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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한김작가 Jun 12. 2024

이런 선물 행복합니다

계곡,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고 간간히 검은 등 뻐꾸기와 이름 모를 새들이 열띤 토론을 하느라

누가 있는지 신경 쓰지 않는 곳에 있는 집, 보스턴댁 주방 식탁에 앉아 있다.

은신처가 되기에 좋은 곳이지만 여기는 남의 집이다.

사실 은신하며 몰두하기에 남의 집만큼 살림살이로부터 안전한 곳도 없지만 말이다.

보스턴에서 일생을 보내다 은퇴하시고 퇴촌  우산리에 인생3막을 여신  부부가 계시다. 그리고 아내 분이  나의  친구 보스턴댁이시다.

얼마 전 주셨던 선물에 대한 감사함을 말로  하고 싶어서 부라보콘 몇 개를 사들고 방문했다. 딱 두 개만 사 오라는 당부를 하셨지만 맛별로 다 사니 꽤 묵직하다.

감사함은 말로만 전하기로 했지만 부라보콘 정도는 훈훈하지 않겠나.


소소한 선물을 자주 즐기시는 분이라 만날 때마다 잔잔한 감동을 주신다. 이날은 바쁘다는 핑계로 책방에 올라오시지도 못하게 해서 죄송했는데 바쁘시다며  운전석에 앉아 장난기 가득한 표정을 지으시며 

그녀가 좋아하는 페리윙클블루의 불투명한 비닐포장을 한, 한 뼘 정도 되는 것을 선물이라며 건네신다.

사이즈부터 예상되지 않는다.

만져봐도 울퉁불퉁한 게 짐작이 가지 않는 촉감이다. 많이 궁금했지만  참고 작업실로 올라가 열어 본다. 얼마나 한참을 큰소리로 웃었는지….

몇 주 전에 미술반 야외스케치를 위해 우산리에 있는 보스턴댁 정원에 갔었는데 그때 지나가는 말로 이 조각 너무 예뻐요 했었다. 남편이신 하작가님이 폐자재로 용접해서 만드신 귀한 소재를 기억해 두셨다가 허락 맡고 가져오신거겠지.




거미가 뒤엉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이좋아 보인다.

꽃모양으로 발이 많이 달렸지만 징그럽지 않다.

꽃은 그렇다.

꽃은 모든게 그렇다.

녹슨 못을 용접하는 그의 모습이 연결 된 꽃모양의 긴 그림자 사이로 보인다.

무심히 아름다움을 염원했겠지.


버리려는 물건을 준다는데 포인트가 있는 게 아니다.

아깝기만 해서도 안된다.

점점 어려워진다.

다시 사용해도 될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면 리폼을 하면 되겠지만 재활용 가능성의 느낌보다는 물건의 희소성, 견고함, 담고 있는 메시지 등이 내가 이런 류의 선물을 받고 만족감을 느끼게 되는 요소인 것 같다.


이런 선물을 받는 것은 행운이지.

이 행운은 무엇으로 작업하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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