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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한김작가 Jun 17. 2024

원은 못 참지

원은 그냥 못 지나간다. 

정원을 자르기 힘들다는 생각 때문인지 공구만 있으면 되는 일을, 너무 모자란 생각이 아닌가 말이야. 

아니다, 내가 그 정도로 단순한 인간은 아니길 믿고 싶다. 

원은 참 착해 보인다. 그래서 그림을 그릴 땐 원을 반듯하게 그리는 걸 배제하고 조금은 변형된 형태를 편안하게 그리는 편이다. 원이란 게 완벽해 보이다가도 다른 장치를 만들어 두지 않으면 심심해 보이기도 한다. 

원 자체만으로 뭔가를 보여준다기보다는 원 안에 포함하는 것, 원의 형태를 갖은 그 무엇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저렇게 뻥 뚫린 원을 보면 달아나버린 무언가를 생각하게 한다. 

설마.... 이 빠진 동그라미가 돌아왔을 때를 떠 올린 건 아니겠지? 

너무 끔찍하게 식상하다.


잘 떨어진 원의 형태는 무엇을 만들어도 안정감을 줄 것 같다. 

이미 완벽한 틀 안에서 어떤 춤을 춘다 한들 무대가 아닐 수 있겠나.

다만 저 정도의 크기를 갖은 원을 대할 때 떠오르게 되는 식상한 물건을 만들어 버리지는 말 것.

안정감은 그래서 어려운 작업의 예고일 수 있다.

도무지 벗어날 수 없는 품 안에서 적당히 생각해 낼 수 있는 지점을 넘어서야만 한다.

세상 특별한 걸 만들어내겠다는 생각도 우습지만 적당히 평범하면서 한 끗을 달리하는 게 필요하다.


원인가, 원의 테두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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