 위해 뒤에 보조목을 덧대어 연결했다. 오래되어서 흔들리는 부분은 꼼꼼히 접착하고 두드리고 조여서 생을 끝내고 싶지 않도록 튼튼하게 재생시켰다.

마무리로 페인팅까지 했는데 색이 마음에 들지 않기도 하고 설치 작품 할 때 페인팅을 했던 게 남아 있어서 여러 번 덧칠을 해줘야 했다. 밑색이 살짝 비치도록 샌딩을 해서 빈티지 느낌을 내고 광이 있는 바니쉬로 마감했다. 거의 무광 바니쉬를 이용하지만 가끔씩은 반짝거림이 좋기도 하다. 작업을 할 때 뜸 들이는 시간이 긴 만큼 견고한 마무리와 쉽게 싫증 나지 않는 디자인은 따라온다. 누군가는 블루가 좋겠다 나무색이 좋겠다 의견이 분분하지만 주변과 어우러지면서도 식상하지 않은 색상이 좋다. 

이제 오래 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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